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남편의 미덕

덕분에 예쁘게 살고 있다

by 한박사 Mar 23. 2025

부부에게 흔히들 하는 질문이 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더라도 이 사람과 결혼할 거냐고. 결혼 생활 중 남편이 미웠던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남편과의 결혼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따라서 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우리 남편과 결혼할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착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나를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남편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도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나는 남편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순 없다. 왜냐하면 나는 두 아들을 길러야 하니까. (물론 우리 아들들을 위해서는 당연히 죽어줄 수 있지.) 나를 위해 죽어줄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사람, 참 흔치 않다 생각한다.


이런 믿음은 그간의 세월이 쌓여 형성된 것이다. 남편은 내가 힘들 때 곁에서 정말 많이 도와준 사람이다. 그러니까 두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동안 정말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남편은 바깥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시기에 나를 위해 퇴근하고 저녁밥을 지어 먹인 사람이다. 내가 열 번 중 두 번을 할 때, 나머지 여덟 번을 해준, 정말 말 그대로 나를 먹여 살린 사람이다.


첫째 때는 왜 그렇게 졸린지(아마 모든 것이 처음이기도 했고, 모유수유를 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이 차려준 저녁을 먹으면 바로 잠이 들었다. 그러면 그때부터 첫째를 보고, 육아 중에 엉망이 된 집안의 허드레 일들을 했다. 지금에서야 깨닫지만, 당시 나는 몇몇 시기들 중 산후우울증, 혹은 육아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이 점점 크고, 나도 어느 정도 산후 회복이 되면서 살림 실력도 늘어가게 되었다. 신체적으로 건강해지다 보니, 마음도 건강해지고 다양한 부분들에서 여유가 생겼다. 그랬더니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이 얼마나 큰 힘이 되어 주었는가가.


첫째가 돌이 되기 전에 남편 친구로부터 좋은 조건으로의 이직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떨어졌다. 결정적으으로 면접에서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평소의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남편은 참 순진하게도 첫째 육아라고 답한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모범답안은 아니었다. 나는 당시 바보라고 놀려댔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만약 당시 이직을 했었다면 지금의 둘째는 없었을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까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뭐가 중한지 아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내가 거의 90% 저녁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 식사 정리 담당은 여전히 남편이 해주고 있다. (물론 이마저도 조금씩 나의 일로 되어가는 중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고, 나도 철이 들면서 남편도 일에 더 집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고, 그는 이제 어느 정도 출세가도에 들어선 것 같다. 아마 나는 점차 살림의 대부분을 맡게 될 것 같다. 그래도 그것이 결코 억울하지는 않은 것이 그만큼 그동안 많이 배려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 남편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런 마음이 저변에 깔려 있어선지 작은 흠이나 서운함 등은 금세 잊히게 된다. 내가 남편에게 늘 우호적이니 아이들도 아빠를 좋아한다. 그들도 ‘좋은 남편=좋은 아빠’라는 공식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결혼했을 당시 어른들이 많은 덕담들을 해주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예쁘게 살아라’는 말이었다.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그때는 잘 몰랐다. 그런데 살고 보니 내가 어느 정도 그에 비슷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두 아들, 그리고 남편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게, 나의 예쁜 삶을 만들어 주는 존재들이다. 부디 이 삶이 추해지지 않도록 매일매일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강하게 키운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