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박사 Sep 07. 2024

한 어머니의 장례

엄마로서 애도하는 마음

남편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친구는 남편의 몇 안 되는 총각 친구였고, 모임에 자주 나오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술버릇이 좀 나쁘다고 들었고, 그래서 평소의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런데 장례식장이 생각보다 거리가 좀 있는 지방이었다. 남편 혼자 보내기엔 살짝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이왕 가는 김에 다 같이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곳은 호수로 유명한 관광지였고, 아이들도 좋아하겠다 싶어 온 가족이 갑자기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낮이라 그런지 장례식장은 한가했다. 남편의 친구는 우리의 결혼식에도 온 사람이었지만 기억이 희미했고,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은 널찍한 장례식장을 마음껏 뛰어다녔고, 상주인 남편 친구는 그런 모습을 보고 잠시나마 미소를 지었다.


그의 아버지는 인자한 모습이었고, 그의 누나는 초등학교 들어간 아들 둘을 둔 유부녀였다. 어쩐지 그의 모습이 한없이 외롭게만 느껴졌다. 그를 두고 떠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결혼이 이제는 선택이 된 시대라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그래도 자식이 제짝을 찾아 함께 살아가길 원하는 마음속엔, 보편적으로 부모의 인생이 더 짧기 때문일 것이다. 즉 어느 순간에 자식은 “고아”가 돼버린다. 그게 나이 40이 되어서일지라도 어머니를 잃은 자식의 모습은 어딘가 허전하고, 어딘가 외롭다.


장례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그런 말을 했다. 저 사람 얼른 좋은 여자를 만나서 안정된 삶을 누리면 좋겠다고. 만약 내가 저 어머니였다면 혼자인 자식을 놓고 떠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어느덧 노모의 입장에서 한 상주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었다.


확실히 자식을 키워 보니 부모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자식을 낳기 전까진 절대로 알 수 없는 감정인데, 그 마음으로 삶을 대하게 되면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아무쪼록 남편의 친구가 우울을 떨치고, 좋은 모습으로 친구들 모임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엄마,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