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서 애도하는 마음
남편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친구는 남편의 몇 안 되는 총각 친구였고, 모임에 자주 나오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술버릇이 좀 나쁘다고 들었고, 그래서 평소의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런데 장례식장이 생각보다 거리가 좀 있는 지방이었다. 남편 혼자 보내기엔 살짝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이왕 가는 김에 다 같이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곳은 호수로 유명한 관광지였고, 아이들도 좋아하겠다 싶어 온 가족이 갑자기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낮이라 그런지 장례식장은 한가했다. 남편의 친구는 우리의 결혼식에도 온 사람이었지만 기억이 희미했고,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은 널찍한 장례식장을 마음껏 뛰어다녔고, 상주인 남편 친구는 그런 모습을 보고 잠시나마 미소를 지었다.
그의 아버지는 인자한 모습이었고, 그의 누나는 초등학교 들어간 아들 둘을 둔 유부녀였다. 어쩐지 그의 모습이 한없이 외롭게만 느껴졌다. 그를 두고 떠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결혼이 이제는 선택이 된 시대라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그래도 자식이 제짝을 찾아 함께 살아가길 원하는 마음속엔, 보편적으로 부모의 인생이 더 짧기 때문일 것이다. 즉 어느 순간에 자식은 “고아”가 돼버린다. 그게 나이 40이 되어서일지라도 어머니를 잃은 자식의 모습은 어딘가 허전하고, 어딘가 외롭다.
장례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그런 말을 했다. 저 사람 얼른 좋은 여자를 만나서 안정된 삶을 누리면 좋겠다고. 만약 내가 저 어머니였다면 혼자인 자식을 놓고 떠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어느덧 노모의 입장에서 한 상주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었다.
확실히 자식을 키워 보니 부모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자식을 낳기 전까진 절대로 알 수 없는 감정인데, 그 마음으로 삶을 대하게 되면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아무쪼록 남편의 친구가 우울을 떨치고, 좋은 모습으로 친구들 모임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