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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나단 Jun 02. 2024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보 앞으로

언젠간 오른발의 차례

하루 중 가장 오래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 소외된 사람들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

그들은 안타깝게도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정한 삶의 기준에

맞추기에 불편함이 많다.

그래서 내가 출근하는 곳이 운영된다.


그들은 나라에서 만든 서비스를 이용한다.

나는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그들은 나의 특별한 고객들이 되었다.

   

지금은 제법 익숙하다.

하지만 처음 처음엔 굉장히 불편했다.

이것을 먹고 싶다.

이곳에 가고 싶다.

이것은 하기 싫다.

어찌 보면 간단한 표현들

그들에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와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들의 방식을 파악하지 못했다.


내가 이들과 만난 인연은 특별하다.

분명히 어딘가에 존재했지만

쉽게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

성인이 된 자녀를 아이처럼 돌보던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혼자남아 앞날이 막막한 사람들이

수년간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고

누군가는 먼저 하늘로 떠나며

내가 일하는 곳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일 나와 함께 활동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익숙하지만

이들에겐 익숙하지 경험을 한다.

주로 하는 일은

함께 영화를 보고

함께 커피를 마시고

함께 식사를 한다.


나에겐 너무 평범하고 익숙한 일들

하지만 이들에겐 항상 새롭다.


매일이 쉽지는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불안해하며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에티켓이란 것을 몸으로 배울 기회가 적어

주변 사람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정중하게 사과하며

일단 손을 잡고 공공장소를 벗어나야 했다.

‘아직은 경험이 더 필요하구나..’

하지만 이들과 함께 일상을 보내다 보면

처음 어려워하던 공간을 익숙해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필요한 것들을 몸으로 배우기도 했다.


어느 날 나의 평범한? 일상 중

특별한 경험이 찾아왔다.

몇 개의 기관이 매년 협력해서 진행하던 일

먼저 학령기 발달 장애인 친구와 짝이 된다.


10일의 시간이 주어지고

숙소와 이번 일정의 목적, 주제가 정해진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활동은 정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다.

10일의 일과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모든 것을 짝으로 만난 친구와 정한다.


오늘 먹고 싶은 것?

우리가 정해 만들어 먹는다.

오늘 하고 싶은 것?

우리가 정한다.


장애 때문에 누군가의 보호와

정해진 규칙에 익숙한 친구들

그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경험한다는 것으로

이 친구들은 시작부터 신나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자녀와 떨어져 본 경험이 없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부모님과 면담을 마치고

나와 함께할 친구와 만나 10일의 계획을 세워보았다.

벌써부터 신나 침대 위에서 방방 뛰는 친구

잠자는 시간도 빼먹고 10일을 다 채워두었다.     

이 친구가 나와 10일의 경험이 새로운 것처럼

나도 이 친구와 10일의 경험이 새로웠다.


하루는 동물원에 방문해

평소 좋아하던 펭귄을 3시간 동안 바라보았다.

하루는 캐릭터가 그려진 버스가 마음에 들어

목적지도 잊고 종점까지 하차하지 않는 친구와

한참 동안 종점의 버스 앞에 머물러야 했다.

하루는 기분이 안 좋아 물건을 던지고 소리만 질러대는 친구와

온종일 공터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숙소 건물 TV 두 코미디언의 춤에 빠져

수십 번 같은 장면을 돌려보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우리의 열흘은 이렇게 흘러갔다.


‘하지 마’

‘안돼’

‘기다려’

‘이리 와’

그 친구가 가장 많이 듣던 말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10일 동안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본인의 모습대로 즐긴 덕에

마지막 날에도 피곤한 모습 없이

첫날의 즐거움을 유지했다.


여전히 숙소 침대 위에서 뛰며 장난치는 친구

이별을 위해 어머니가 찾아오셨다.

첫날 불안한 표정의 어머니

자녀의 모습을 확인하니 안심한 듯하다.

친구는 어머니를 확인하자

같이 놀자며 내 옷을 당기던 팔을 쿨하게 놔버리고

엄마가 반가운 듯 달려가 버린다.

‘허허.. 그래도 열흘을 함께했는데’

어머니는 민망하신 듯 아이를 타이른다.

“인사는 하고 가야지!!”

그렇게 조금은 특별했지만 빠르게 지나버린

10일이 마무리됐다.


난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친구도 일상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나에겐 전과 다름없는 일상이지만

여전히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일상은 특별하다.

여전히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들의 모습은 특별한 듯하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


우리 주변에 존재했지만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

우리가 평범하게 즐기는 것들이 새롭고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들

어떻게 보면 취약하고 약한 사람들

내가 아마 직종을 바꾸지 않는 이상

계속 이들과 활동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직종을 바꾸더라도

내 이웃으로 함께 살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한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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