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뭐든 되는 일이 없었고 운도 지지리도 없었습니다. 어떤 분은 브런치 작가가 된 지 1-2주 만에 혹은 한 달 여만에 초고속으로 외부에 노출돼 조회수가 몇천 몇만이 되었다는 자랑글이 올라오던데 저는 2개월이 넘어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길래 3개월째 폭발하려나 기대했으나 헛된 망상이었고 4개월째 역시도 적막만이 감돌았지요. 불운으로 점철된 내 인생이었던 사실을 잠시 잊고 그런 행운을 기대한 제가 한심했고 5개월째부터는 아예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희망과 기대 자체를 버리니 오히려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더군요.
애초에 그런 걸 바라고 작가가 된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그런 글을 올린 작가님들이 부러웠습니다. 초심은 그저 가슴속에 응축된 응어리를 글로 시원하게 배출함으로써 우울함과 숨통을 옥죄어 오는 제 마음에 조금이라도 평화가 찾아오고 치유로 이어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지요. 또한 단 몇 분의 독자라도 읽어주고 그들의 마음텃밭 한켠에 겨자씨만 한 공감 한 자락 싹튼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작가로서의 보람을 느끼고 만족한다고 자위하며 보냈지요.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그저 자주는 아니어도 묵묵히 정해진 날을 하루도 어기지 않고 글을 올리기를 7개월 9일째 되는 오늘 저번주 수요연재로 올린 글 "결혼한 자녀에게 반찬 해 바치지 마라"가 갑자기 조회수가 밤 11시 59분 현재까지 17,678명으로 폭발을 했네요. 브런치가 나를 버린 게 아니었구나. 살짝 글태기가 왔는데 힘내서 글을 쓰라고 이런 방식으로 응원을 해 주는 것 같아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
하지만 초창기에 기대하고 기다렸던 그 시기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온몸을 강타했을 텐데 지금은 그냥 '이런 날도 있네' 정도로 무덤덤할 뿐입니다. 강아지에게 먹이로 계속 줄듯 말 듯 장난치다 진을 쏙 빼놓고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강아지왈 "이제 열받아서 줘도 안 먹는다." 하는 타이밍에 던져주는 얄미운 주인 같은 느낌에 살짝 허탈감이 밀려오는 그런 느낌입니다.
뭐든 조급해하거나 억지로 뭔가를 하려고 하면 어긋나기만 하고 그냥 물의 흐름에 맡기듯이 마음을 비우고 순리에 따르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교훈을 또 얻습니다.
그런데 조회수와 라이킷, 구독자수는 비례하지 않는군요. 어떤 플랫폼상에 노출돼 클릭이 많이 이루어진 거고 사실 끝까지 읽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어쨌거나 클릭빈도수가 많으니 클릭자체도 안 한 것보다는 읽은 확률은 좀 올랐겠지요. 누군가가 저의 글에 적게는 몇 초 많게는 1-2분간의 관심을 기울였다는 거에 만족을 하는 정도지 큰 이득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온갖 식물들이 타들어가던 대지에 단비가 내리면 생기를 회복해 싱그럽게 살아나듯 잠시 흥미와 방향을 잃고 위축되었던 작가가 다시 일어서서 담대히 걸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작가님과 독자님들께 감사합니다. 혹시 저 같은 마음과 궁금증을 품은 적 있는 작가님이 계신다면 어떤 기대나 보상에 대한 마음은 조용히 거두고 글쓰기 자체를 즐기면서 꾸준히 올리시다 보면 저처럼 이런 날도 온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