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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용 Jan 16. 2022

스페인 축구의 또 하나의 축, 바스크 축구

스페인 축구계의 제3세력


스페인은 대표적인 축구 강국 중 하나이다. 유럽 최고의 명문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축구 클럽이다.

카스티야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는 스타 선수를 영입해 상업을 극대화하는 갈락티코 정책을 보여주며 압도적인 수익을 냈으며 카탈루냐의 명문 FC 바르셀로나는 훌륭한 유스 출신의 1군 선수 양성을 통해 강력한 조직력을 확보해 토털 풋볼을 완성시키는 철학인 크루이프즘의 시작점이며 이 철학으로 유럽 축구의 패권을 잡기도 했다. 이들이 격돌하는 엘 클라시코는 세계 최고의 더비 매치다.

스페인 대표팀도 축구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를 연달아 우승하며 메이저 대회 3연패를 이루며 축구 강국의 위상을 공고하게 했다.

하지만 이들 이외에도 스페인 축구의 큰 축을 담당하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스크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원래는 이베리아 반도와 프랑스 사이에 있던 민족이었으나 나바라 전쟁에서 패하며 스페인에게 예속되었다.


2019년 바스크의 지도 (사진 출처: http://nabarlur.blogspot.com/)


이들은 원래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배타적이었다. 기본적으로도 보수적이며 민족주의의 색채가 강한데 프랑코 정권에서 탄압당하자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되었다.

이런 이유로 바스크 족의 두 거함인 아틀레틱 빌바오와 레알 소시에다드는 바스크인으로만 이루어진 축구 구단이었다. 그러기에 조직력이 매우 강해 정치적인 입김이 강한 카스티야 지역의 대표 레알 마드리드와 부유한 카탈루냐 지역의 대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한 방 먹이며 제3세력으로 활약했다.

오늘은 라 리가의 제3축인 바스크 축구를 지탱하는 두 구단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한다.



역사와 절개를 지킨 로이블랑코스 아틀레틱 빌바오


바스크의 두 거함 중 하나이자 라 리가 초반부의 강자 아틀레틱 클루브, 일명 아틀레틱 빌바오는 사자란 뜻의 Los Leones라 불리거나 유니폼의 빨강과 하양이란 뜻의 Rojiblancos라 불린다.

1929-30 시즌 무패 우승을 기록하며 라 리가 최초의 무패 우승을 경험했으며 이외에도 여덟 번의 라 리가 우승과 코파 델 레이 23회 우승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단 한 번도 강등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런 성적을 바스크의 혈동이 없는 선수는 기용하지 않는 룰로 이뤄냈다. 물론 감독은 외국인 감독을 기용하기도 했지만 선수단 정책은 마치 국가대표처럼 운영했다. 우승 경쟁에 있어서 굉장히 불리한 조건이지만 아틀레틱 빌바오는 라 리가에서 네 번째로 리가 우승이 많고 코파 델 레이는 레알 마드리드보다도 더 많이 우승하며 바르셀로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우승했다.

프랑코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다소 아쉬웠으나 1980년대 상반기에 다른 바스크 클럽 소시에다드와 함께 다시 전성기를 누렸으며 하비에르 클레멘테 체제에서 두 번의 라 리가 우승과 한 번의 코파 델 레이 우승을 차지했으며 특히 1983-84 시즌에는 라 리가와 코파 델 레이를 모두 우승하며 스페인을 완전히 정복했다.


1983-84 시즌 라 리가와 코파 델 레이를 동시에 제패하며 도메스틱 더블을 달성한 아틀레틱 빌바오 (출처: bellacaledonia)


영입에 제한이 있기에 유스 시스템 발전에 들이는 공이 크며 바스크 민족주의로 뭉친 뛰어난 조직력과 식민지의 울분을 터트리는 듯한 굉장히 터프하고 거친 압박을 보여주는 팀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도 2011-12 시즌 유로파 리그 결승에 진출했으며 2013-14 시즌에는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체제에서 2014-15 시즌 라 리가 4위를 달성하고 2014-15 시즌에는 코파 델 레이 결승에 진출했으며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에서 총합 스코어 5-1로 바르셀로나를 꺾고 지난 시즌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하는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발베르데가 바르셀로나로 떠난 이후에는 중하위권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9-20 시즌 코파 델 레이에서는 결승에 진출했으며 2020-21 시즌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연파하고 우승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레전드로는 라 리가 출범 이전 빌바오의 상징이었던 투지의 하프백 호세 마리아 벨라우스테,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장 이전 라 리가 최다 득점 기록을 가졌던 텔모 사라, 헨토와 라이벌리를 구사했던 아구스틴 가인자, 스페인의 첫 유로 우승을 이끈 호세 앙헬 이리바르, 1980년대 빌바오의 도살자 안도니 고이코에체아, 그리고 1990년대와 2000년대 빌바오의 왕자 훌렌 게레로가 있다.



개방을 선택한 추리우르딘 레알 소시에다드


상술했던 아틀레틱 빌바오 이외에도 바스크의 또 다른 거함은 1980년대에 라 리가의 강자로 올라선 레알 소시에다드다. 빨강과 하양을 입은 지역 라이벌 빌바오와는 다르게 Txuri-urdin 즉 파랑 하양이라 불렸으며 왕가란 뜻의 라 레알이라 불렸다. 구단 이름이나 별칭으로만 봐도 스페인 국왕인 알폰소 13세에게 부여받은 칭호로 빌바오에 비해선 온건한 바스크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클럽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온건하다 해도 결국 반 카스티야 정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그들의 후원자인 알폰소 13세가 스페인의 좌익 세력에 의해 퇴출되었고 이로 인해 레알 소시에다드와 수도인 마드리드가 있는 카스티야 클럽의 사이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는 알폰소 13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프랑코 정권 때도 개선되지 않았다.

그들은 빌바오와는 다르게 높은 성적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소시에다드에게도 구세주가 등장했다. 1978년 감독으로 부임한 클럽의 레전드 출신인 알베르토 오르마에체아가 부임한 이후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 라 리가 2연패를 이뤄내며 구단의 황금기를 보냈다. 이후 오르마에체아가 물러난 이후에도 코파 델 레이에서 우승했으며 비교적 최근인 2019-20 시즌에도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아틀레틱 빌바오를 꺾고 우승했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경기장 산 세바스티안에 있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이끈 명장 하비에르 오르마에체아의 동상


원래는 소시에다드도 빌바오처럼 바스크 인만 들어올 수 있었으나 점점 성적이 추락하기도 했고 바스크인들에게 빌바오에 비해 선호도가 밀리자 1989년에 문호를 개방해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1989-90 시즌에 리버풀에서 건너온 존 올드리지를 시작으로 다르코 코바체비치, 클라우디오 브라보와 같은 외국인 용병들을 수급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문호를 개방했지만 여전히 레알 마드리드를 위시한 카스티야 지역의 구단들과의 사이는 좋지 않다. 그렇게 이리야멘디나 오드리오솔라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날 때 소시오들은 섭섭해하기도 했다. 소시에다드 입단 기자 회견에서 이천수가 말했던 "여기에서 잘해서 레알 마드리드를 가겠다."라는 발언이 역사적 배경을 보면 추리우르딘의 서포터들에게 얼마나 무례한 인터뷰인지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지역 라이벌 아틀레틱 빌바오에게 크게 밀리는 인상이지만 최근 성적은 매우 좋다. 특히 이마놀 알과실 체제에서 미켈 오야르자발과 알렉산데르 이사크, 미켈 메리노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성적도 2018-19 시즌 9위부터 2019-20 시즌 6위와 코파 델 레이 우승, 그리고 2020-21 시즌 5위를 이뤄내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2021-22 시즌에도 레알 베티스,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함께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을 하고 있다.

이 클럽의 레전드로는 1980년대 초반 세계 최고의 골키퍼인 루이스 아르코나다가 있으며 당대 스페인을 대표하던 중원 조합인 페리코 알론소와 헤수스 마리아 사모라가 있으며 당대 라 리가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 호세 마리 바케로와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인 헤수스 마리아 스트루스테키가 있다.



결론


대한민국에서의 인지도와 인기도는 높지 않지만 엄연히 스페인 축구의 한 축인 바스크 지역의 축구는 스페인 축구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었다.

비록 2017년 이후 바스크인들의 분리주의는 약화되어 분리주의 무장조직인 바스크 조국과 자유라는 단체가 해체되는 등 카스티야에 대한 적대감이 많이 줄었지만 그들은 아직도 자신의 민족과 자신의 축구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들의 구단을 적극적으로 응원한다.

그들의 열렬한 응원을 바탕으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3강에 비해 현격하게 약한 전력으로도 그들을 가끔 누르고 코파 델 레이나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에서 우승을 하기도 한다.

바스크인들은 비록 성적으로는 유럽 최강을 지킨 적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열기와 자부심은 유럽 최강의 수준이다. 이번 기회에 한 번쯤 알아보는 건 어떠한가?


2020-21 시즌 코파 델 레이 결승에서 만난 바스크의 두 거함. 이 경기는 레알 소시에다드가 빌바오를 이겼다. (출처: football-esp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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