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에 게 추천하는 공무원은?
대학 졸업반인 L 씨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공무원의 직렬을 보고 그 다양성에 놀랐다. 그저 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 행정직과 기술직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무수한 직렬은 L 씨를 당혹하게 했다. L 씨는 현직 공무원을 통해 어느 직렬이 좋을지 추천을 받고 싶었다. 과연 현직 공무원은 어떤 직렬을 추천할까.
먼저 공무원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자. 공무원은 크게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하부구조로 가면 갈수록 복잡 다난해진다. 국가직 직군에는 행정, 기술, 우정, 관리운영이 있고, 직렬에는 교정, 보호, 검찰, 마약수사, 출입국 관리, 관세, 사회복지, 사서, 통계 방호, 감사가 있다.
기술직군은 또 하부구조로 기상, 보건, 공업, 농업, 임업, 수의, 해양수산, 의료기술, 식품위생, 시설, 항공, 환경. 간호, 간호조무, 약무, 의무, 방재안전, 전산, 방송통신, 방송무대, 운전, 위생, 조리 직렬로 분류한다.
또 공업직렬은 일반기계, 농업기계, 항공우주, 전자, 원자력, 조선, 운전, 전기, 조선, 금속, 섬유 화공, 자원, 물리로 분류한다. 그 외에도 우정직, 연구직, 지도직, 특정직, 정무직, 별정직 등 다양하다. 특정직 공무원만 보더라도 법관, 검사, 헌법연구관, 군인, 군무원, 경찰, 소방, 외무, 교육, 경호, 국가정보원 등 너무나 다양하다.
사실 나 같은 경우도 공직에서 30년을 근무했지만 경험한 직렬은 고작 10 여개 정도에 불과하다. 다행히 특정직인 군인, 군무원, 소방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었고 일반직인 행정, 감사, 공업, 연구원, 농업, 보건, 간호, 방호, 차량, 운영직 등 다양한 직렬과도 근무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의 이런 이력이 그나마 글을 쓸 수 있는 이정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내가 겪은 경험치들이 어찌 보면 공직 생활 중 아주 혐의한 부분일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하여 편협된 사고를 가지고 올 수도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기에 올린 글에 대해서 공무원 직렬의 바로미터가 아닌 개인이 경험한 단순한 뇌피셜 정도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먼저 군인과의 근무했던 사례를 살펴보자. 내가 근무했던 과에는 현역 대령인 과장을 필두로 중령이 3명, 사무관이 3명이었다. 또 그 밑에는 소령이 3명, 6급 이하가 3명이었다. 군인의 경우에는 육군사관학교 2명, 해군사관학교 2명, 공군사관학교 2명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본부의 경우는 과장을 서기관, 부이사관 또는 대령으로 보하고 있었다. 사무관과 중령은 실무를 보고 소령과 6급 이하도 실무를 보고 있지만 차이가 있다면 중령과 사무관은 본연의 업무만 수행하고 소령과 6급 이하는 사무실 행정업무를 조금씩 병행한다는 것이다.
그 당시 감사관실은 공무원 50% 군인 50%였다. 감사반은 공무원과 군인이 늘 함께 편성되었다. 군인과 감사 나간 사례를 살펴보자. 국방과학연구소, 국방품질관리소 등 공기업이 그 범주안에 있었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해양조선, 삼성탈레스와 삼성테크윈, 한화가 그 범위 안에 있었다. 지방에서 파트장으로 근무할 때는 파일럿 출신 공군 소령을 파트원으로 데리고 함께 원가회계 업무를 수행한 적도 있었다. 이런 다양한 경험에는 여러 가지 느낀 점이 짙게 배어있다.
첫 번째는 현역 군인의 탁월한 업무 능력이었다. 그들은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석사 학위 이상의 우수한 자원이었다. 게다가 부대원 통솔했던 경험은 지휘관으로서 자질을 고양시켰고, 프레젠테이션 같은 기획력은 물론, 자신 있게 발표하는 행정적인 모습은 늠름했고 위용 했다.
두 번째, 그들은 철저한 계급사회를 세습하고 있었다. 신분제는 상하구조가 명확함에 따라 위관급 장교가 영관급 장교를 보면 '충성'하면서 깍듯하게 거수경례를 했다. 또한 회식이 끝나고 상급자가 식당에 소지품을 두고 왔을 경우에도 하급자는 그것을 챙기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세 번째가 그들은 진급에 모든 것을 거는 듯했다. 그것은 일반직 공무원하고는 양팔 저울로 달 수 없는 무게였다. 진급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악성 투서를 넣는 경우도 있었다. 군인은 계급정년제라는 신분적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인은 제때에 진급을 하지 못하면 제복을 벗어야만 했다. 과거와 달리 전역 후 받아주는 기관이나 업체도 많지 않았고 군무원으로 경력 채용되는 경우도 쉽지 않았다. 어떤 식으든지 살아남아야 했고 그것은 그들이 진급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던 귀납적 이유로 작용했다.
그리고 과거 장기 군사정권 독재부터 지나치게 군인을 우대해 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과거에 대위로 예편해서 지방의 면장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공직에서는 그들을 유신 사무관이라고 불렀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5급 사무관과 현역 대위의 직급체계를 수평화했기 때문이다.
내가 군인과 근무하면서 아이러니할 때가 있었다. 서기관 과장이 과원 중령과 출장 갈 때의 일이었다. 여비규정에 따라 서기관 과장은 KTX 일반실을 이용했고 실무자 중령은 KTX 특실을 이용했다. 숙박할 때도 서기관 과장은 한도가 4만 원이었고, 중령은 6만 원이었다. 대위가 사무관 대우를 받듯, 중령이 부이사관 대우를 받고 있는 규정 때문이었다.
그러면 소방직 공무원과의 근무는 어땠을까. 서기관급인 소방정 과장과 근무를 했었고 6급 상당인 소방경 팀원과 함께 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소방 공무원은 성실했다. 하지만 개인적 업무 능력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는 혼자 해도 처리할 업무를 3명이 수행하면서 버거워했다. 하기야 현장에서 구조구급하고 화재진압하다 온 소방공무원한테 전문성 있는 경리 업무를 맡겨 놓았으니 어쩌면 그것도 당연한 귀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내가 근무했던 곳은 소방학교와 본청이었다. 소방학교는 파라다이스였고 본청은 헬지옥이었다. 소방학교에서는 청사시설 중간관리자 업무를 맡았었다. 부수적으로는 여러 강의를 했었다. 소방시설관리법, 청렴부패방지법, 특별사법경찰 화재조사도 강의를 했었다. 강의하면서 느끼는 점은 소방직 공무원들은 일반직 공무원과 비교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일반직을 조금 경외하는 것 같았다.
소방 본청 업무는 끔찍했다. 국가 소방인증을 승인해 주는 중간관리자 업무를 맡았었는데 8시에 출근하면 나를 기다리는 것은 독사같이 푸른 눈을 뜬 민원인이었다. 그들의 그악스러운 폭거 앞에서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했다.
게다가 매일 아침 8시부터 회의를 해야만 했다. 악성민원과 지능민원 언론을 상대하면서 나는 지쳐만 갔고 그만큼 자존감을 잃어갔다. 그들은 내 희미해져 가는 의식 앞에서 오히려 청와대와 감사원, 경찰서에 민원을 넣는 것도 모자라 청사 앞에서 1인시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불량한 소방제품이 언론에 보도라도 되는 날이면 주말에도 사무실에 출근해 원인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모색하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정시 퇴근도 없었다. 퇴근시간이면 과원 전체가 종로 이마빌딩 지하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야근하러 사무실로 올라가는 일이 번번했다.
우리 팀원은 3명이었지만 열명이 해도 모자랄 정작 헬업무였다. 게다가 팀원이었던 주무관은 나이도 있고 업무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 중간관리자인 내가 실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사실 내가 그 일을 진득이 배겨 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기관장과 국장이 그나마 믿어주었기 때문이었다.
내 업무스타일은 스스로 공을 몰고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본청에서는 내가 공을 몰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민원인이 차고 가는 공을 쫓아가기에 바쁜 형국이었다. 정책을 결정하고 제도를 개선하기보다 전적으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했다.
불량 소방용품이 지상파 방송에 9시 뉴스 메인으로 보도된 적이 있었다. 한 달여간 스무 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질의요구를 해왔다. 과거 내 선임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서 대응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문책성 인사발령을 받았었다. 나는 의원실에 가서 그 많은 대한민국 소방용품을 담당자 3명이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성토했지만 지리멸렬했다.
공무원 추천... 사실 쉽지 않다. 공무원은 먼저 적성에 맞아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전공한 직렬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직렬이 적성에 맞는다고 하더라도 실제 업무는 직렬과 괴리되어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필기시험에 자신이 있고 수험생활을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다면 당연히 5급이나 7급 일반경쟁시험을 추천한다. 어쩔 수 없이 공무원도 계급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술직렬보다는 행정직렬을 추천하고 소수직렬은 비추한다. 소수직렬은 진급도 느리고 간혹 왕따를 시키는 정부부처도 있다고 들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공무원이 있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뇌피셜이므로 딴지를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로 소방공무원이다. 하지만 소방공무원도 체력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적성에 맞아야 한다. 내가 경험한 소방직 공무원은 성품이 선했다. 그들은 배려하는데 인색하지 않았고 응집된 단합력은 나를 감동시켰다.
선진국으로 진입할수록 소방 공무원이 인정받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소방공무원을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는다. 체력검사를 통해 임용되었으니 국가가 신체 건강을 보장해 주고, 정년이 보장이 되니 실업 걱정 없고, 사회적 인지도가 높으니 소방 공무원이 당당할 수 있는 연유일 것이다.
소방직 공무원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통계에 의하면 화재현장에서 순직하는 소방 공무원보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일반인이 훨씬 많다고 한다. 공단지역이나 관광지 같은 경우에는 소방 출동이 많지만 한산한 시골 지방의 경우는 출동이 거의 없다. 워라밸이 가능하다.
그리고 소방공무원은 봉사를 실천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경찰 공무원이 현장에서 범인을 잡고 수갑을 채우고 과태료를 끊는 가슴 아픈 일을 하는 것과 대조된다. 소방직 공무원은 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즉시 달려가 구출해 준다. 화재가 발생하면 진압해 주고, 벌에 쏘이거나 뱀한테 물리면 응급 치료를 해 준다. 그래서 국민이 신뢰하는 공무원 1위는 바로 소방 공무원이다.
또한, 다른 직렬보다 소방 공무원은 이직률이 낮다. 일반직은 의원면직을 숱하게 봐 왔지만 소방공무원은 의원면직하는 경우를 경험상 거의 보지를 못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겠는가. 소방 공무원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소방공무원은 화재 진압이 주업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소방 공무원은 화재, 방재, 구조, 구급, 행정, 훈련 교육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소방공무원은 화재진압보다 신축 건물에 대한 설계도, 현장 조사, 방염검사를 등 행정업무가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소방 공무원이 야간 대기를 한다는 것은 당연히 수고로움과 고단함을 동반할 것이다. 그 대신 개인 시간이 많이 나고 그만큼 수당도 많이 받는다. 그리고 나처럼 본청에 근무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일반직 공무원처럼 지독한 민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실 우리 아들도 소방학과 대학에 입학해서 의무소방을 제대하고 현재 소방직 공무원 시험 중에 있다. 대학에 들어갈 때는 소방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최종 합격한 충남대 수학과와 지방대 소방학과 70% 4년 장학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었다.
내가 소방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때는 아들은 귓등으로 들었다. 나는 결국 아들을 데리고 평소 친분이 있었던 소방학과 대학 교수님을 찾아갔다. 아들은 소방학과 교수와 면담을 하면서 진로는 결정하는 데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소방공무원을 너무 미화시킨 부분도 있을 것이다. 화재현장이나 재난현장에서 접한 흉측한 시신을 처리하면서 많은 소방공무원들이 직업성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고 한다. 또, 긴급 출동을 알리는 벨 소리만 들어도 이명의 자각증상에 시달린다고 한다.
하지만 쉬운 공무원이 어디 있을까. 초반에 언급했던 것처럼 공무원을 추천하는 것은 계량화된 수치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아마 현직 공무원마다 추천하는 직렬이 판이한 양상을 가져올 것이다. 그저 개인의 경험과 사유 정도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러시아 속담에 전쟁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라는 말이 있다. 예비 공무원 수험생들이 공무원 직렬을 고를 때 모든 변수를 염두에 두고 다각적으로 숙고하여 후회 없는 공직생활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