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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돌 Jun 29. 2023

공무원, 필기시험 없이 합격할 방법은 없을까요?

공무원의 꿈



공무원이 꿈인 M 씨. 대학 졸업반을 앞두고 있지만 사실 공부에는 자신이 없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겪을 지난할 여정을 생각하면 도전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그래도 공무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M 씨다. 공무원 필기시험에 자신이 없는 M 씨가 시험을 보지 않고 공무원에 임용될 방법은 없을까. 



공무원 시험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어렵다고 한다. 오죽하면 공시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을까. 수험생이 몇 년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낙방하고 결국 포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시간과 인력낭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수험생 입장에서도 몇 년간 형극의 길을 꾸준히 걷고도 경제적인 이유, 혹은 어떤 피치 못할 사유로 포기했다면 그 아쉬움은 두고두고 심상한 일로 남을 것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본인의 환경적 조건을 고려하기 위하여 사전에 공무원 시험 제도에 대한 방법론적 고찰이 필요하다. 


공무원 시험은 어찌 보면 대학 입시와 유사하다. 대학입시에서 본인의 수능 점수를 고려하여 대학과 학과를 지원할 수 있는 것처럼 공무원 시험도 본인의 예상 수험기간이나 목표 점수를 감안하여 층위적 지역 선택이 가능하고 다양한 직군(직렬)에서 본인의 시험 수준을 고려하여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대학 입시전형에서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이 있는 것처럼 공무원도 공개경쟁시험과 경력경쟁시험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시험과 면접으로 평가를 하는 방법이고 후자는 시험 없이 자격증과 면접으로 평가를 하는 방법이다. 특히 비인기 지역의 경우는 공무원 경력경쟁채용의 경우 경쟁률이 그다지 높지도 않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공무원 합격점수와 삶의 만족도는 비례하지 않다는 것이다. 합격점수가 낮은 지방직 공무원이라고 해서 무의미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비인기 직군(직렬)이라고 해서 공무원의 보람이 상쇄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합격점수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기관이나 직렬이 헬지옥인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세종근무를 위해 국가직을 지원했지만 지방에 있는 소속기관에 발령받아 근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수험생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 바로 공무원은 임용 후에도 얼마든지 조직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정부부처로 옮길 수도 있고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혹은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신분전환할 수도 있다. 이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인사혁신처 나라일터를 통해 인사교류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가 공무원 경력채용을 통한 임용 방법이다. 


첫 번째 인사혁신처 나라일터를 통한 인사교류에 대해 살펴보자. 공무원 나라일터 사이트를 들어가면 본인의 연고지로 가거나 적성에 맞는 기관을 찾는 수많은 공무원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직급이 달라도 강등조건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직급과 직렬 조건만 맞는다면 내가 원하는 지역이나 희망하는 정부부처에 인사교류를 신청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공무원 경력경쟁을 통해 전보하는 것이다. 각 정부 기관에서 수시로 공무원 경력경쟁 채용을 한다는 것은 나라일터를 들어가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지원조건이 현직 공무원 대상임에 따라 경쟁도 그다지 치열하지 않다. 또한 더 높은 직급으로도 지원이 가능하다. 그리고 시험도 없이 면접만으로 합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정부부처가 신설되면 대다수 공무원을 경력경쟁으로 뽑는다. 올 하반기에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신설될 것이다. 많은 공무원을 경력경쟁 채용으로 뽑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관심 있는 공무원은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사교류나 경력채용을 통해 전보한 실례를 찾아보자. 비근한 예로 나 같은 경우도 인사교류를 통해 방위사업청에서 소방청으로 정부부처를 옮겼고, 다시 소방청에서 보건복지부로 인사교류했다. 운이 좋은 것도 있지만 사실상 형식적인 면접에 기인했다. 


내가 방위사업청 감사관실에 근무할 때 사례를 살펴보자. 감사국장은 감사원에서 3급 과장으로 근무하다가 고위공무원 감사국장으로 경력채용으로 임용되었다. 3급 과장에서 나급 고위공무원으로 임용되었으니 2계급을 한꺼번에 승진한 셈이다. 



당시 감사과 사무실에 사무관 세 분 중에 두 분이 경력채용으로 임용되었다. 한분은 국방부에서, 한분은 정보통신부에서 들어오셨다. 또 함께 근무했던 사무실 직원은 전남 지방직으로 조직을 옮겼다. 내 동기도 서울시 지방직으로 인사교류해서 옮겼다. 


내가 중앙소방학교 계장으로 있었을 때 계원이 세 명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나까지 포함하여 4명 전부 인사교류한 직원이었다.. 두 명은 각각 경기도에서 지방직 공무원하다가 소방청 국가직으로 인사교류해서 왔다. 다른 한 명은 7급공무원 경력채용되어 소방청에 왔는데 4년 만에 다시 원자력안전위원회로 경력채용되어 갔고 현재는 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시험에 자신이 없는 수험생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것이 있다. 바로 자격증만으로 뽑는 경력경쟁채용 도전이다. 해당 자격증만 있으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특히 지방이고 격지의 경우에는 경력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경쟁률이 결코 높지 않기에 운이 좋으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모집분야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보건, 농업, 건축, 환경, 전산, 해양, 수의, 간호 등 관련 자격증만 있으면 지원이 가능하고, 실무경력이 있으면 우대를 받는다. 현재 우리 사무실에도 공업과 시설 직렬이 필기시험 없이 자격증만으로 면접을 통해 경력경쟁 채용으로 임용된 직원들이다. 


우리 옆집에도 작년에 경력경쟁채용으로 간호조무직 공무원에 임용되신 분이 있다. 그분 같은 경우는 나이 마흔을 넘어 간호조무직 공무원에 임용되기 위하여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6개월간 인근 병원에서 실무경력을 쌓은 후 당당하게 간호조무직 공무원이 되었다. 

 

다만, 경력경쟁채용의 경우 공무원 임용 후에 4년간 전보제한을 받는다. 4년간 타기관으로 전보할 수 없다는 일종의 족쇄다. 족쇄를 채워놓지 않으면 경력경쟁채용으로 합격해 놓고 본인이 희망하는 지역이나 부서로 철새처럼 떠날 것이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4년이라는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전보를 막아놓은 것이다. 


그래도 인사담당은 힘들어한다. 4년이라는 전보제한이 끝나면 많은 공무원이 인사교류를 통해 본인의 연고지나 대도시로 우수수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막을 방법이 없다. 인사담당 입장에서 보면 경력채용 모집공고를 내고, 지원서류검토하고, 면접시험 보고, 신원조회 의뢰하고... 힘들게 뽑아놓았는데 4년의 경력이 쌓여 업무에 능률이 오를만하면 타기관으로 전출을 가니 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이겠는가. 문제는 아직도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힘들게 공무원에 합격해 놓고 직장 상급자의 갈등문제, 또는 조직의 적응 문제, 혹은 적성문제로 너무 쉽게 의원면직한다는 것이다. 묵묵히 버티다가 인사교류나 공무원 경력채용을 통해 얼마든지 다른 부처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공무원의 업무는 천차만별이다. 본인이 근무하는 공무원의 업무가 모든 공무원의 업무를 대변할 수는 없다. 예컨대 공무원의 업무는 개미가 코끼리 뒷다리를 만진 격이다. 코끼리 뒷다리를 만져보고 어떻게 코끼리를  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공무원의 업무는 부처별로, 직렬별로, 과별로 층위적 다양성을 보인다. 


30년 전, 나는 공무원 7급 화공직 준비를 했었다. 집안 환경은 대학 졸업한 후에 수험생활을 이어갈 만큼 경제적 여력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지 졸업 전에 취직을 해야만 했다. 결국 7급 시험에 낙방하고 나는 소방직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힘들게 대학을 보내 놓았더니 왜 위험하고 힘든 소방관 일을 하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소방공무원에 적을 두어 소방직 시험에 응시한 것이 아니었다. 소방직 공무원은 야간 대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다른 공무원보다 시간이 많이 난다. 국가직 7급 준비하는데 바로미터로 삼기 위해서였다. 소방직에 근무하면서 다시 한번 마지막 7급 시험 준비를 위한 포석이었고 그래서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한 마지막 항전이었던 것이다. 


공무원 시험준비를 할 때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다. 바로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이라는 고시 합격기였다. 그 당시 이 책은 수험생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수험생들이 마음을 다잡고 공부했다. 농부의 아들이 어려운 사법고시에 합격한 내용부터 구두닦이 하다가 외무고시에 합격한 수험생의 절절한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기고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내가 소방직 공무원 시험을 본 것도 이 책으로 말미암았다. 고시함격기 중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시준비를 이어갈 수 없는 수험생이 있었다. 이 수험생은 더 이상 경제적 어려움으로 수험공부를 준비할 수 없게 되자 고시공부를 포기하기보다 소방직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야간시간에 틈틈이 공부하다가 마침내 사법고시에 합격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이 고시합격기를 읽고 난 후 소방직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마지막 7급 공무원 준비를 불태우고 싶었다. 그래서 소방직 공무원 근무하면서 당당하게 국가직 7급 시험에 합격하고 싶었다. 다행히 나는 대학 졸업 전에 국가직 9급에 합격할 수 있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무원 임용방법은 다양하고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방직 공무원이 합격이 쉽다고 해서 섣부르게 주소지를 지방으로 옮기는 오류는 범하지 말자.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방직 공무원의 경우는 일부 지역제한을 두기 때문에 경쟁률이 약할 수 있지만 만약에 떨어질 경우에는 또 다른 거주지 제한으로 타지방에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의 다각적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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