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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글게둥글게 Oct 27. 2022

내 작은 남자 친구

친구들은 스무 살이 되자마자 지갑에 주민등록증 대신에

운전면허증을 넣으며 어른이 된 티를 냈다.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운전을 못해서 불편한 점 하나 없이 그렇게 시간은 잘도 굴러갔다.

그러다 서른여섯 살, 결국 운전면허증을 갖게 됐다.

아이가 있으면 운전은 필수라는 부추김에 드디어 넘어가버린 것이다.      

운전을 시작하고 한동안은 나에게 이런 베스트 드라이버 재능이 있었나 싶었다.

운전 3개월 차 주제에, 남의 운전 실력에 훈수를 둘 정도였다.

자만심은 주차장 사고 3회로 연결됐고 한동안 운전을 멈췄다. 


두어 달 자숙 후, 슬슬 몸도 근질거리고 주변에서 운전은 할수록 는다며

다시 운전하기를 다그쳤다.

그래서 용기 내, 차를 몰고 외출에 나섰다.

순조로운 주행을 마치고 드디어 주차장 도착.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차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길을 막아버렸다.

일단 기다리는 운전자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연신 굽실거렸다.

그리고 몸이 후끈후끈해질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해 

핸들을 요래조래 돌렸다. 

답답한 마음에 "어떡하지, 어떡하지." 중얼거리는데 아들의 격려가 시작됐다.

"힘내라. 힘내라 우리 엄마 힘내라. 엄마 내가 뒤에 잘 보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상대방 운전자에게) 아줌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우리 엄마가 지금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열화와 같은 아들의 응원에 힘입어 주차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내 작은 남자 친구가 이렇게 든든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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