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두 달 차 학습 기록
바이올린을 배운 지 이제 막 두 달이 되어간다. 새로운 걸 배우다 보니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벌써 두 자리 수의 글을 썼다. 굉장히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너무 같은 이야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다른 이야기인 것 같지만 두 달 만에 벌써 재미가 없어졌다는 얘기, 그만둘지 고민한다는 얘기, 그럼에도 해보고 싶다는 얘기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너무 같은 얘기인데 괜히 쓰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 썼던 글부터 다시 봤다. 불과 몇 주 전에 쓴 건데도 굉장히 달랐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이렇게 느꼈다고?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보는 것 같았다.
초반에 나는 바이올린 학원 등록을 굉장히 고민하고 용기 내서 한 일이었다. 지금은 너무 당연스럽고 오히려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학원 수강이 처음엔 긴장되고 떨릴 정도의 일이었다는 게 새삼스럽고 신기하다. 어떻게 두 달 만에 변할 수 있을까? 물론 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했지만 이런 식의 변화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묘한 감정이 든다.
그때의 나는 용기 내 등록한 학원이 너무 좋았고 바이올린을 배우는 게 재밌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만할까 고민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다. 처음부터 입문에만 목표를 가지고 있었긴 하지만 그래도 약간 이상하기도 하고 어쩐지 스스로에게 서운하기도 한 일이다.
어떤 일이든 늘 설레고 재밌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본인의 취미가 됐든, 직업이 됐든 뭐든 설렜던 그 감정이 쭉 유지가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이래서 슬럼프가 오는구나 싶다. 오히려 활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일직선으로 긋는 것도 어려웠던 그때의 내가 바이올린을 배우는 걸 더 좋아했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활을 잘 긋고 소리도 더 나아졌고 음도 더 많이 낼 수 있지만 그때의 내가 느꼈던 재미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한 마디로 사람은 무언가에 익숙해졌을 때 슬럼프가 오는 것 같다.
권태기도 그렇지 않나? 그 사람에 대해 새로이 알고 싶은 것도 없고, 다 알고 있는 것 같고 그 사람이 너무 익숙하고 편해졌을 때 권태기가 오지 처음부터 상대가 권태로운 사람은 없다. 안 맞는 사람이면 친해지지도 않았겠지.
지금 내가 바이올린을 배우는 과정은 슬럼프라고 하기엔 거창한 감이 있지만 글을 쓰다 보니 그런 생각도 든다. 만약 이게 진짜 슬럼프의 일종이라면 내가 계속했을 때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성장은 우상향 곡선이 아닌 계단식이라고 한다. 다이어트도 하다 보면 아무리 운동량을 늘리고 식단을 조절해도 절대 빠지지 않는 구간이 있고, 전공이나 직업 등 한 분야에 오래 공부하고 배울 때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는 기간이 생긴다. 그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일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해지는 게 왜 나쁜 걸까? 왜 정체되는 걸까? 슬픈 일이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늘 성장하기만 했을 때 사람의 성취감도 그만큼 비례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브레이크를 잡는 법을 모르게 되지 않을까.
슬픈 일이긴 하지만 내 직업이나 직장을 대입해 생각해 본다면 내가 그만큼 익숙하고 능숙해졌다 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초보자 시절을 벗어났기 때문에 슬럼프라는 것도 오는 거 아닐까? 그렇다면 슬럼프가 왔다는 건 내가 분명히 성장했다는 증거도 될 것이다.
아무튼 나는 단순히 배우고 싶었던 악기를 배우며 취미 생활을 영위하고 싶었던 거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많은 걸 느끼고 깨닫게 된다. 이것 또한 바이올린을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나중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봤을 때 그땐 또 어떤 새로운 감정을 느낄지, 그때의 나는 또 얼만큼 성장했으며 무슨 또다른 고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 모습을 기대하며 바이올린을 더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