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렇게 어렵나
사회 문제는 다양하다. 대한민국에 산재하는 사회 문제 중에 과연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이 있을까. 하나하나 모두 해결해야 하는 과업이겠지만 그 중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이다.
은둔 청년에 관한 유튜브를 봤다. 취준 공백기가 길었던 나도 그들이 겪은 것이 어떤 건지 얼핏 느껴는 보았는데,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제발 우리 사회가 실패에 관대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이 생각은 그 전부터 해 오던 것이다. 그 유튜브에 나온 분이 하신 말씀 중에 공감됐던 것 중 하나가 '가난했던 시절부터 선진국 반열에 올라오면서 어렵게 살았던 세대들이 지금 세대에게 불안을 많이 투영한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서 생각이 깊어진 건 여러 세대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거였는데 너무 급진적으로 성장해온 나라이다보니 정체되어 있는 삶을 눈 뜨고 봐주지를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분명 윗 세대들의 성실함, 노력으로 발전을 이룩해온 것이 맞다. 그리고 실제 개개인의 삶을 돌아보았을 때 열심히 살지 않으면 당장 내일 먹을 게 없는 삶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니 내일 내가 살아있으려면 오늘의 나는 일을 해야만 했다. 그러한 인식은 현재에 와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흔히 말하는 '인생의 공백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은둔 청년, 혹은 공백기, 혹은 그 이외의 모든 실패 등등 인생에서는 분명 크고 작은 실패들이 존재하며 에둘러 갈 수도 있고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데 너무 빨리 발전해온 탓인지 직선이 아닌 인생, 늘 뛰고 있는 인생이 아닌 나머지를 전혀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반드시 노동을 해야 하는가? 최근에는 가짜 노동이란 개념도 등장하면서 미래에는 인간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 논리에 따지면 노동으로서 개인의 삶을 증명한다는 건 시대 착오적인 발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하지 않은 시간이 그렇게 죄악으로 여겨져야 하는 것인가? 현 세태는 은둔 청년, 미취업 청년 등의 삶과 행동을 거의 죄악시 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래에는 노동의 가치 자체가 점점 떨어지는데 어째서 1인분도 하지 못하는 인생이라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걸까.
그 유튜브 콘텐츠에서 말한 것 중 또다른 하나는 은둔 청년도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은둔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플랫폼이 '알바천국'이라고 한다. 그 뜻은 은둔 청년들이 알바를 구하고자 구인 사이트에 드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인 사이트에 접속한 은둔 청년들이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고 싶어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온몸으로 이 삶을 벗어나고 싶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삶을 실패자라고, 패배자라고, 너는 잘못 됐다고 말할 자격이 과연 누구한테 있다는 것일까.
어찌보면 돌아돌아 멀리 가는 인생이다. 몇 년이란 시간을 낭비하고 허송세월 한 것이라 보이는 인생이다. 그런데 그러면 안되는 걸까? 내 인생 내가 좀 낭비하면 안되는 걸까? 그 가치 판단은 누가 하는 걸까?
누구나 실패한다. 크든 작든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과거의 왕들도 실패했고 현재의 대통령들도 실패한다. 나라를 이끄는 사람도 실패하는데 개인이 인생에서 실패 좀 겪으면 어떠한가. 실패하면 안된다 말하는 사람들은 본인 인생에 절대 실패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건 지나친 자만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관용을 베풀어 실패를 용인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실패할 수도 있고 다시 딛고 일어날 수도 있다. 딛고 일어나는 게 힘들어 주저앉아 잠시 쉴 수도 있고 그 쉼의 시간이 조금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모두가 괜찮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하니까. 그럴 수 있다. 잘못된 것도, 큰일날 일도 아니다. 그저 모두 그렇게 살고 있으니 그럴 수 있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