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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 Feb 29. 2024

아망드초콜릿을 만드는 이유

…아망드초콜릿을 아는가? 작은 아몬드 알갱이 하나하나에 캐러멜과 초콜릿이 겹겹이 쌓여 만 들어지는 그 작은 한알 말이다. 그 작은 한알의 아몬드 초콜릿이 만들어지기 위해 볶은 아몬 드 더미 위에 녹인 초콜릿이 한 스푼 들어간다. 그 초콜릿 한 스푼을 모든 아몬드에 고루 묻히 기 위해 수없이 달그락 거리며 뒤적인다. 한 스푼의 초콜릿으로 아몬드 더미를 다 묻힐 수나 있을까 싶지만, 그만큼 많이 뒤적이면 된다. 열심히 젓다보면 팔과 손목은 아파오고, 아몬드에 묻혀야 할 초콜릿은 주변 그릇이나 옷 따위에 묻기 십상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한 스푼의 초 콜릿으로 아몬드 더미를 감쌀 수 있는 정도는 아주 얇게 감사인, 이른바 초콜릿이 묻힌 정 도다. 아몬드 더미를 초콜릿과 어우러진 달콤한 아망드초콜릿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위의 일 련의 과정을 10번에서 20번까지 반복해야 한다.


이 고루하고도 힘든 과정을 왜 사람들은 사서 고생할까, 나는 초콜릿 속 아몬드를 휘저으면서 궁리했다. 이와 비숫한 공산품의 비숫한 아몬드가 있는 초콜릿을, 우리는 재화를 지불하고 아 주 쉽게 얻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하여 누군가는 굳이 이 어려운 과정을 걷는다. 단순히 나와 누군가는 이 고루한 과정 또는 결과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행위를 하는 것일까? 단순히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까?


요리를 단순히 취향적인 면모만으로 취급하기에는, 그 근원을 다른 여타 행위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요리를 함으로써 얻는 것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다. 인간의 필수요소인 의식주 중 생존과 직결되는 '식'을 요리라는 과정을 통해 얻는 것이다. 물 론 '요리'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 생식과 같은 생존을 위한 방법도 있겠다만, 구석기 불로 만 들어진 최초의 요리부터 현대까지 와 인류가 보편적으로 먹는 음식 대부분이 요리라는 점을 감안해 주길 바란다.


아무튼 요리라는 이 필수불가결적인 행위는 우리 인간이 인간답게 생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련의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요리는 단순히 취향, 취미로 판단하기에는 생 각보다도 더 넓고 더 필수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혹자는 정말 요리라는 이 행위에 재주가 없고, 취향마저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생존의 필수 적인 이 행위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바를 제공하며 생존한다. 이 요 리도 일종의 교환을 통해 시장과 경제가 돌아가고, 그래서 나와 당신도 요리에 하루를 투자하 지 않고도 다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와, 요리는 결국 현대에 이르러 호불호만으로 판단되는 취향으로 전락하고 만 것인가? 나는 이 의문점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

요리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를 살펴본다면 '여러 조리 과정을 거쳐 음식을 만듦. 또는 그 음식. 주로 가열한 것을 이른다.'라고 기재되어 있지만, 한편 또 다른 의미로는 '어떤 대상을 능숙하게 처리함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도 한다.


이 사전적 의미로써 우리의 하루를 돌아보자면, 우리는 오늘 하루도 열심히 하루를 '요리'했 다. 오늘 당장 당신이 정말로 주방에서 멋진 요리들을 하였든, 또는 사무실에서 사무업무를 처리하며 식당 식사나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웠든, 집에서 하루를 쉬어가며 시간을 보냈든 상관없다.


당신은 오늘 하루를 늘 그랬듯이, 능숙히 보냈다.


당신의 오늘 하루가 새로운 일들로 가득 차 버거울 만큼, 서툴게 일들을 해결치 못했더라도 마 찬가지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당신은 눈을 뜨고 일어나 끝내주는-그것이 어떤 의미 로든- 하루를 요리하고 이 글을 읽고 있을 테니 말이다.


세월이 만들어주는 요리도 있다. 가령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에 이르는 숙성을 거치는 요 리들 말이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요리가 그중 어떠한 종류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의 하 루가 매일 어떠한 결과 없이 챗바퀴마냥 굴러가는 느낌일지언정, 당신의 하루하루가 매일 숙 성되고, 그만큼 더 멋진 요리가 탄생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마치 아망드초콜릿처럼, 묻히는 건지도 모를 정도로, 아주 조금씩 스며드는 것처럼. 언젠가는 달콤한 초콜릿덩어리로 감싸질 그 아몬드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 요리-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성으로 부여하는-라는 행위를 굳이 우리가 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행위의 결과인 요리를 먹을 스스로 또는 누군가에게 또 다른 지속성, 삶을 부여하고 싶은 요리사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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