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말하는 커피 스니퍼 독서 모임
5월.
우리의 주제는 각자의 최대 관심사 관련 책 읽기였습니다. 막상 주제가 정해지고 동료의 관심사도 궁금했지만, 정작 내 관심사가 무엇인지 생각지도 못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관심사라고 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업무와 관련 없는 책이어도 상관없겠지라는 고민이 잠깐 스치기도 했어요.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고 고른 결과 그에 걸맞게 이번 모임의 책도 어김없이 다양했습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처음으로 사무실과 매장이 아닌 야외에서 모임을 가졌다는 것. 오후 6시라는 조금 늦은 시간이 마음에 걸렸지만 계절 덕분에 해는 길었고, 돗자리를 펼치는 순간 야유회에 온 것 마냥 설레는 기분밖에 들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우리는 도시락 대신 디저트와 각자의 책을 꺼내들었습니다. 한 달간 책을 읽으며 덮는 순간까지 느꼈던 감정도 꺼내보니 푸짐한 한상이더라고요. 그렇게 매니저님의 '저부터 할게요!'라는 외침으로 다섯 번째 스토커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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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 최대 관심사 책 읽기
혜현 -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김상현)
서라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민혁 - 컨셉수업 (호소다 다카히로)
세민 -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이본 쉬나드)
정희 - 김부장 이야기1 (송희구)
혜현님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앞으로의 변화에 있어서 기대와 설렘 등 모든 감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업무, 환경, 일을 마주했을 때 갖추고 있어야 하는 태도랄까요? 특히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라는 내용 중에 처음 커피를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어요. 늦었다고 생각했고, 서울까지 올라가서 하는 게 맞냐는 소리도 들었지만, 더 늦기 전에 시작해 보자는 마음이었고 결국 그때라도 시작하길 잘했다. 싶거든요. 무슨 일이든 두려움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서라님
루틴에 대한 관심사가 높아지는 요즘이에요. 루틴대로 살기란 쉽지 않음을 알기에 루틴의 정석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한 달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어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라는 내용을 보면 하루키는 습관으로 200자 원고지에 20매 정도만 쓰고 멈춘다고 해요. 아침 시간 4~5시간을 활용해서 말이죠. 그 뒤 '재운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진득하게 재운 작품은 나에게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해요. 이 목록의 내용처럼 그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루틴을 제 일에 녹여 보기로 했어요. 예를 들자면 매장 마감도 끝냈을 땐 완벽하다고 생각했지만, 다음날 보면 부족하고 놓치고 간 흔적들이 보이는 것처럼 한 발짝 멀어져 몰입에서 벗어나 바라볼 때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이는 것처럼요.
민혁님
평소 관심이 있는 장르를 떠나 다른 분야를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도서입니다. 제가 조금씩 하는 업무와도 관련이 있고요. 우리가 아는 수많은 브랜드의 컨셉 속에는 섬세하고 정교한 기술들이 들어갔다는 것과 내가 알고 말하던 컨셉이라는 것은 추상적인 생각 정도였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어요. 컨셉을 만든다는 건 감각의 영역인 듯 보이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 책에서는 더 지적이고 탄탄한 방향성을 제시해 줍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가 가진 감이나 느껴왔던 것들을 토대로 무언가를 만들었다면 이제부터 책이 제시하는 설계도를 이용해 창작을 시도해 보려 해요.
세민님
'관심'이라는 주제를 보고 바로 떠올린 책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남들이 좋아하는 것. 세일즈에 있어서 가장 사색하게 되는 두 갈림길이 아닐지 생각이 드는데요. 과연 둘 중 '신념'이라는 바람에 휩쓸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길은 어느 곳일지 생각하게 돼요. 책 내용 중 파타고니아는 '지루한 넥타이쟁이가 아닌 떠돌이 동반가를 채용하길 원한다' 이 말인즉슨 본질을 사랑하는 것이 최대 자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을 바꾸는 것은 천재가 아닌 '또라이'라는 말과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들였어요. 내 일과 접목한다면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닌 진짜 있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커피 스니퍼의 본질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내는 것' 등 많은 생각이 떠오르더라고요.
정희(필자)
이사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 부동산 관련 책을 읽어 보고 싶었어요. 처음 선정한 책이 절판되어 후보를 찾다가 추천받은 책인데 생각했던 분야의 책이라기보다 경제를 바탕으로 한 사람 사는 이야기더라고요. 집과 회사를 중심으로 인간관계와 시기 어린 질투, 감정 없는 투자가 어떤 일을 초래하는지 보여줍니다. 내 인생의 밑바닥을 보였을 때 누가 곁에 있는지에 따라 제2의 인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는 점, 남들과 비교하는 인생이 아닌 나 스스로 만족하는 인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보신 분이라면 꼭 읽어 보셨으면 해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작은 투자여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은 계속 상기시켜야 하겠더라고요. 어떤 투자가 나에게 맞을지 공부하며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모두의 발언권이 끝나고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매니저님께서 던진 마지막 질문이었어요. "여러분도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경험이 있나요?"라고 물으셨거든요. 매니저님과 서라님은 커피를 시작한 나이, 민혁님은 영상, 세민님은 브랜딩, 저 같은 경우 오히려 일찍 접하고 일찍 접은 '글'을 스니퍼에 와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우리 모두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일을 현재 맡은 바 일로서 진행 중인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신기하더라고요. 일찍 시작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우리가 밟아 온 다양한 경험들이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일에 녹일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다가왔고요. 연관성이 없는 경험일지라도 언젠가는 모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독서 모임은 책을 읽으며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도 맞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아 깨닫고 배우는 과정이 더욱 값진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론의 시간이 즐거웠던 다섯 번째 모임을 무사히 마치며 6월. 여름의 독서 모임을 준비하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 우리 이야기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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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경험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