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가?

by 다니


모든 사람은 본인에게 무엇이 없는 만큼, 다른 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믿을 것인가?

알고 보면, 소름 돋을 정도로 신은 공평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길흉의 기운이 들어오고 나오는 시기가 다양할 뿐이라면,

그걸 또 받아들이는 당사자들의 태도에 따라 더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면.


타고난 집안, 건강, 성격, 시대적 특징을 거스른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본인에게 주도권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커다란 ‘세상’의 망망대해에 갑자기 놓아진 우리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황도, 타고 있는 배도 다 제각기이지만, 운전대에 앉아서 시작하는 건 똑같다.


어쩌면 운전대에 앉는 것부터 해야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들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기본적인 그것조차도 없는 경우이다. 그러나 나는 기적을 믿기에, 그들에게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찾기 어려운, 놀라운 강인함과 이겨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발견하고 발현해 내는 것 또한 주도권을 가진 본인의 몫이자 선택이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비록 청력이 조금 약하게 태어났지만, 분명 다른 강한 것이 있음을 상기하려 한다. 실제로 나는 시력이 좋은 편이다. 시력도 어릴 땐 난시가 심해서 안경을 고려했지만, 극복해 양쪽 1.0의 시력을 가지게 됐다. 나는 큰 수술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수술할 만큼 사고가 나거나 다친 적도 없을뿐더러, 마취를 할 만한 경우가 전혀 없었다. 아마 내 첫 수면마취는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때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 음식물 알레르기도 없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싫어하는 음식은 있어도, 체질적으로 안 맞거나 못 먹는 음식은 없어서 고루 잘 먹는다. 강아지와 고양이 알레르기도 없다. 사랑스러운 동물들을 맘껏 가까이할 수 있다. 피부가 건강한 편이다. 가끔 뾰루지가 나지만, 매번 할인하는 화장품으로 바꿔 사용해도 보습만 잘 되면 문제없다.


이렇게 나열해서 적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나에게 없는 것보다, 주어진 게 더 많은 거 아닐까?’

나에게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는다면. 한순간 사라진다면. 그렇게 더 없는 것에 휘말리다 ‘죽음’의 폭풍우에 삼켜진다면. 나는, 죽어서 후회할 것인가. 과연 죽어서 ‘후회’라는 걸 할 수나 있을까?




‘감사’하는 것은, 삶을 삶답게 살아가는 원초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냥 단순히, 감사라는 감정에 빠져 잠깐의 행복을 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장에 나간 참여자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와 장점은 무엇인가 필히 확인하고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은 당연한 기본이자,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난 살아남기 위해 ‘감사’를 한다. 인생에 추구하는 걸 따라가다 보면, 자꾸 세상에 비교 대상들만 보이고, 상대적으로 내가 약하고 부족한 점만 더 집중하게 되기에 중간중간 의도적으로 환기해 줄 필요가 있다.


나에겐 이러한 강점이 있지.

나는 이런 부분에선 불편함 없이 살아왔어.

여태 이런 걱정은 안 하고 산 게 참 감사하네.

무사히 지나간 오늘도 어쩌면 기적일지도 몰라.

내 주변에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존재들이 있다니.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어서 너무 행복해.

오늘따라 유독 침대가 포근한 것 같아.

나보다 앞서 경험한 선배들의 이야기들로 위로와 조언을 쉽게 얻을 수 있어.

나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




현시대는, 똑같은 시간 속에서도 너무 빠르고 다양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평화와 전쟁이 공존하는 세상이자, 뛰어난 의료기술과 무서운 병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예측불허한 혼동의 시대이다. 그럴수록, 본인의 강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새겨야 한다. 더 강한 자신을 바라는 건, 결국 본인의 현 상황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능이 앞섰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과한 욕심을 구별해야 한다.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잘 파악하는 게 세상의 지혜임을 일찍이 깨달아야 한다.


그대는 이 전장에서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는가?

우리는 자신에게 그 무궁한 발전과 기회가 있다는 걸 얼마나 알아채고 있는가?

자신도 잘 모르면서, 세상을 잘 안다고 자만하는 자들의 인생 난이도는 어디까지 올라가나?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그대는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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