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이루고 싶나요?
23살, 나는 작은 옥탑방을 얻어서 반년 이상 혼자 지냈다. 말 그대로 정말 찐으로 혼자. 어느 정도였냐면 친구들과 당시 남자친구한테도 당분간 연락 못할 거 같다고 선전포고를 하고 잠수를 탔다. 생각해 보면 진짜 손절각 상황이었는데 그걸 이해해 준 사람들에게 참 고마웠다.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꼭 굳이 해야 되냐고 그랬는데 맞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다.
난 당시 내 작업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1, 2 학년에는 이것저것 다양한 것들로 시간을 보내고 (봉사, 연극, 연애 등등..) 얼렁뚱땅 3학년도 후딱 지나가 버렸다. 곧 4학년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런 상태에서 졸업을 하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사회에 내버려질 것 같았다. 실력 없는 미대 졸업생. 그런 타이틀로 스스로를 낙인찍히고 싶지 않아서 고립을 선택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작업이 무엇인지 찾고 싶었다. 집중하기 위해 혼자를 가 되기를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어차피 당시엔 책임질 것도 없었던 2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모아둔 돈으로 몇 달을 혼자 생활했다.
처음엔 그냥저냥 지낼만했다. 근데 시간이 지나니 혼잣말이 늘더라. 말 많은 내가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게 좀 불편했다. 특히 밤이 되면 아주 무서웠다. 외로웠고 고독했다. 많이도 울었다. 무섭다고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럴 때마다 글을 썼고 그림을 그렸고 나에게 집중했다. 너무 무서우면 눈을 꾹 감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니 고독을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됐다. 당시 살던 동네는 서울이었지만 후미지고 시골스러웠다. 뭐 나름 운치 있다고 느끼면서 산책도 나가고 사색을 즐겼다. 불편한 점이 더 많은 동네였지만 나에게 집중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니 고독을 넘어선 시점이 오더라. 난 결국 원하는 가치를 얻었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작업으로써) 그때 느꼈다. 진짜로 원하는 걸 얻으려면 혼자를 견뎌야 하는구나. 그때를 기억하며 앞으로도 나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모든 걸 다 끊고 또 묵묵히 견딜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선 절대 못 사는데 외로워서 어떻게 그래? 그럴 수 있는데 당연히 사람들을 만나서 감정을 공유하고,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 그건 무조건 맞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갖고 싶은 걸 위해(가치) 선택적으로 혼자가 되는 걸 할 수 있냐 없냐 이야기이다. 그럼 반대로 하루종일 사람들과 붙어있는다고 외로움이 없어질까? 아니라는 걸 대부분이 알고 있다. 어차피 모든 인간은 극한의 고독함을 느끼며 산다. 애매하게 고독할바엔 완벽하게 고독해지는 게 오히려 정신건강에 더 좋다. 아닐 것 같지만 팩트더라.
고독의 시간을 정말 잘 보내면 나를 알게 되고 내가 뭘 원하고 내가 뭘 해야 되는지 깨닫는 시간이 된다. 한 번이라도 고독을 견뎌낸 사람은 내가 뭔 말하는지 이해할 거다. 그리고 뭘 해도 무조건 해낸다. 맘만 먹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