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여행
토레스 델 파이네 삼봉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셋째 날, 새벽 일찍 산장 밖으로 나갔다. 해가 뜨며 하늘은 붉게 물들어 환상적인 세상이 되었다. 우뚝 선 만년설이 쌓인 뾰족한 산봉우리도 하늘처럼 붉은색으로 변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토레스 델 파이네 최고봉인 삼봉으로 가는 날이다. 짐을 모두 챙겨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다시 자동차를 타고 라스토레스 산장으로 향했다.
잘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멈추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랐지만, 운전사는 늘 있는 일이라는 듯 느긋하게 앞 범퍼를 열고 물을 붓더니 잠시 기다리란다. 과열되었던 자동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라스토레스 산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라스토레스 산장에서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칠레노 산장에서 물을 보충하고 잠시 쉬다가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다시 올랐다. 산이 높아질수록 경사도는 커지고 바위도 많아졌다. 막판 가파른 돌산을 오를 때는 심장이 터질 듯했다.
정상에 도착하니 하늘을 찌르는 웅장하고 거대한 바위 세 개가 보이고 앞쪽에는 옥색 호수가 반짝였다. 성취감에 입꼬리는 저절로 올라가고 가슴 아래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어깨를 젖히고 입을 크게 벌려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 기념사진을 찍고 적당한 곳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쉬었다.
옥색 호수와 높게 솟은 바위를 바라보니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고 투명해지는 듯했다. 일행과 다투고 마음 상했던 것도 별일 아니라고 여겨졌다.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삼봉은 다시 구름 속에 가렸다. 남편과 나는 일어나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사흘간의 등반을 마치고 우리 짐이 있는 푸에르토 나탈레스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로 향하며 칠레 여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