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빈에서 즐긴 새해 전야 음악회와 새해맞이

빈에서 드로잉 베우며 두 달 살기

by 여백

12월 31일, 비엔나 시내 곳곳에서 하루 종일 음악회가 열린다고 해서 이른 저녁을 먹고 구경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들에게 새해를 함께 맞이하자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아예 늦게 시내로 나가 새해 카운트 다운까지 보고 오기로 계획을 바꿨다.


아들을 위해 닭찜을 했다. 손질이 된 닭은 비싸서, 남편은 토막 닭을 사서 껍질을 벗기고 손질했다. 간장, 양파, 당근, 파, 마늘, 떡볶이 소스와 떡국떡까지 넣었다. 생각보다 훨씬 맛있는 닭찜이 완성되었다.

아들은 맛있다며 잘 먹었다. 와인을 한 병 준비했는데 모자랐다. 슈퍼마켓은 오후부터 이미 영업이 끝나서 더 사 올 수 없었다. 아쉬운 듯했지만 맛있고 행복한 저녁 식사였다.


밤 10시쯤 집을 나섰다. 지하철에서 내리고 깜짝 놀랐다. 자동차의 통행이 금지된 거리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걷기도 힘들었다.

시청 앞 커다란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무대 가까이 가지 않아도 거리를 울리는 신나는 음악, 멋진 노래, 화려한 불빛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사회자는 분위기를 더 끌어올렸다. 저절로 흥이 나며 몸이 들썩거렸다.


곳곳에 진로를 통제하는 바리케이드와 경찰이 서서 출구와 입구를 지키며 사람들이 통행을 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고 있었다.

우리는 걸어서 암호프 근처로 이동하며 작은 공연들을 보고 메인 무대가 있다는 스테판 플라츠 방향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마켓이었던 곳은 무대로 바뀌었고 공연장이 되어 있었다. 공연 무대마다 가수와 음악 스타일이 다양했다. 새로운 공연장이 나올 때마다 잠시 서서 감상하며 즐기고 다시 걸었다.


스테판 플라츠 주변은 사람이 많아 콩나물시루 같았다. 중심 방향으로는 아예 출입이 통제되어 들어갈 수 없었다. 비엔나 길을 잘 아는 아들을 따라 멀리 빙 돌아가니 그곳은 길을 막지 않아 스테판 플라츠로 갈 수 있었다.

스테판 플라츠 중심 무대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유명한 곡을 연주했다. 사람이 많아 무대가 보이는 곳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었다. 곳곳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서 공연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 실력은 최고였고 음악은 멋졌다. 사람들은 음악은 맞춰 몸을 흔들었다. 끊임없이 오고 가는 사람들 틈에서 한 해의 마지막을 보냈다.


12시가 가까워지며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 인생 처음으로 많은 인파에 둘러싸여 새해 카운트 다운을 했다. 진행자를 따라 모두 함께 외쳤다.

"... 5, 4, 3, 2, 1. "

마침내 새해가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울렸다. '해피 뉴 이어'를 외쳤다. 왈츠가 울려 퍼지고 진행자는 함께 춤을 추자고 외쳤다. 사람들은 춤을 추기 시작했고 일부 사람들은 돌아갈 준비를 했다.


아들이, 지하철 붐비기 전에 빠져나가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아들과 포옹하며 새해 인사를 하고 헤어져 각자 집으로 향했다.

지하철 승강장부터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까지 사람이 꽉 찼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줄에 서서 한참 기다렸다. 사람들의 흥분된 열기는 기다리는 동안에도 여전했다.


에스컬레이터 타고 거의 다 내려갔을 때 열차가 들어왔다. 남편이 타라고 해서 방향을 살필 새도 없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뭔가 이상했다. 가만 보니 반대 방향 지하철이었다. 남편의 특성이 또 나왔다. 가끔 무슨 생각이 떠오르면 확신에 차서 제대로 살피지 않고 몸부터 움직이는 남편이다. 짜증스러웠지만 좋은 날이니까 참기로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하철역에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고 새치기하는 사람들도 생겨 지하철 몇 대를 그냥 보냈다. 조금 기다린 후 여유가 생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24시간 대중교통이 운행해서 다행이었다.

비엔나 음악회와 새해맞이는 멋진 경험이었다.


2025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다. 떡국도, 새배도, 특별히 할 일도 없었다. 새해라는 생각보다 이틀 뒤면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탄다는 사실이 더 다가왔다. 허전한 거 같기도 하고 마음을 종잡기 어려웠다.

버릴 것은 버리고 마지막 짐을 정리했다. 트렁크와 배낭은 터질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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