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꼭 가봐야 할 빈 응용미술박물관과 시티 공원

빈에서 드로잉 배우며 두 달 살기

by 여백

2024년도 끝나가고 새해가 가까워졌다. 비엔나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종이와 펜, 물감, 아이패드까지 이용해 새해 카드를 만들고 아는 사람들에게 보냈다.


나 지신한테도 비엔나를 기념할만한 선물을 하고 싶어 미술용품점에서 목탄 연필 몇 자루, 드로잉 연필 세트를 샀다. 그밖에 물감 등 이것저것 탐나는 것이 많았지만 워낙 비싸서 욕심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환율이 그때보다 훨씬 올라 같은 물건 값도 확 올랐다. 그때 샀어야 했는데...


미술용품을 사고 시티 공원으로 갔다. 생각보다 큰 나무들, 푸른 잔디, 호수, 곳곳에 있는 동상들이 어우러진 멋진 곳이었다. 산책하는 사람도 많았다. 시티 공원을 가볼까 망설였는데 가길 잘했다. 여유로운 산책을 하는, 우리가 흔히 유럽의 낭만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겨울이지만 비엔나의 기온이 그렇게 낮지 않아 초록색 잔디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다음날은 빈 응용미술박물관 'MAK'을 관람했다. 티켓값을 확인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무료입장하는 날이라고 했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사람이 많았다.


건물도 예쁘고 특이한 디자인과 고급진 가구들이 다채롭게 전시되어 관람할 맛이 났다.

아시아관의 도자기 중 한국이라고 표시된 항아리들이 낯설어 보였다. 흔히 우리 머릿속에 들어 있는 도자기 느낌이 아니었다. 별 설명도 없어 언제 누가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문득 '전형성'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머릿속에 우리 도자기에 대한 인상이 심어져 있듯이 그림도 시대별, 작가별로 전형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한 화가들은 시대적 전형성과 개인적 화풍의 전형성이 맞아떨어진 경우 아닐까 싶었다.


'Peach pop'이라는 특별전에서는 장식품, 일상 용품, 옷감 등에 들어가는 디자인 패턴이 전시되고 있었다. 최근 패턴에 관심이 갔는데 레오폴트 미술관에서 장식 패턴 전시를 본 후 흥미가 생겼다. 이번에는 패턴 디자인이 적용된 실물까지 보니 재미있었다. 패턴도 예술의 영역이다.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림이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키스'가 유명하지만 나는 '생명의 나무'가 더 맘에 들었는데 책에서만 보다 직접 보니 감동적이었다.

비엔나에 오래 머문 덕분에 응용 미술 박물관까지 와서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를 보았으니 두 달 살기 보람이 느껴졌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동안 안 가봤던 성당도 둘러보고 도나우 강으로 향했다. 도나우 강 다리에는 용모양 조형물도 있고 또 다른 다리에는 성모 마리아도 있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이 없었다.

여름에는 도나우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지난번에 갔다 온 멜크까지 간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보니 크리스마스마켓은 철거되고 그 자리에 신년 음악회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고 있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크리스마스마켓은 끝나는 거였다.


저녁에 아드과 소피아, 소피아 부모님과 아직 철거하지 않은 쉔부른 궁전 크리스마스마켓에서 만났다. 일요일이고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이 모두 문을 닫아 사람이 엄청 많았다.

핫 와인을 마시고 굴뚝빵 사느라 줄 서서 시간 보내니 크리스마스마켓이 끝날 시간이 되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화려한 불빛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여전히 크리스마스 휴가 중인 아들과 소피아는 놀겠다고 시내로 나가고 소피아 부모님과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비엔나의 하루가 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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