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서 드로잉 배우며 두 달 살기
크리스마스 다음 날 비엔나에서 가까운 체코 올로모츠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크리스마스 휴가 중인 아들과 소피아도 함께 했다.
올로모츠는 중세 도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돌로 된 길바닥, 구도심을 통과하는 작고 오래된 전차, 중세풍 건물들은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예쁘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비엔나와 마친가지로 크리스마스마켓은 철거 중이었다. 비엔나에 오기 전 크리스마스 마켓은 크리스마스 때 열리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크리스마스가 되니 크리스마스마켓은 철거되었다.
그래도 작은 스케이트장과 회전 관람차는 운행 중이었다. 회전 관람차를 타려고 했는데 현금만 받는다고 해서 타지 못했다. 올로모츠가 작은 도시라 그런지 현금만 가능한 곳이 종종 있었다. 남편은 ATM기에서 유로를 체코 돈으로 환전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도 휴일이라 대부분 상점과 식당은 영업을 안 했다. 다행히 네팔 식당은 영업 중이라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 인도 음식과 비슷했고 카레와 치킨을 주문했다. 카레와 난은 맛있었지만 망고라쉬는 기대만 못했다. 비엔나보다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거리에는 멋진 분수와 조각들이 많았다. 관리가 잘 안 되어 보이지만 분수의 조각들은 아름다웠다. 천문시계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시계에 기술자와 과학자 모자이크가 있는데 과거 소련 연방이었던 역사의 반영인 듯했다. 남편은 옛날부터 체코의 과학 기술이 높았다고 한다.
성당 앞에서 몇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를 기원하는 듯한 노래도 불렀다. 일상 옷을 입은 평범한 사람들로 잘 부르는 노래는 아니었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감동과 전율이 느껴졌다.
올로모츠 미술관 기본 티켓을 샀는데 전시된 작품이 현대 미술이라 별 감동은 없었다. 미술관 옥상 전망대도 올라갈 수 있었다. 높은 건물이 없는 구시가지라 전망대에 오르니 과거로 돌아간 듯한 오래되고 예쁜 구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다.
몇 군데 남아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핫 와인, 추로스, 소시지 등을 사 먹었다. 다리도 쉬고 몸도 녹일 겸 바에 들어가 취향대로 술을 주문했다. 소피아와 폭풍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에 수다는 즐거웠다.
바에서 나와 늦은 저녁을 먹으려 했지만, 그나마 낮에 열었던 식당도 문을 닫았다. 선택의 여지없이 영업 중인 케밥집에서 케밥을 샀다. 여행 날짜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라 불편한 점도 있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둘째 날, 기온은 낮지만 해가 쨍쨍해서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번 주가 모두 연휴인지 여전히 문 닫은 가게들이 많았다. 옛날 가게 형태의 진열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전날 못 보았던 성당과 성채에 갔다. 성채 안에는 과학관과 박물관이 있고 넓은 공터도 있었다. 과학관은 어린이를 위한 곳이었고 박물관은 잠겨 있었다.
소피아가 사려는 체코산 샴푸를 사러 신시가지에 있는 커다란 쇼핑센터에 갔다. 쇼핑을 하고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가를 돌아보았다. 아들과 소피아가 선택한 음식은 '켄터키프라이드치킨'이었다. 남편과 나도 치킨 햄버거와 치킨 샐러드를 먹기로 했다.
다른 식당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켄터키프라이드치킨'에만 긴 줄에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직원과 대화할 필요 없이 키오스로 주문하고, 깔끔해 보이는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과 맥도널드가 거리를 장악해나가고 있는 건 체코도 예외가 아닌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모라비 강으로 갔다. 언젠가 읽었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체코 작가의 소설에서 모라비강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체코 동쪽 지역과 아주 다른 서쪽 지역 문화의 젖줄 같은 모라비강.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부터 애잔하고 가슴 절절했던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막상 모라비강을 보니 너무 평범해서 당황했다. 모라비 강을 구경하러 가자고 했던 나는 머쓱해졌다.
강변을 따라 걸었다. 날씨가 쾌적해서 걷기에 좋았다. 산책하는 사람, 요트 타는 사람이 보였다. 평화로운 풍경을 그리는 강물은 햇빛에 반짝이며 흘렀다.
비엔나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어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남편과 둘이 다니는 여행도 좋고,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도 좋지만 소피아까지 함께 해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