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서 드로잉 배우며 두 달 살기
크리스마스이브였다. 크리스마스 모임 겸 12월 25일이 생일인 소피아 엄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식당에 모였다. 소피아는 아들의 여자 친구이고 우크라이나인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서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이 아니라고 한다.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배웠다.
우크라이나와 같은 동유럽인 조지아 식당에서 만났다. 우리 부부는 독일어를 못하고 소피아 부모님들은 영어를 못해서 긴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지만 간단히 소통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가 처음 먹어보는 여러 동유럽 음식과 술을 주문했다.
7시가 되자 가수가 나오더니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들으며 식사했다. 좋은 분위기가 한 몫하니 음식들은 모두 맛있었다. 식당 종업원 중에는 우크라이나 말을 하는 사람도 있어 소피아 부모님은 더 행복해 보였다.
잠시 후 식당 안에 생일 축하노래가 울리고 노래를 불렀던 가수는 불꽃이 타는 케이크 조각을 가지고 우리 자리로 왔다. 다른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도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소피아 엄마는 좋아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안타까운 소식에 자주 눈물을 흘렸다는 소피아 엄마가 그날만큼은 행복해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노래를 계속 감상했다. 가수는 우크라이나 노래도 자주 불렀고 소피아 부모님은 눈시울을 붉히고 감상에 젖곤 했다.
소피아 부모님은 춤을 추게 음악을 틀어달라고 식당에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식당에서는 식사하고 춤을 추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심지어 결혼식을 하면 하객들은 모여서 먹고 마시며 24시간 춤을 춘다고 한다.
잠시 후 음악이 나오고 소피아 부모님과 몇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출 줄 모르는 나도 나가서 막춤을 췄다. 평상시에는 정적이고 조용하지만, 여행지에서는 춤출 기회가 있으면 말도 안 되는 마구잡이 춤을 춘다. 내가 여행을 즐기는 방식 중 하나다. 남편은 그런 나를 아니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아들은 엄마의 그런 모습에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엄마가 춤을 춘다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도 없는 듯했다.
10시경에 자리를 파하고 일어났다.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하며 네 시간 가까이 머무는 신기록을 세웠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이 빠르게 나오고 빨리 먹는 남편에 맞춰 40분 정도면 식당에서 일어났던 것 같다. 뷔페도 두 시간이면 일어나라고 하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니 우리도 변한다.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크리스마스 휴일이라 거리는 깜깜하고 지하철 간격도 컸다. 그래도 대중교통은 24시간 운행된다고 한다.
소피아 엄마의 생일 선물을 고민하다 초콜릿 선물 세트와 내가 직접 그린 엽서를 주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우크라이아 전통 꽃문양을 그리고 우크라이나 글로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아니 글씨를 그렸다. 소피아 엄마는 정성 들인 엽서를 아주 고마워했다. 마음은 서로 전해진다.
비엔나에서 이런 크리스마스를 보낼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 어떤 크리스마스보다 값지고 행복했다. 사랑하는 아들,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 그리고 그 여자가 사랑하는 부모... 한자리에서 마음을 나누었다. 이런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던 모든 상황이 소중했고 감사하게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