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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Sep 09. 2024

선배가 오빠 동생 하잖다 1

겉으로는 안 그런 척했더래요

겉으로는 모르는 척했던

겉으로는 안 그런 척했던

겉으로는 고까짓 것 했던 갑돌이와 갑순이처럼



쌀쌀맞던 초봄이 물러나고 여유로운 늦봄이 만연한 교정,

청소시간 담임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비밀 이야기가 있어서........

조용한 곳이 어디 있으려나........


1학년들만 있던 건물동에 학생수가 줄어 비어 있는 교실이 하나 있었다.

그곳 창문 아래 자갈바닥에 선생님과 나란히 앉았다.


"선생님, 여기서 뭐 하십니꺼?"

빗자루 휘날리며 뿌연 먼지 가득 메워진 시멘트 복도를 사납게 뛰어다니던 남학생들, 

전쟁터를 방불케 하던  청소현장, 이방인을 포착하고 말을 던졌다.


"다들 가서 청소나 제대로 해"

청소하다 말고 와서는 기웃기웃, 복도에서 넘어다 보는 동학년 남학생들의 관심을 물리치고

선생님이 조심스레 얘기를 꺼내셨다.


미경아,

사실은 말이야,

너랑 오빠 동생하며 지내고 싶어 하는 선배 A, B가 있어.

네가 뭘 해도 받아주지 않으니 애를 태우다 그 담임선생님께 털어놓았데.

그 선생님이 어떡하냐고, 반 아이들이 힘들어하니 우리가 나셔야 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

네 생각은 어떤지 물어보는 거야.


네에? 

제가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은 우리 집 오빠가 유일합니다.

저는 여태 다른 사람을 오빠라고 부른 적도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나는 가슴이 콩닥거렸지만 안 그런 척하였다.


그 시절 자유연예는 숭을 보며 손가락질 대상이었다.

연애하다 딱 걸린 동네 언니, 

그 아재가 동네사람들 보기 창피하다고 보따리 하나 쥐어주고 야밤에 쫓아냈단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누구냐?

효령대군의 00대 손이다.

방귀만 뀌어도 똥 쌌다고 소문나던 세상,

시답잖은 일로 괜히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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