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홍 꽃차를 마시며
새벽의 여름은 젖는다
열기를 장전한 태양이 나갈 채비하는 길 막아서며 걷는다
찐득찐득 끈적한 공기가 매달리며 이슬비 되어 축축하게 젖는다
대낮의 여름은 흐른다
포효하는 태양이 빗발치는 길 꾹꾹 눌러 밟고 걷는다
후끈후끈 달궈진 공기가 달라붙어 장대비 되어 흥건하게 흐른다
한밤의 여름은 내린다
뒤끝 작렬한 태양이 드러누운 길 뿌리치며 걷는다
쉰내 짠내 텁텁한 공기가 늘어지며 장맛비 되어 질척하게 내린다
천일홍 꽃차를 마시며,
어제 나는 그간 나에게 빌붙어있던 지리멸렬한 여름을 말끔히 떠나보냈다.
상담 샘이 여태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시며,
마지막 무엇을 할까 고민하시다,
나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 오셨다며,
가방에서 신문지에 싸인 무언가를 꺼내셨다.
차 한잔 나눠보고 싶어서 손수 꽃을 따서 덖었셨다며,
앙증맞은 유리잔에 따뜻한 물을 따르고 천일홍을 띄웠다.
오므려있던 꽃잎이 살포시 피어나 한가로이 유영하였다.
움츠려있던 꽃색이 제 발로 걸어 나와 자유로이 유영하였다.
선생님,
꽃이 점점 활짝 피고 있어요.
색이 점점 진하게 우려나고 있어요.
음~ 꽃이 참 예쁘요! 색도 참 예쁘요!
눈으로
천일홍 차를 마시며 나는 울고 있던 나를 떠나보냈다.
입으로
천일홍 차를 마시며 나는 환하게 웃음 짓는 나를 맞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