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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Aug 26. 2024

노느니 장독 깬다

벼락치기 자격증 도전기

사사로운 일로 울적하였다.

노트북 앞에 앉아 내 친구 이BS와의 만남도 시들해졌다.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허공을 맴돌았다.

어떡하지? 무엇을 해 볼까나?

고민을 거듭하다 이참에 자격증을 따보자로 결론지었다.


노니 뭐 하노?

깰 장독도 없으니,

그래 자격증을 따보자.


회원가입하면 3 강좌를 공짜로 들을 수 있다는 광고 문구에 솔깃하여

8월 9일,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한국직업능력교육원에 회원가입을 하였다. 

평소 내가 관심 있어하고 잘하는 분야의 강의를 신청하고 등록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8시에 수강등록이 완료되었다는 카톡을 받고 강의실을 열었다.

교안을 프린터 하여 3 강좌 골고루 맛보기를 하였다.

프린트하다 보니 노란 잉크가 똑 떨어져 부랴부랴 주문하여

8월 13일 배송되게 해 두었다.


9일 첫날은 출력된 교안을 바탕으로 강의를 들었고 다음날부터는 미술심리상담사 과목만 집중 공부하였다.

HTP 검사를 오랜만에 실시해 보았다.

집, 나무, 사람을 그려놓고 나를 들여다보았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나의 무의식 세계, 확실히 예전과 바뀌었다.

그림으로 나의 심리를 분석하고 진단하여 자가 치료 가능하니 일석이조 강의였다. 


8월 12일, 강의를 2번째 돌려보면서 시험을 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게 온라인시험이긴 하였으나

임용고시 시험이 마지막이었던지라, 오랜만에 시험장에 들어서니 쿵쾅쿵쾅 심장 박동소리 커져가고, 

스마트한 기기를 멀리함에 작동 미숙으로 혹시 시험 도중 돌발상황 발생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치솟고,

특히나 만점을 받고 싶은 욕심에 그날 오후 내내 화장실을 왔다 갔다 물만 들이켜다 다음날로 미뤘다.


8월 13일 아침 9시, 에어컨을 커서 쾌적한 환경을 만든 후 

긴 호흡 한 번 하고 시험장에 입장하여

문제를 클릭하였다.

20문항 2~3분 만에 다 체크한 것 같은데 

60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어쩌나?


바뜨린 것은 없는지? 재차 확인하였다.

한 문제가 정확하게 무엇을 묻는지? 아리송하였다.

문제 해석이 애매하여 이것이냐 저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왔다 갔다, 누웠다 앉았다 골머리를 앓다 20분이 지나 답안지를 제출하였다.

성적이 바로 나왔다.

출석점수 40점에 시험점수 57점을 더하여 97점으로 합격하였다.

1문제 틀렸다.

긴가민가한 그 문제, 3초 머뭇거린 그 문제인가 보다.

애석하다.



10시가 넘어 주문했던 잉크가 배송되어 노란 통 가득 잉크를 충전하여 남은 교안 자료 출력에 들어갔다.

미술심리상담사 25강 중 남은 4강을 다 뽑아내고 정리수납 전문가 교안을 프린트하였다.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보통 1강에 교안이 20장이 넘는다. 많게는 40장도 넘었다.

중간중간 강의를 듣고 머리를 식힐 시간에 프린트를 계속해 나갔다.


8월 16일 정리수납전문가 1차 20강 수강 완료하였다.

평소 나의 정리수납 방법을 점검하고 교수님의 꿀팁이 더해지니 어수선한 마음도 정리되어 갔다.

17일 토요일 2차 강의 보기가 끝나면 시험 응시를 해 봐야겠다고, 

적어도 18일 까지는 자격증 취득을 완료하리라 목표치를 설정해 두었다.


길어봤자 35분을 넘기지 않는 수업

1.5배속으로 10강을 연강으로 들어러니 

그것도 공부라고 머리가 시큰시큰, 방바닥에서 땀이 삐질삐질 올라왔다.


매차시 학습목표에 따라

냉장고를 열어보고, 싱크대를 열어보고, 옷장을 열어보고

신발장, 베란다, 다용도 세탁실, 욕실을 싹쓸이 열람하였다.

비우고 청소하고 채우고 유지하기까지, 하아~ 보통일이 아니었다.


정리수납 시 수납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재활용품 활용법을 배웠다.

생수병, 치약 상자, 신발 상자 등이 수납도구로 재활용되었는데, 큰 생수병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네모나고 투명하고 가벼워서, 용도에 맞게 자르기만 하면 어디든 착착 들어가 앉는 신기한 물건이다.

 

정리수납 공부 후 깨달음은

정리를 하면 쉴 공간이 생기고,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8월 18일 8시 16분 시험장에 입실하여 바로 문제를 클릭하였다.

30문항에 시험시간은 60분,

체크, 체크, 체크, 쭉쭉쭉

기출문제와는 달리 강의 내용에 충실한 문제였다.

2문제가 같은 답을 물었다. 단어의 배열 순서와 형태만 다를 뿐.

이러면 낚인다.

왜 같은 문제를 냈지? 속임수인가?

이럴 댄 나 자신을 믿고 그냥 밀고 나가야 된다.

15분 후 답안지를 제출하였다.

100점이다!

기분 좋다!

이대로 남은 과목 진행할까 하다 일단 휴일이니 좀 쉬어야겠다고 노트북을 물렸다.



그사이를 못 참고 오후에 노인생활지원사 강의실에 입장하였다.

앞으로 내가 맞이할 노인의 의무와 권리는 무엇일까?

알아야 면장을 하지.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맘으로 노인생활지원사 Go, Go, Go.



요거이 공부가 만만치 않았다.

자격증을 획득한 앞의 두 강좌와는 달리 교수님 말씀을 듣고 있노라면 

머리는 무거워지고 엉덩이는 가벼워진다.

한숨이 방언 터지듯 나왔다.


8월 19일, 몸을 배배 꼬며 시간을 진득하게 다스리지 못하고 강의실을 들쑥날쑥 들락날락하였다.

8월 20일, 1차 수강 완료하고 2차 강의 보기에 들어갔다.


21일, 3시경부터 9강부터 두 번째 강의 보기를 하였다.

강의 내용을 머리에 꽂아 놓으면 용트림을 하며 빠져나가기 일쑤였으나, 진도를 팍팍 밀고 나갔다.

8시, 둘째가 등교하고 나머지 강의 듣기를 완료하니 8시 55분.

억지로 집어넣은 강의 내용 머리에서 삭제될까 두려워 바로 시험문제를 클릭하였다.

30문항에 60분, 시험시간은 1시간 고정이다.


1번 지문부터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야 했다.

보자마자 바로 찍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찬찬히 풀다 보니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1문제가 알쏭달쏭. 

분명 들었는데 교안에 나온 내용과 별도로 교수님이 흘리듯 말씀한 것 같은데, 

오픈북이라 아무리 찾아봐도 모르겠다.

15분을 남겨놓고 문제지를 제출하였다. 


어랴! 60점 만점에 54점이라니 실망이다.

1문제는 그렇다 치고 도대체 어디 틀렸다는 거냐?

문제 하나가 의심을 가지게 하더니 그것이 오답 처리된 것이냐?

그렇다면 나머지 한 문제는 뭐야?

머리는 띵하고 배도 고프고 잠도 오고......



세상에!

자격증 발급 신청을 하려니

무료가 무료가 아니다. 공짜가 공짜가 아니었다.

자격증 하나에 89000원, 3개에 267000원을 지불해야 했다.

집에만 있다 보니 바깥세상 돌아가는 것을 몰라도 너무 몰랐나 보다.

큰아이가 찍어준 사진을 첨부하여 자격증 발급 신청을 꾹 눌렸다.



8월 9일부터 8월 21일까지 자격증 공부에 몰입하는 동안

심란했던 마음은 가닥을 잡아갔다.

미술심리상담사, 정리수납전무가, 노인생활지원사, 

이 3가지 자격증으로 내 밥 줄 곳을 찾을 수 있기를 달님에게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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