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apest Festival Orchestra Iván Fischer
봄의 시작의 3월 빈 Musikverein에서 옛 동구권의 체코, 불가리아, 헝가리의 대표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었다. 체코 필이 비치코프와 소피아 필의 Nayden Todorov, 그리고 Budapest Festival
오케스트라가 Iván Fischer와 3일 동안 Prokofjew 곡으로만 공연을 한다.
Budapest Festival 오케스트라는 1983년 Iván Fischer에 의해 창단된 이후 마치 그의 사적 단체인양 오직 그가 창단부터 계속해서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무려 42년이란 긴 시간이다. 장기 집권에는
반듯이 역작용이 따른다. Iván Fischer가 세계 정상급 지휘자임에는 재론의 여지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그들의 공연에서 지휘자는 물론 오케스트라 단원 전체가 극심한 mannerism에 빠져
있는 현상이 감지되었다. 생물과도 같은 공연 예술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매너리즘이 42년 간 긴
세월 동안 축척되어 이제는 드러내놓고 공연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오케스트라를 관찰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 단원들의 공연에 대한 의욕과 에너지 확인이다. 연주 시 그들의 표정만 자세히 관찰해도 바로 인지되는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다. 라디오 프랑스 필과 지휘자 정명훈은
15년간을 함께한 후 헤어짐을 선언한다. 이상적인 기간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지휘자나 연주자들도
15년 즈음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매너리즘을 이기는 방법은 헤어짐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연주 후의 모습이다. 한 장의 사진은 어떤 말보다도 더 현실감을 준다. 공연 내내 그들은 이와 같은 무표정으로 연주를 하였다. 투어에서 조차 의욕 없는 모습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되었다.
필자는 공연 후 무대뒤 연주자실을 찾아 연주 때 감동을 선사한 단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연주 후 분위기를 살펴볼 때가 많이 있다. 참 연주 후의 분위기는 정말 어마무시하다. 서로 껴안고 다독이고 존중하며 연주 때의 감흥을 유지하려 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하는 좋은 지휘자와 함께 참음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끊임없이 자신을 관리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Igor Levit, 21일 첫 공연에서 Prokofjew 피아노 협주곡 1번과 5번 연주 후 의기소침 했던 모습이
22일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 후에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필자가 느낀
그의 공연 모두는 과다한 페달 사용으로 그의 언어를 전혀 들을 수가 없었고 조금만 오케스트라
소리가 커져도 오케스트라에 묻혀 소리가 실종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듣는 좌석 공간에 문제가
있을까 하여 다른 좌석을 택하였어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5곡의 협주곡을 기획하여 3일 간 연주하면서 철저한 연구 없이 보여주기식의 공연으로 그에게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어찌 보면
그의 생에 가장 의미 있는 공연이었을 터인데 준비 부족의 실패로 끝난 공연이었다. 공연 전문
피아니스트의 길을 생각한다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지휘자나 교수직의 병행이다. 교수직을
하면서 과다한 정치 참여를 하고 있는 그가 피아니스트로의 솔리스트까지 잘할 수 있음에 집착
한다면 그것은 과욕이라고 생각된다. 음악인은 욕심을 가지고 야망을 가지며 성장하는 정치인과는
다른 인내와 끈기, 기다림의 화두로 평생을 오로지 한 방향에 몰두해야 결과물을 이룰 수 있는 쉽지 않은 직업이다.
3월 2일 있었던 체코 필은 매우 능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공연으로 통상 옛 동구권 오케스트라들의 나약한 모습과는 다른 근자에 본 공연 중 빈 필 못지않은, 정교하고 균형을 갖춘 앙상블에서 완벽에
가까운 지휘자와의 교감을 통해 매우 건실한 곡 해석으로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2017년 신망받던 전임 지휘자 Jiří Bělohlávek가 오랜 투병 끝에 영면하여 2012년부터 그와 함께하면서 황금기를 꿈꾸던 체코 필은 운영진의 발 빠른 대처로 Semyon Bychkov를 수석 지휘자로 영입해 2018/19
시즌부터 바로 오케스트라를 재정비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필자의 견해로는 체코 필과 비치코프의
조합은 서로에게 이상적인 시너지가 상승할 수 있는 만남이었다. 성실함 속에 차분한 비치코프,
그리고 그에게 전권을 부여하여 오케스트라를 리빌딩 할 수 있는 권한을 준 체코 필의 운영진, 그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 세대교체를 통해 신. 구의 절묘한 균형을 갖춘 오케스트라로 탈바꿈되었다.
Budapest Festival 오케스트라와는 상반되는 이 두 오케스트라의 빈 공연에서 거의 같은 수준의
오케스트라임에도 불구하고 체코 필은 살아있는 음악, 오케스트라 미래가 기대되는 앙상블, 그들의
공연을 또 찾아보고 싶은 공연을 했다면 Budapest Festival 오케스트라는 세대교체에 실패하여
정체된 단원 구조에서 지휘자 마저 그들과 연주 시 보여주는 일상적인 지휘 모습, 그 지휘자 지시에 의례적인 수동적 자세로 함께한 오케스트라가 청중에게 줄 수 있는 감동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 이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Iván Fischer는 서로 거리를 두어야 할 최종점인 시기인
것 같이 보인다. 과감하게 지휘자는 다른 오케스트라를 찾아, 오케스트라는 다른 지휘자를 찾아야
새로운 momentum이 생기고 오케스트라 성장의 동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23, März, 2025 in wien franciscopa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