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의 봄, 예술과 함께한 따뜻한 인연들
봄의 결이 한층 짙어진 어느 날, 서울 낙산공원의 낙타카페에서 미술작가 선생님의 전시회가 열렸다.
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살짝 따뜻했다. 서울의 한복판에서 이렇게 온전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돌담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오래된 도시의 숨결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빠르게 변하는 서울 속에서도 낙산은 여전히 시간을 천천히 굴리고 있었다.
전시회장에 들어서자 작가님의 〈공존〉 시리즈가 눈길을 붙잡았다.
다양한 존재들이 한 공간 안에서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이날 함께한 사람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봄이라는 한 시절 속에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무엇보다 그날의 따뜻한 인연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연장자이시지만 언제나 새로운 청춘을 살아내시는 이사님, 몸이 불편하심에도 참석해 길을 헤매던 우리를 재치 있게 인도해 주신 위원장님, 먼 용인에서 달려와 달콤한 롤케이크로 웃음을 전해 주신 브런치 작가님, 그리고 점심시간에 ‘기미상궁’과 ‘대장금’이 되어 한 분 한 분을 챙겨 주신 총무님까지—모두가 그날의 풍경 속 한 부분이었다.
그들의 배려와 온정이 모여 전시회는 하나의 작은 축제가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는 많은 이야기가 피어났다. 작품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고,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때 문득 느꼈다. 예술은 작품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대화라는 것을.
캔버스 위의 색감보다 더 따뜻했던 것은, 그 공간을 채운 사람들의 미소와 눈빛이었다. 전시를 마치고 카페 밖으로 나오자, 낙산의 바람이 살짝 볼을 스쳤다. 돌담길 사이로 햇살이 흩어지고, 오래된 골목의 고요함 속에서 봄은 묵묵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듯한 풍경 속에서, 작가님의 ‘공존’이라는 주제가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다. 우리의 삶도 어쩌면 이런 풍경과 닮아 있지 않을까. 서로 다른 길 위에서 부딪히고 어우러지며,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것 말이다.
전시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순간. 그것이 예술이 전하는 진짜 위로였다. 우리는 늘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며, 그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완성해 간다.
이날의 만남 역시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예술이었다. 돌아오는 길, 봄볕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예술과 사람, 그리고 봄이 만들어 낸 하루.
그날의 기억은 아마 오랫동안 마음속에서 잔잔히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