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뿌리, 지워지지 않은 감정

나를 이끌어온 마음의 뿌리.

by 숨결마다

오래된 흙 속에 파묻혀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감정 하나를 꺼내본다


청소년기부터 서른 살 무렵까지,

내 의식의 밑바닥에는 늘 숨기고 싶었던 감정 하나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열등감’이었다.


빈민·서민이 주로 사는 마을이었지만,

나는 어쩐지 그 속에서도 작고, 뚱뚱하고, 부잣집 아들도 아닌 ‘못난 아이’였다. 공부만 좀 잘할 뿐, 메이커를 따지던 친구들 속에서 나의 열등감은 싹트고 있었다.


고등학교 기숙사 시절의 열등감은 서울대학교에 들어가고, 의대에 들어가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서울에 집이 있는 친구, 잘생긴 친구, 아버지가 의사나 교수인 친구들 앞에서 나는 늘 뒤처진 출발점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열등감은 고등학교 시절엔 **‘공부’**로 분출되었고,

대학 시절엔 **‘술과 여행’**으로 폭발했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는 부모님을 원망하는 어두운 감정도 키워 가고 있었다.


“나는 저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내 부모님은 날 충분히 밀어주지 못해”…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자신감 대신 비관과 불안에 사로잡혔다.


———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화전민이었다.

그 삶을 끝내고 자리를 잡았지만, 동네 양반들에게 늘 무시당하며 가족을 일으켜 세웠다.


아버지는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다리미를 팔러 다녀야 했다. 유난히 공부를 잘했던 그는 학업은 그렇게 멈췄고, 나는 그 못다 이룬 학업을 대신하듯 학교에 매달려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속에 깊은 그늘을 남겼다.
세상은 늘 비관적으로 보였고,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진다는 불안감은 언제나 나를 달리게도, 짓누르기도 했다.

물론, 그 열등감과 경쟁심이
때로는 나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온 시간이
과연 나를 진짜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이따금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식만큼은 다른 마음으로 자라나길 바랬다.

뒤처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대신, 당당히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길.

세상을 비교가 아닌, 충만과 온기로 바라보기를.


나의 뿌리가 어두웠기에, 아이의 뿌리는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하기를—
나는 그렇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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