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원

감정의 색

by 김준성

살다 보면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을 느낄 때가 있다.
미래가 불투명해서일 수도 있고, 상황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왔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그 감정이 더 크게 드러났다.


누군가를 알아가고, 그 사람이 한 말을 기억하며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기쁜 순간도 있었고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말과 행동이 다르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질 때도 있었다.


그런 경험들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정말 상황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내 감정이 문제였을까.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인생은 점, 선, 원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하나의 점은 하나의 순간이다.

어떤 말, 어떤 행동, 어떤 감정.


기쁨, 설렘, 불안, 분노 같은 감정들은
각각 다른 색을 가진 점처럼 존재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점을 찍으며 살아간다.

어떤 점은 따뜻한 색을 가지고 있고
어떤 점은 어두운 색을 가지고 있다.


그 순간에는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점은 너무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들이 계속 이어지면 선이 된다.


처음에는 여전히
각각의 색을 가진 점들일 뿐이다.

기쁨의 점, 불안의 점, 설렘의 점, 후회의 점.


그런데 그 선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이상하게도 개별적인 색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색들이 섞이면서
하나의 검은 선처럼 보인다.

검은색은 어둠의 색이라기보다
너무 많은 색이 섞여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


그 선은 계속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원을 만든다.


이 원은 하나의 경험이다.

어떤 관계, 어떤 시간, 어떤 삶의 구간.

우리는 그것을 기억이라는 형태로 보관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원을 다시 바라보면
그 안에 있던 색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서야 알게 된다.

그 경험이 단순히 좋았거나 나빴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감정의 점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원이었다는 것을.


다시 선

하지만 인생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나의 원이 다시 점이 되어 여러 개의 점들이 이어지면
또 하나의 선이 된다.

그리고 그 선을 멀리서 바라보면
다시 검은색처럼 보인다.

너무 많은 경험이 모이면
각각의 감정은 다시 구분되지 않는다.


멀리서 바라보면

나는 한때
상황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조금 떨어져 바라보았을 때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황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이
내 감정이었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감정의 점을 찍느냐에 따라
선의 방향이 달라졌다.


불안의 색을 계속 찍으면
선은 불안한 방향으로 이어지고,

차분함이나 이해의 색을 찍으면
선은 또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다.


인생은 완전히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선택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어떤 색의 점을 찍을 것인지.

그리고 그 점들이 모여
언젠가 하나의 선이 되고,

결국은 또 하나의 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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