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

출근길의 작은 배려

경기도에서 서울로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그것도 환승을 두 번씩이나 해서...

출근 시간 환승역은 종합 스포츠 경기장 같다.


환승역에 가까워지면 리바운드를 잡으려는 농구 선수들처럼 은근슬쩍 움직이며 자리싸움을 시작한다.

자리가 정해지고 문이 열리기 직전엔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게 몸을 앞쪽으로 기울이고 한쪽 발 끝에 체중을 집중한다.

문이 열리고 경마장의 경주마처럼 말 그대로 튀어 나간다.

그리고 100미터 허들 경기치럼 계단을 두 칸씩 세 칸씩 박차고 올라간다.

좌우에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쇼트트랙 경주처럼 그 틈을 교묘하게 파고들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럭비경기처럼 뒤에서 치고 나가기도 하고 앞에서 마주 보고 달려들기도 한다.

그렇게 수많은 장애물과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다음 열차에 올라타면 꼭 금메달이라도 따낸 것처럼 뿌듯함을 느꼈다.

어느 날 생각해 보니 나는 남들처럼 뛰어갈 필요가 없었다.

나는 적정 필요 시간보다 30분 정도를 일찍 나오기 때문이다.

그 뒤로 나는 환승역에서 내리면 그 경쟁의 트랙에서 잠깐 동안 한쪽으로 비켜서서 경쟁자들에게 길을 모두 양보하고 여유 있게 걸어간다.

나는 이제 그들과 경기장에서 다투는 경쟁자가 아니라 관중석에 앉아서 그들을 응원하는 관중이 되어있다.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

너그러움은 경제적 여유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시간도 돈이다.

시간은 돈처럼 티가 나게 기부를 하거나 베풀 수는 없지만 배려라는 소중한 마음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돈처럼 쌓아둘 수 있는 곳갓은 없지만

시간도 결국 여유가 있어야 배려를 할 수 있다.

시간의 여유는 조금 더 일찍 준비해서 출발하는 부지런함에서 구할 수 있다.

누군가에 작은 무엇이라도 주고 싶다면 아침에 5분만 일찍 집을 나서면 된다.

그러면 우리의 하루를 배려라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