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4개월이 지났다. 문득 자문해 본다. 퇴직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가장 큰 변화는 명함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공무원이자 교사가 아니다. 대신 '춤추는 동네 할머니'이자 '글 쓰는 투자자'라는, 조금은 엉뚱하고 자유로운 새 직함을 얻었다.
교직은 나에게 단순히 월급을 주는 직장 그 이상이었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고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임용고사에 도전해 합격했기에, 그 자리에 대한 애착은 남달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기보다 돌보는 사람이어야 했다. 아이들의 교우 관계, 가정사, 말 못 할 마음의 병까지. 수업 준비보다 아이들의 삶을 보듬는 일로 채워지는 하루가 많았다. 그 무게가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어느새 교사라는 타이틀은 내 몸처럼 익숙해져 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퇴직을 앞두고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명함 없는 노인의 삶을 내가 잘 견딜 수 있을까. 그 불안감에 등 떠밀려 퇴직 후 곧바로 기간제 교사 자리에 지원했다. 딱 2개월이었지만, 그 시간은 확실한 깨달음을 주었다.
가르치는 일은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낯선 학교에 적응하는 일도, 먼 거리를 출퇴근하는 일도 예전처럼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예전엔 생명력으로 느껴지던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어느새 버거워졌다. 나는 직감했다. 이제는 정말 다른 길을 걸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기간제마저 그만두고 나니 비로소 진짜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압도적인 시간이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사람들을 베란다 너머로 바라볼 때면, 나도 한때는 저 물결 속에 있었지 하며 묘한 부러움과 안도감이 함께 밀려온다. 과거의 내가 의무감과 책임감에 쫓겨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쓰던 시간의 노예였다면, 지금의 나는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시간의 주인이다.
남는 시간엔 줌바 댄스를 추며 땀을 흘리고, 주식 투자를 위해 세상의 흐름을 읽고, 이렇게 나를 돌아보는 글을 쓴다.
누군가는 퇴직을 상실이라 말하지만,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나에게 퇴직은 회복이다. 타인을 돌보느라 미뤄두었던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다.
지금도 교실을 지키며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을 생각하면 그 수고로움이 내 일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 길을 떠나왔지만, 그 어깨에 실린 무게와 의미를 알기에 마음 깊이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