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좋자고 쓴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봐

: 글쓰기를 가로막는 나의 오랜 망설임에 대하여

by 정희

브런치의 글들을 읽다가 문득, 나도 이제는 지나온 삶을 전부 되돌아보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60이 넘은 지금, 내 안에는 써야 할 말들이 참 많이 쌓여 있다.


육아와 교직 생활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내 삶을 가장 세차게 흔들었던 건 시집과의 갈등이었다. 아들만이 하늘이었던 시어머니, 며느리에게 아들을 빼앗겼다는 박탈감이 빚어낸 그날 선 괴롭힘. 그 불똥은 남편과의 관계마저 위태롭게 만들었지만, 우리는 지난한 다툼 끝에 화해와 이해의 지점을 찾아냈다. 지금도 갈등과 화해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곤 하지만.


그 지난한 시간 속에서 느꼈던 무거운 의무감과 억울함, 벅찬 환희. 글을 쓴다는 건 결국, 그렇게 헝클어진 지난날의 매듭을 하나씩 가지런히 풀어내는 과정이 아닐까. 틈틈이 써온 내 글 속에는 이미 나의 삶이 녹아 있지만, 이제는 단편적인 조각이 아니라 나의 인생 전체를 종적으로 한 번 깊이 훑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그런데 펜을 들려는 순간, 나를 가로막는 생각 하나가 있다. 이곳은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간인데, 혹시라도 내 글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받으면 어쩌지.


나의 인생을 쓴다는 건 필연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서술하는 일이다. 나의 솔직함이 누군가에게는 날카로운 칼이 될 수 있다. 나 좋자고 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일이 되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는 언제나 나 자신만을 위한 일을 할 때 묘한 죄책감을 느꼈다. HSP 기질 때문인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엄격한 가르침 때문인지. 타인에게 큰 피해를 준 것도 아니면서, 혹시라도 배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까 봐 스스로를 검열하고 자책한다.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두고 착하다고 말하겠지만, 가끔은 이것이 험한 세상에서 포식자의 먹이가 되기 딱 좋은 마음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가장 치열했던 날들을 정리하는 글쓰기 앞에서 주저하고 있다. 이 망설임은 타인에 대한 배려일까, 자기 검열 뒤에 숨은 비겁함일까.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이 망설임조차 내 삶의 일부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