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합지졸 같던 글 속에서 발견한 진짜 내 모습
브런치에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글이 제법 쌓였다. 쭉 훑어보니 주제도 내용도 각양각색이었다. 나름대로 주제별로 묶으니 브런치북 5권 정도의 분량이 되었다.
개중에는 어디에도 넣기 애매해 길 잃은 글도 몇 편 있었지만, 얼추 구색은 갖춰졌다.
발행 버튼을 누르고 묶인 글들을 찬찬히 다시 훑어보던 찰나, 낯선 물음표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왜 내 글의 시선은 하나같이 안으로만 파고드는 걸까?'
나는 살면서 스스로를 꽤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교적이고, 마음이 맞으면 속내를 쉽게 털어놓으며, 웬만한 사람들과는 잘 지내는 사람. 그런데 막상 글을 써놓고 보니, 나는 참 내향적인 글을 쓰고 있었다.
나의 글은 끝없는 자기 해부였다. 영화나 마라톤, 여행처럼 외부에서 일어난 일을 내면으로 가져와 '이게 나에게 어떤 의미지?'라고 곰삭힌 뒤, 그 깨달음을 글로 옮기는 방식.
그래서 내 글은 대부분 주관적이고 서정적이다. 강력하게 무언가를 권하거나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떠신가요?" 하고 묻는 쪽에 가깝다.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글을 쓰고 나서야 알았다. 그 예민함이 나를 괴롭히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 글의 재료이기도 했다는 것을.
나는 내 글이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랑방 같기를 원했던 것 같다. 칼럼처럼 지식을 전달하는 글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진 않지만, 아마 나는 앞으로도 이런 글을 쓰게 될 것이다.
글을 정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다. 오합지졸인 줄 알았던 글들이, 사실은 처음부터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