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투자자의 눈에 비친 주식 시장

시장의 정의는 공정이 아니라 수익에 있다

by 정희

예전에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한 개그맨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로 큰 인기를 끌던 때가 있었다. 세상을 예리하게 풍자한 말이라 생각했는데, 주식 투자를 하면서 이 말이 진리라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오직 결과로만 가치를 증명하는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이 가져다주는 승리는 그 과정에 섞인 도덕적 결함을 손쉽게 덮어버리는 면죄부가 되곤 했다.


나는 교단에서 아이들에게 공정과 평등의 가치를 가르쳤다. 그런데 주식 시장은 내가 가르쳐온 세상과 정반대였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비정한 오디션장이었다.


그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실감한 것은 팔란티어라는 기업을 통해서였다.

팔란티어는 빅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에서 이 회사를 따라올 곳이 없다는 것을 공부하면 할수록 확신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수익도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 투자를 결정했다.


그런데 공부를 더 하다 보니 불편한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났다. 팔란티어는 2013년부터 미국 이민국에 이민자 추적 시스템을 제공해 왔고, 최근에는 이민자들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AI 플랫폼을 3천만 달러에 추가 개발하는 계약까지 맺었다.

전쟁 중인 지역에 군사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이스라엘 국방부와 전략적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메디케이드 환자 데이터까지 활용한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미국 내에서 팔로알토 사무실 앞에 시위대가 몰려드는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한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교단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말들이 자꾸 떠올랐다. 모둠 활동 중 소외된 친구를 챙기던 아이를 칭찬하며, "공부는 조금 못해도 괜찮아, 하지만 사람에 대한 예의와 약자를 향한 마음은 절대로 잊지 말자"고 다짐하듯 말하던 나의 목소리가 귓가에 환청처럼 맴돌았다.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그런데 나는 지금 그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기업의 주주다.


그래도 나는 팔란티어를 팔지는 않았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하면, 수익에 대한 기대가 불편함을 이겼다. 그리고 스스로를 이렇게 달랬다. 내가 이 주식을 판다고 해서 팔란티어가 하는 일이 멈추지는 않는다고. 어차피 시장은 나의 도덕적 판단과 무관하게 돌아간다고.


하지만 그 합리화가 완전히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는 않았다.

교단에서 공정과 평등을 가르쳤던 사람이, 그 가치와 충돌하는 기업의 주주로 살아가고 있다. 주식 시장은 내게 자꾸 묻는 것 같다. 당신이 가르쳐온 세상과 당신이 살아가는 세상 중 어느 쪽이 진짜냐고.


나는 아직 그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지 못한다. 다만 오늘도 시장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면서, 그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