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유령
나는 거의 언제나 음악을 듣는다. 음악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지만, 20대 시절에는 오디오 하나만 있으면 평생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음악이 좋았다.
초등학교 시절,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아이들은 모두 피아노를 배웠다. 나도 무척 배우고 싶었지만 우리 집이 너무 어려웠다.
이게 한이 되었는지, 나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했다. 딸아이는 바이올린도 배우게 했다. 우리 아이들은 10년을 버텼다. 엄마의 한을 풀어주려는 애씀이었을까.
처음에는 정말 괴로웠다. 그 소리는 음악이 아니라 소음이었다. 특히 바이올린은 더 심했다. 남편이 바이올린 소리가 이렇게 괴로운 고음인지 몰랐다며 하소연할 정도였다. 바이올린을 왜 깽깽이라고 하는지 실감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의 실력이 늘면서, 집 안에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
지금은 성인이 된 아이들이 악기 연주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 빈자리를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곡들로 채우고 있다. 요즘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곡이 바로 '우아한 유령(Graceful Ghost Rag)'이다.
이 곡은 미국의 작곡가 윌리엄 볼콤이 1970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며 쓴 곡이다. 슬픔조차 흥겹게 들리는 리듬 위에, 제목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선율이 흐른다. 추모곡이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작곡가와 그의 아버지 사이의 따뜻한 사랑과 유머가 느껴진다. '아버지는 유령이 되어서도 분명 우아한 유령이 되었을 거야'라고 상상하며 작곡했을 볼콤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
문득 나도 언젠가 유령이 되었을 때, 우리 아이들이 나를 이렇게 가볍고 아름답게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지금도 우아한 유령을 듣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co2EmLXjj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