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장에서 록 스피릿을 느낄 줄은 몰랐다. 그것도 베토벤에게서.
예술의 전당 근처, 페리지홀. 200석 남짓한 작은 공연장인데 이날은 반 정도만 찼다. 덕분에 오히려 더 깊이 음악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날의 레퍼토리는 모두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였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어우러지는 베토벤의 젊은 시절 작품들.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그의 열정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의 곡들이었다.
피아노 연주자가 말했다. "이 작품들은 베토벤이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작곡한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현실을 예술로 뚫고 나가려는 듯한, 거칠고도 뜨거운 에너지가 곡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비발디의 사계가 '클래식 속의 록'이라 불린다지만, 베토벤도 만만치 않았다.
소극장이라 연주자들의 손짓, 몰입한 표정, 미세한 숨결까지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바이올린의 파벨 베르만, 첼로의 비토리오 체칸티, 피아노의 박종훈.
음악 문외한인 나조차도 그들이 대가라는 걸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사이여서인지, 세 사람의 케미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곡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딸에게 흥분해서 말했다.
"사람들이 왜 베토벤을 그렇게 대단한 음악가로 칭송하는지, 오늘에서야 제대로 알겠더라."
딸이 웃으며 말했다.
"베토벤 같은 대가도 이제야 엄마한테 인정받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