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년 + 미국 3년 차 드라이버
미국 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 중 하나는 차이다. 뉴욕 비롯한 대도시는 차 없는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 나도 보스턴에 오고 첫 2년 동안은 차 없이 지냈었다. 중고차를 한대 사서 운전한 지 2년이 좀 넘었고, 한국에서 운전 경험과 비교해보려고 한다. 미국에서는 렌터카로 샌프란시스코, LA 등 서부 도시를 여행해 본 경험도 콜로라도, 플로리다등 로드트립을 해본 적이 있으니 어느 정도 미국의 운전 문화를 다양한 지역에서 경험해 봤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운전면허를 따서 가끔 아버지차를 몰았었고, 미국에 오기 전 4년 동안은 내차를 가지고 서울 한복판에서도 살아보았다. 서울에서 운전을 해봤기에 난 미국에서 운전하는 것은 사실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Stop 사인을 잘 지키고 과속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미국 운전이 특별한 것은 없다. 하나 특별한 것은 비보호 좌회전을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고, 이때 눈치껏 반대편 직진 차량이 오지 않을 때 재빨리 해야 한다.
틴팅(선팅), 선글라스, 수신호
미국 사람들은 산책이나 집 주변에서 낯선 사람들이랑 간단한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운전할 때도 비슷한 문화가 있다. 운전할 때 수신호를 굉장히 많이 한다는 것이다. 끼어들기를 했을 때 손을 한번 들어 뒤에 있는 차량에 신호를 보내거나, 비보호 좌회전을 기다리고 있는 차를 먼저 가라고 손짓하거나 하는 등 손 하나로 생각보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틴팅(선틴)에 제한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 한국에서는 운전자를 끼리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게 쉽지 않다. 미국은 법적으로 심한 틴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한낮에는 건너편에 오는 차량이나, 신호대기 중일 때 옆차량을 훤히 볼 수 있다.(모든 주가 그런지는 모르겠다.) 미국의 햇살이 한국보다 강해서인지 틴팅이 약해서인지는 모르겠는데, 미국에서는 겨울에도 선글라스는 꼭 준비해야 한다.
보행자 보호 문화
외국 선진국의 보행자를 보호하는 운전문화는 한국 미디어에서도 여러 번 회자되었고,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기에 한국 사람들도 익숙한 주제일 것이다. 서울 살 때 나는 파란 보행자 신호에 횡단보호를 건널 때에 우회전하는 차량에 위협받던 게 너무너무너무 싫었다. 미국도 뉴욕 같은 도시에 가면 택시나 우버 드라이버들도 위협적으로 운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한국은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칠게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보행자 보호하는 경향은 인구밀도에 반비례하는 게 맞는 거 같긴 하다. 내가 사는 보스턴 외곽 같은 경우에는 보행자를 대도시보다 사람들이 확실히 조심히 운전하는 것 같긴 하지만, 완전 시골처럼 여유롭게 기다려주진 않는 분위기다. 서부의 정말 한적한 도시를 간 적이 있었다. 조용한 마을의 읍내 같은 곳이었고 왕복 6차선 도로가 정말 고요했다. 어떤 할머니가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길래 기다렸고, 반대편에 거의 다다랐을 때 반대편 1~2 차선쯤을 지나가고 있어서 우린 그냥 횡단보도를 지나갔다. 그 할머니랑 거리가 꽤 되었는데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 쪽으로 뛰어오시더나 법규를 날리고 가셨다. 이때는 미국에 살지 않았을 때였는데 미국의 보행자 보호 문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회였다.
유지비
보험비는 한국에서 오게 되면 미국 보험경력이 없기 때문에 보험이 꽤 비쌀 수 있다. 일본 한국 중형차만 하더라고 보험비가 한 달에 250불 정도 나올 수 있다. 보험사 별로 다를 거 같은데 난 한국 경력을 인정받아 150불 정도였고 와이프를 나중에 추가하니 200불 정도였다. 지금은 2년 정도 지나 그때보단 몇십 불 덜 내고 있다. 기름값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우리 동네는 리터로 환산하면 1100원/리터 정도인 거 같다. 그리고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자동차 유지보수가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엔진오일 같은 평범한 것은 물가대비 할만한 거 같은데 자동차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수리를 해야 하는 경우 싼 차를 타더라도 공임이 비싸기 때문에 1000불은 쉽게 쉽게 나가는 것 같다. 미국 사람들 중에는 집 가라지에 기본적인 도구를 두고 알아서 차를 고치는 경우 있는 것도 같았다.
긴급서비스
원하지 않게 로드서비스를 받아야 할 일이 두 번 있었다. 한번 여름 연석을 밟아서 타이어 옆에 찢어져서 바람이 순식간에 빠져서 갓길에 차를 세워야만 했다. 운이 좋게도 갓길이 넓고 앉아있을 만에 잔디가 옆에 있어서 기다리기에 좋았다. 보험 회사에 전화를 하니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였고 실제론 1시간 반정도가 지나서 도착을 했다. 또 한 번은 두 달 전인데 불안 불안하던 시동이 주말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니 결국 걸리지 않았다. 겨울이라 꽤 추운 날이었지만 다행히 몰 옆이라 기다리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첫 번째로 토잉 트럭이 오지 않고 배터리만 봐주는 사람이 먼저 와서 차를 테스트해 보곤 토잉 트럭을 따로 불러주었다. 주말이었지만 총 해서 2시간 정도만에 차를 토잉 해서 회사 근처 혼다 딜러샵에 차를 가져다 놓을 수 있었다. 따로 혼다에 연락하지 않아도 키를 넣고 차량 증상 같은 걸 써놓을 수 있는 봉투가 있어서 수리를 의뢰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의 자차의 의미
맨해튼이나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정도는 대중교통이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꽤 발달하여 아마도 차가 없이 살만 할 수도 있다. 내가 느낀 보스턴에서 차 없는 2년은 힘들었다. 매우 친한 사람 중 차가 있어서 부담 없이 어디 같이 가자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차가 없으면 생활 반경이 제한된다. 개인적으로 미국 생활을 장점은 광활한 땅에서 느낄 수 있는 개방감이라고 생각한다. 주말마다 주변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하곤 하는데 도심에 차 없이 살 때에는 항상 가는 공원만 가야만 했고, 그런 도심의 있는 공원은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사람이 꽤 많았다. 차 없을 때 보는 보스턴과 차 있을 때 보는 보스턴을 바라보는 시야가 많이 달라졌다.
나는 요리를 많이 하는 편인데 도시라고 해도 한국처럼 마트가 많지는 않다. 작은 마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마트들은 꽤나 비싸다. 그리고 보통 포장단위가 한국보다 크기 때문에 그걸 들고 오는 거는 만만치가 않았다. 나는 혼자살 때 블루바이크(한국의 따릉이)를 타고 장을 보러 다녔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싶다. 한국에서는 사 먹는 게 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미국에선 절대 싸지 않다. 차가 있는 지금은 언제나 가고 싶은 곳에 가서 부담 없이 물건을 사지만 그때는 항상 자전거로 갈 수 있으면서 너무 많이 사지 않나 내가 들고 올 수 있나를 생각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