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킁킁대는 프리랜서의 비염 탈출 분투기
01. 이비인후과 방문
어린 시절 나는 비염이 없었다. 어른이 되고 한참 지난 성인 8년 차쯤 갑자기 비염이 생겼다. 코감기 목감기에 자주 걸려서 호흡기, 기관지가 좋지 않은 건 알고 있었다. 엄마 쪽 어른들의 기관지 가족력이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비염은 없었는데..
2020년 봄, 원인 모를 재채기와 콧물, 코막힘 증상이 나타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생각했다.
아.. 이번엔 찐이다..
2년여간 증상이 심하지 않아 그냥 견디곤 했는데, 이번엔 코 증상에 더해 눈 점막까지 가려울 지경이었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이비인후과에 갔다. 다행히 대기 환자가 없어서 바로 호명되어 들어갔다. 목례를 하고 진료의자에 앉아 마스크를 벗고 코 안을 보여드리려 하자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다급하게 동시에 외쳤다.
"마스크 벗지 마세요!!!!!!"
이제는 없으면 허전한 마스크.
잠깐 띠용 했다. 귀는 그렇다 쳐도 코랑 목 아파서 오는 환자는 마스크를 벗어야 환부를 보여드릴 수 있는데. 의사 선생님은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코와 목 소독 및 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고 대화로만 증상을 듣고 처방을 해주신다고 하였다.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말로 설명하고 약을 처방받아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때여서 의사 선생님의 진료법(?)이 이해되기도 한다.
처방받은 약 중에는 코 안에 뿌리는 비염 스프레이도 있었다. 약을 받고 나서는 친구처럼 지내는 전 직장 동료와 약속이 있어서 바로 만나러 갔다.
그때 처방받았던 비염 스프레이.
마침 동료는 나보다 더 오래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비염 탈출로 이어졌다. 그러다 스프레이를 처방받았다고 하니 그녀가 말했다.
"비염 스프레이 조심해야 해요. 그거 잘못 뿌리면 나중에 더 고치기 힘든 '반동성 비염' 생기고 고칠 수도 없대요."
더 고치기 힘든 비염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검색을 해보니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병을 고치려고 뿌린 스프레이의 부작용 때문에 코 기능이 저하되어 고생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다!
그날 처방받아 온 약들 중 내복약만 먹고 스프레이는 약통에 고이 보관했다. 내복약을 다 먹어 갈 때쯤 다시 무시무시한 비염 스프레이 부작용을 유튜브에 자세히 검색해봤다. 어? 뭐지?
... 아뿔싸! 부작용이 나타나서 코의 기능이 약해지고 반동성 비염이 나타나게 하는 것은 내가 처방받은 "전문 의약품" 스프레이가 아니라 약국에서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 스프레이였다.
의사 선생님과 약사 선생님이 어련히 알아서 처방하고 설명해주셨을 텐데 전문가들의 말을 안 듣고 인터넷에 의존하다니. 바보 같은 일이다. 그래도 내복약을 다 먹고 나서 꽃가루 철이 조금 지나서인지 견딜만해서 스프레이는 미개봉 중고 상태로 구급약통에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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