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도 비데가 필요해! 비염 식염수 세척 후기

02. 생리식염수 노즈비데

by 김이로

지난 1편에서 비염 대화를 나누었던 전 직장 동료가 한 가지 더 말해준 것이 있다. 한쪽 코에다가 식염수를 주입해서 반대편 코로 나오게 세척하는 것이 비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단다.


"그렇게 하면 코 안 매워요? 수영할 때 코에 물 들어가면 아프잖아요"


"요령이 생기면 괜찮아요. 저는 전부터 계속하는데 한번 도전해봐요."


집에 와서 식염수 코 세척을 찾아보니 각종 방송사에 주부들이 자주 보는 건강/생활정보 프로그램 동영상이 나왔다.


의사 선생님들이 비염 코 세척 방법을 알려주고 패널로 나온 연예인들 중 비염 있는 사람을 앞으로 데리고 나와 시연해 보이는 영상들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45도 각도로 기울인 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코에 식염수를 주입한다.


코 식염수 세척 전용 기구는 닭강정집에서 땅콩을 뿌려줄 때 쓰는 땅콩 용기 또는 냉면집에서 나오는 식초 겨자 소스통처럼 생겼다.



약간 이렇게 생겼다. 상단 뚫린 부분을 콧구멍에 넣어 고정시켜 몸통을 누르면 식염수가 나오는 형태.



보기만 해도 코가 매운데, 진퇴양난이다. 어차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비염을 고칠 수 없다. 약국으로 가서 생리 식염수를 사러 왔다고 하니 바로 제품 하나를 추천해 주셨다.


"저기 뒤 쪽에 노즈비데 보이죠? 그거로 하시면 편해요. 몸통 누르는 것보다 주사기로 하는 거라 초보가 하기에 더 쉬워요."



식염수와 함께 노즈비데를 사 왔다. 아까 봤던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 보며 예습(?)을 했다. 비장한 마음으로 세면대 앞에 섰다.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영도 할 줄 알고, 수영할 때 코에 물도 많이 들어갔었으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사기에 식염수를 채우고, 배운 대로 고개를 숙이고, 소리 내기 시작했다.


"아~~~~~~"


동영상 속 의사 선생님은 코 세척할 때 입으로 소리를 계속 내어야 식염수가 목구멍 쪽으로 넘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결과는 단번에 성공이었다. 수영을 할 줄 알거나, 코에 물이 들어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을수록 성공 확률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눈을 내리깔고 시야를 낮추니 보이는 모습이 아주 우스꽝스러웠다. 자세는 어정쩡하게 굽히고 있고, 한쪽 손으로는 주사기를 눌러 식염수를 주입하고, 한쪽 코에서는 코 안쪽을 돌고 나온 식염수가 줄줄 흐르고, 입은 힘없이 벌린 채로 아아- 거리고 있었다. 요새 말로 "현타 오는" 순간이었다.


얘처럼 아아 거리고 있게 된다. 다만 소심한 "아... 아..."가 아니라 "아~~~~~~~"에 가깝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말 못 하는 귀신 '가오나시' 같기도 하고, 요즘 트렌드(?)인 좀비 같기도 한 게 어이없어 웃음만 난다. 집에 가족이 있다면 놀림당하기 좋다. 나는 남편한테 낄낄 놀림을 받았다.




노즈비데는 항상 우리 집 화장실에 있다. 하고 나서는 개운하긴 하지만 여전히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이내 코가 막히고 만다. 그래도 꾸준히 하면 안 하는 것 보다야 낫다고 하니 습관을 들여 본다. 비염을 잡는 건 역시 쉽지가 않았다.



추가로 비염 치료기를 찾다 보니 가수 장윤정이 광고 모델인 "코에픽"이라는 제품을 알게 되었다. 구매하고 싶었지만 가격이 10만 원 초중반으로 고민스러웠다. 콘센트에 코드를 꼽는 것처럼 코에 끼우는 모양의 수치스러움과 적외선 온열기가 만드는 루돌프(...) 코의 진입장벽이 너무 커서 아직까지 못 사고 있다. 혹시 누군가 사용해 보았다면 댓글로 알려 주세요.



붉게 빛나는 부분을 코에 끼우면 루돌프처럼 빨간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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