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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Sep 22. 2023

자전거를 빌려서 장을 보러 갔는데 장바구니를 놓고 갔다


늦게 잔 것 치고는 일찍 일어난 아침 9시.


남대문 잡채호떡 하나를 데워 먹으면서 밖을 보는데 날씨가 너무 좋다.


친구들과 카톡에서도 오늘은 온통 날씨 이야기.


이 금쪽같은 날씨를 허송세월처럼 그냥 보낼 수는 없다.


어떻게든 싹싹 긁어먹어야 한다.


어차피 집에만 있으면 별로 생산적인 일을 할 것 같지 않으니.








선크림을 얼굴에 문대서 바르고 핸드폰만 달랑 들고 집을 나섰다.


올봄에 종종 갔던 코스로 산책길을 걷는다.


아침 기온이 선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햇빛 아래는 따갑다. 눈도 부시고.


걷다가 생각하니 오늘 우리 지역 축제가 시작한다.


3일간 지속되는 축제인데 공연도 하고 플리마켓도 열려서 구경 가기로 했다.


그렇게 걸어가다 보니 얼마 전 블로그에서 알게 된 자전거 대여소가 나왔다.


서울엔 따릉이가 있는데 우리 동네는 지역 주민임을 증명하는 신분증만 내면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주는 서비스가 있다.


이용해 봐야지 했는데 마침 마주쳐서 바로 여쭤봤다.


다행히 남은 자전거가 딱 하나 있어서 운 좋게 대여할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평화롭고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플리마켓을 먼저 구경한 뒤, 공연이 열리는 광장 행사장 쪽으로 갔다.


아쉽게도 행사는 오후 2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어서 내가 방문한 오전엔 공연과 푸드트럭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행사를 볼 순 없었지만 준비하는 과정을 보기만 해도 들뜨고 설렜다.








내일 아침 양갈비를 구워 먹기로 해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 숙주를 사러 마트로 향했다.


그런데 장을 볼 생각을 미리 하지 못해서 장바구니를 챙겨 오지 못했다.


대여 자전거에는 바구니가 없었다.


한 손으로 숙주를 들고 남은 손으로 자전거 운전을 할 순 있겠지만 위험하니 그러지 않고 싶었다.


고민을 하다가 자율포장대에 박스테이프가 있으니까 숙주에 테이프로 손잡이를 만들어 걸고 오면 되겠다 싶었다.


이마트엔 환경 때문에 박스만 있고 끈과 테이프는 없길래 동네 큰 식자재 마트로 갔다.


역시 여기엔 박스테이프가 있었다!




숙주를 테이프로 동여매고 출발했다.






자전거는 빌린 대여소가 아니라도 우리 도시에 위치한 대여소 어느 곳이든 반납이 가능해서 왔던 길이 아니라 일부러 안 가본 길을 택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오후, 이따금씩 맞은편에서 오는 자전거들을 몇 대 마주치고, 천 따라 걷는 사람들을 지나쳐 집과 가장 가까운 대여소에 자전거를 반납했다.


손에 달랑달랑 숙주 봉다리를 들고 집에 오니 오후 2시가 넘었다.


집에 있었으면 유튜브나 보면서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했을 텐데 뿌듯했다.


내친김에 출근까지는 시간이 약간 여유 있어서 화장실 청소까지 반짝반짝 마쳤다.


빛나는 햇살이 몸 가득 배어든 날이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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