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의 미학

피켓의 돌격_Mark Bradford

by Luna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은 1863년 “나는 꿈이 있다(I Have a Dream)”를 연설한다.

그리고 2017년, 버지니아주에서는 백인 극우파 집회가 열렸고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양쪽 모두의 책임”을 운운한다.

인간의 사고방식은 늘 변한다. 그리고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는 달라진다. 좌우로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우리는 어떠한 가치를 선견지명으로 삼을 것인가?


2018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미국관 대표로 초대된 마크 브레드포드(Mark Bradford, 1961-)는 다음해 허쉬혼 뮤지엄에서 피켓의 돌격(Pikket’s Charge)작품을 선보인다.

피켓의 돌격은 남북전쟁의 게티즈버그 전투 3일째 되는 7월 3일, 로버트 E. 리의 남부군이 북군 진영이 위치한 묘지능선을 향해 돌격한 사건을 말한다.

그는 정치, 사회적 문제에 대해 미학적인 질문으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상기시킨다.



나의 어린시절의 경험은
예술적 배경이 아닌 제작적 배경이다.


61년생의 마크 브레드포드는 흑인 추상화가로 다운타운출신이다. 할렘의 스튜디오 뮤지엄에서 데뷔한 그의 조모는 재봉일을 했다. 어머니는 헤어 살롱을 운영했고 그는 이러한 환경에 따라 어릴적 어머니의 미용실에서 메뉴판 만드는 일을 담당했다.

완벽하지 않은 이미지와 사인, 무질서한 텍스트와 캘리그라피, 이것을 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은 그의 일상이었을 것이다.


창작자는 예술활동을 통해 자신의 어린시절을 경험한다. 마크는 창작자로서 이러한 자신의 어린시절을 제작적 배경이라고 일컫는다.

어린시절부터 시작된 찢어서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다시 재해석하는, 완벽히 포스트모던적인 그의 제작 방식은 그의 삶과 경험에서 추출한 미학적 방식인 동시에 미국이 낳은 추상표현에 대한 고찰적인 과정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작업을 통해 연약함과 영웅성이 어떠한 방식으로 공존하는지 보여준다. 종이를 파편적으로 겹쳐서 붙었다가 다시 뜯어내는, 평면에서 구사하는 그의 반복적이고 연속적 행위는 종이 특유의 물성을 변형시키며 점차 광활해진다.


나의 어머니는 포스트모던적이다


한 인터뷰에서 마크는 “나의 어머니는 포스트모던적이다.”라고 말한다.

한국의 추상화가 박서보는 “매일 나무떼고 같은 자리에서 밥짓는 어머니모습이 내 작품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질서 정연한 반복 속에 드러나는 굴곡진 변화는 작가의 반복적 행위가 빚어낸 추상적 조형성의 특징으로 우리는 반복과 차이, 그 자체에서 작가의 성찰과 작가가 읽으낸 우리 모두의 역사를 느낀다.


들뢰즈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매 순간 변화하며 달라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들뢰즈가 설명하는 ‘반복과 차이‘는 모네의 루앙 대성당 연작과 같이 반복을 통해 드러나는 차이로서 창조적 과정을 만드는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반복은 끊임없이 생성 변화하고 예측할 수 없는 세계를 인위적으로 붙잡는 시도이며, 이는 현대 회화에서 여전히 시도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반복의 미학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Mark Bradford_ Pickett’s Charge

Hirshhorn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