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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 Sep 10. 2021

클래식은 항상 드뷔시, 라벨  #클래식


  클래식을 뉴에이지로 접근하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처음 클래식에 미쳐버렸던 건 라벨, 드뷔시, 그리고 일본 뉴에이지 그룹인 Acoustic Cafe이다. 그들은 드뷔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를 편곡하여 새 곡을 냈다. 곡 제목은 ‘파반느Pavane’.


  클래식은 사계-봄 밖에 몰랐던 내가 빠져든 클래식의 시작이 편곡이라니. 누군가는 클래식의 징수를 모른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피아노도 못 치는 어린 초등학생에게 현악기의 매력을 일깨웠다는 점은 절대 놓칠 수 없는 강점이다. 어쿠스틱 카페의 Last carnival, Pavane, long long age는 바이올린에 미치게 만들었다. 그 이후 나는 학교 실내악 오케스트라에 참여해 여러 곡들을 연주했다. 실력은 모자라 제 2바이올린에 머물렀지만, 생상스와 차이코프스키의 곡은 내게 아름답게 다가왔다.


  어려운 클래식이라는 이미지를 깨고, 미디어는 클래식을 배우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이다. 이전까지의 내 클래식 기호는 미디어로 점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눠보자면 크게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책 순서이다.   




영화 <트와일라잇> 속 드뷔시 ‘달빛’

  삼각 관계로 인해 여자 아이들의 망상 로맨스로 인식되고는 하는 영화 트와일라잇. 당연 그 여자 아이였던 나도 트와일라잇을 좋아하고는 했다. 영화에 이어 책까지 다 사 읽었다. 후후. 이 책에서 단연 로맨틱한 장면은 볼보를 모는 에드워드의 차에서 흘러나오는 드뷔시였다. 매번 우중충하고 비가 많이 오는 지역, 서로 썸을 타는 사이로 애매한 두 사람은 좁은 차 안, 흘러나오는 달빛의 선율에서 공통점을 찾아낸다. 서로가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을 많이 들어왔고, 서로 서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 그들은 조금 내성적인 사람들이었는데 이로 인해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된다.


  원작 소설에서 등장하는 이 장면이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이후 영화는 한 단계 앞서나간다. 극 중 피아노를 칠 줄 아는 남자 주인공 로버트 패틴슨이 달빛 아래 잠든 여자 주인공을 훔쳐보며 작곡을 한 곡이 있다는 설정을 추가한 것이다. 그 제목은 ‘Bella’s lullaby’. 많은 부분이 드뷔시의 달빛을 떠오르게 하는 곡으로, 피아노의 선율이 주가 된다. 바이올린 선율이 추가되어 로맨틱한 느낌을 덮어내는 곡이다.   



<디지몬 어드벤쳐 애니메이션 극장판>, 라벨 '볼레로'

  나는 그렇게까지 디지몬 팬은 아니었던 터라 태일이와 아구몬에 심장이 뛰지는 않지만, 극장판의 볼레로는 정말 신의 한 수 였다고 생각한다. 태일이 동생, 이름이 뭔지 기억 안 나는 그 친구가 뽁뽁 댈 때마다 흘러나온 볼레로. 아이들에게는 환상의 나라로 문을 여는 입장곡이 아니었나.   


  이 볼레로는 밑에서 언급할 <노다메 칸타빌레> 극장판에서도 등장한다. 주인공의 첫 지휘가 시작되는 프랑스 오케스트라에서 그는 바이올린으로 위장한 채 볼레로를 연주한다. 그리고 대망의 첫 지휘자로서의 합주곡, 그의 오케스트라는 엉망진창의 볼레로 연주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볼레로는 느려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는데, 독주가 많은 볼레로의 특이점으로 인해 망가지는 악기 하나하나를 맞이할 수 있어 재밌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랩소디 인 블루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고등학교 음악 시간을 즐겁게 해주었던 노다메 칸타빌레, 이미 가창이니 연주니 1   모르는 일반 고등학교의 음악 시간은 놀자판이다. 음악 선생님은  시간을 그나마 유익하게 만들고자 강구했으니, 바로 노다메 칸타빌레로 쉽게 클래식에 접근하도록 만들어주자는 아이디어였다.  아이디어는 강력하게 작용했다.


  피아노  친다는 애들이 매번 치는 영화 <말할  없는 비밀> 곡이 아니라 노다메 칸타빌레의 라흐마니노프와 라벨을 찾아듣게 만든 것이다.  외에도 노다메가 연주하는 여러 작곡가들은 아이들의 개인 취향이 되어 쇼팽파, 베토벤파, 모차르트파, 나처럼 갑자기 드뷔시와 라벨, 가브리엘 포레의 인상주의파로 정착한 애들로 나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1Q84>, 야나체크 '신포니에타'

  무라카미 하루키가 조지 오웰의 <1984>를 모티브로 쓴 소설 1Q84. 기이하게도 나는 3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2→ 1→ 3→ 이란 괴기한 순서로 돌았다. 그러다보니 조금 늦게 아오마메가 택시에 앉아 야나체크의 곡을 듣는다는 설정을 뒤늦게 맞이했다.


  야나체크는 한국에서 참 생소한 작곡가이다. 체코라는 동유럽도 멀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익숙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프랑스 작곡가가 아니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체코는 프라하, 밀란 쿤데라, 프란츠 카프카 뿐이기 때문에 야나체크는 매우 생소했다.  장엄한 그 곡을 듣다보면 이 곳이 패럴렐 월드일까 본 세상일까 의문을 갖게 하는 곡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코드 가게에서 일을 했기 때문일까. 그는 소설에 등장시키는 곡 하나하나에 다 정성을 다한다. 매번 주인공의 서사에 맞는 클래식이다.


  최근 읽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는 야나체크가 아닌 오페라까지 등장한다. 그의 클래식 지식은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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