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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 Aug 17. 2021

제페토, 부동산까지 넘보다 digital reality

KBS에 채널을 고정 해놓고 딴짓을 하다가 두 귀를 트이게 한 문장이 있었다. “강남 아파트를 8만원을 살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게 뭔가? 깜짝 놀라 화면에 집중하자, 바로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한 곳에서 산 부동산이라는 것을 알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wF-3hK149VM

제페토는 네이버에서 개발한 메타버스 앱이다. 아바타를 만들어 제페토 세상에서 채팅과 음성으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앱인데, V app으로 이미 MZ세대와 Z세대의 여러 아이돌 팬층을 보유한 네이버의 확장 사업이다. 처음엔 네이버의 카메라 사업인 ‘스노우’에서 시작해서 스노우로 얼굴을 찍으면 아바타를 생성하는 활동으로 시작해 Z 코퍼레이션의 신설 법인으로 분사되었다.


지금은 사라진 쥬니어네이버의 동물농장과 파니룸, 넷마블의 ‘바닐라캣’ 게임과 오픈 월드 형태로 MMO(Massive Multiplayer Online) 소통을 나눈 다는 점에서 유사하며, EA사의 심즈3, 심즈4 와도 유사하다.

하지만 제일 유사한 것은 주니어네이버에서 제공했던 ‘퍼피레드’ 게임이다. 이 게임은 앞서 언급한 모든 게임보다 제페토와 90% 닮아 있다. 큰 차이점이 있다면 제페토는 유저들이 월드를 생성할 수도, 캐릭터의 모든걸 직접 만들고, 옷을 팔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발전된 기술로 더 정교한 캐릭터 표정, 동작, 춤, 음성 대화도 가능하다. 그리고 국내 이용자만 채팅하던 월드와 다르게 제페토는 전세계 2억명이 넘는 유저가 가입 중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digital reality XR은 먼저 XR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XR은 흔히 아는 증강 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VR 게임기를 이용해서 놀고, 스마트폰으로 증강 현실을 게임을 하고 등 분리되어 있던 기술들이 합쳐질 수 있다.

XR의 시작에서는 MR, VR, AR이 다 다른 기기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스마트폰의 발달로 스마트폰 하나로 이 모든 기술을 다 즐길 수 있다. 제페토가 바로 그 예시이다. 더 이상 VR 게임을 하기 위해서 눈과 귀를 가리는 VR기기를 따로 살 필요가 없다. 또 VR 게임을 하고 가상 현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그 기기가 있는 장소에 가야만 했다. 하지만 제페토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가상 세계에 접속하고 채팅하며 전세계인과 채팅 할 수 있다.


1) 네이버의 제페토 홍보

네이버가 전세계인을 제페토로 인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또 다른 강점은 바로 브이앱(V live)이다. 소속사마다 다른 서비스와 계약을 해서 한 곳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가수들을 앱 하나에서 실시간 라이브를 모두 볼 수 있는 앱이 브이앱이다. 아이돌이 자신의 숙소, 방, 대기실, 소속사 등에서 때로는 콘텐츠를 가지고, 때로는 그저 채팅을 통한 소통 라이브를 하면서 MZ세대와 Z세대들의 팬 문화 필수 앱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네이버가 브이앱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내 캐릭터 만들기 기능을 제공한다는 사실과 네이버 아이디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제페토 앱을 냈기 때문에 유입이 쉬웠다.

제페토에서 채팅을 시작하는 팬들은 꼭 ‘Tell me your bias.’라고 묻는다. 여기서 bia는 자신의 아이돌 최애(가장 좋아하는 아이돌)를 뜻한다. 제페토 이용자들은 단순히 digital me를 추구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제페토의 digital reality XR 기술을 통해 덕질을 위한 정보, 소통, 한국어 배우기 등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브이앱은 네이버가 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현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와 합작회사가 되며 방탄소년단만은 내년 서비스 종료 예정이다. 이 점이 제페토로 유입하는 팬들을 더욱 늘릴 것으로 보인다. 제페토 안에서는 특히 방탄소년단 팬인 아미Army들이 많이 보인다. 이미 방탄소년단이 뮤직비디오를 제페토에서 공개하기도 하고, 방탄소년단의 캐릭터이자 라인프렌즈(네이버 라인LINE)의 BT21 캐릭터 아이템을 제페토 안에서 판매중이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세계 관점으로 바라본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은 XR(확장 현실)이다. X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실감기술(Immersive Technology)를 모두 포함하는 기술이며, 비대면 상황에서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열쇠를 제공한다. (KIST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코로나 상황에서 제페토는 발 빠른 마케팅을 펼쳤다. 바로 전 세계의 아름다운 관광 명소를 제페토 안에서 구현한 것이다. 개발자들이 직접 만들 뿐만 아니라, 유저들의 참여도 독려했다. 제페토의 실제 이용을 해보면 채팅창이 언어의 천국이라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인공 공용어로 점철된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이 일본, 중국, 미국 외에 잘 알지 못하는 K-pop 거대 시장이 바로 인도네시아다. 인구가 억을 넘는 인도네시아는 코로나 이후 한국에 올 수 있는 관광객이 줄었고, 실제 열리는 콘서트에도 약 2년간 가지 못하자 제페토를 통해 한국 교실을 경험해보고, 서울의 풍경을 대리만족하고 있다.

제페토는 이제 10대, 20대인 MZ세대만을 노리지 않는다. Y세대들의 비트코인 열풍, 투자에 대한 열망을 쫓아 수익성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제페토에서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 팔 수도 있다. 또한 이 캐릭터로 공간을 만들어 뮤직비디오를 찍거나 웹드라마를 찍어 유튜브에 업로드하여 수익 창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중 가장 화제인 것은 부동산 투자이다. 부동산을 인터넷 화폐인 가상화폐로 거래하는 게 아니라 실제 현금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페토는 기술을 통한 ‘가치’ 추구를 지향한다. 내가 제페토를 통해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는 일의 필요, 덕질 메이트를 구하는 필요, 제페토 스타가 되는 욕망, 제페토에서 아이템을 디자인하고 팔면서 얻는 수익 추구의 욕망 등이다. 제페토는 소통의 창구가 될 수도, 덕질의 장이 될 수도, 수익 추구의 현장이 될 수도 있다. 그 방식은 이용자의 온전한 몫이며, 제페토는 그걸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구현하고 있을 뿐이다.


2) 제페토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마케팅

10대는 트렌드에 민감하다. 또한 미디어를 통해 고급 명품들의 노출과 접근성이 달라짐에 따라 10대, 20대임에도 불구하고 입생로랑 화장품부터 시작해 가방, 옷으로 구매를 하고 싶어하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찌, 크리스찬 루부탱이 제페토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구찌는 올드 패션이라는 단점과 클래식하다는 장점을 트렌디하게 바꾸기 위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한국 엠베서더로 가수 ‘아이유’를 모델로 삼아 ‘인간구찌’라는 말로 구찌의 매력을 올리려했다. 아이유의 인기와 선한 이미지등이 구찌와 합쳐져 고급스럽고, 예쁜데 부티나는 이미지를 1020 M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구찌는 제페토와의 협업을 진행했다. ‘입어보는 욕망’을 제페토 이용자들에게 불러일으키고, 구찌를 친숙한 브랜드로 다가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제페토 입장에서는 고급 콘텐츠의 추가, 제페토 이용자의 좋은 반응 등이 주어지니 서로 상부상조인 마케팅이 아닐 수 없었다.





3) 제페토의 digital XR + digital Me


  제페토는 오픈 월드의 소통 창구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화 하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이라는 신조어처럼, 인스타그램에 올릴 법한 피드 꾸미기가 제페토 내의 인기이다. 그 방법은 아바타인 내 캐릭터를 여러 장소에 가게 해 3인칭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마치 인스타 인플루언서들이나 모델들이 사진을 찍듯 말이다. 그리고 그 밑에 코멘트로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든다. ‘자기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기술을 제페토는 추구하고 있다. 어찌보면 인스타그램보다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에서 틱톡을 모방해 선구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반복되는 영상 ‘릴스’ 기능까지 제공한다. 릴스는 자신이 방문한 월드에서 내가 뭘 했는지, 어떤 스토리를 꾸며내어 보여주기 등을 한다. 위의 사진에서는 나의 제페토 친구 중 한 명이 파리 월드를 방문해 나와 함께 찍은 영상을 편집해 업로드하였는데, 함께 참여한 멤버로 나를 태그했다. 인스타그램의 @ 팔로워 태그와 같은 방식이다.


제페토 유저들이 ‘자기다움(uniqueness)’을 추구하는 방식은 주로 캐릭터 꾸미기를 통해 시작된다. 비슷한 외양일지라도 메이크업 유무, 스타일 차이, 각종 장신구의 차이로 캐릭터는 내가 설정한 새로운 이름을 갖는다. 또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만들어낸 사진 속 스토리텔링이 ‘내’가 다른 제페토 유저와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나는 제페토에서 인스타 스타처럼 행동할 수도, 댄서가 될 수도, 뮤직비디오 감독이 될 수도, 배우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찍는 사진과 업로드하는 영상에 따라 똑 같은 캐릭터라도 3가지의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수 있으며, 아이템을 창작해서 디자이너가 될 수도, 그걸로 제페토 피드를 통해 홍보를 할 수 도 있어 실제 수익 창출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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