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지 Aug 21. 2021

나는 여름밤을 너무 사랑해

  더위를 많이 탄다는 사람들 모두 주목, 우리는 왜 이렇게 여름을 혐오하게 되었을까요? 혐오는 나쁜거라고 우리는 그렇게도 교육과정을 통해 배웠잖아요. 근데 왜, 너는 그렇게, 사람을 땀을 나게 만들고 열 나게 만들고 피부를 태워먹어서는 그렇게 미움을 받냐고. 이렇게 열거하고 보니 여름이 잘못 한거 맞죠? 그쵸?


  여름의 단점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래도 좋은 점 몇 가지가 있다면 여름은 빨래가 참, 잘 마른다. 뽀송뽀송 하루만에 익어버리는 빨래를 보면 아 이렇게 뜨거운 햇살도 식물과 빨래에게는 좋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얇아진 옷, 몸매를 드러내서 짜증나게 하지만 의외로 얇고 간단하게 입는 다는 건 사람을 꽤 홀가분하게 만든다. 양말 없이는 얼어버릴 것 같은 겨울 낮과 다르게 여름의 샌들은 참 편하니까요.


  부산에서 두번째로 보낸 여름밤을 기억한다. 열대야를 처음 맞이한 그 2018년의 무더운 여름밤. 에어컨을 틀지 않고는 잠도 들수 없어서 죽을 거 같았던 밤이었다. 내 그토록 이불이라는 물건에게 짜증을 내본 적이 없다. 눕기만 하면 땀이 나고 내 체온에 이불이 뜨끈뜨끈해져 다시 내게 전해지는 그 불쾌함이란, 에어컨과 자그마한 선풍기가 없다면 2시간에 한 번씩 깨어나고는 하는 그런 더움이었다.


  최근에서야 8월의 말이 다다르고 여름밤이 좀 시원해진 걸 체감한다. 검은색 면으로 된 반팔, 나일론이 나폴거리는 파란색 반바지, 비만 오면 분해될까봐 마른 날에만 신고 다니는 버캔스탁 샌들. 그걸로 터덜터덜 여름밤을 나서면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서 아 시원한 진저레몬에이드 한 잔 때리고 싶다라는 생각이 물씬 난다. 이건 어디서 불어오는 시원한 물냄새일까. 나도 모르게 서면 저 멀리, 그와 한 번 걸어갔다 오고 싶어지는 그런 밤. 


  그와 저 멀리 걸어가서 밀면 두 그릇에 만두까지 때리고 와버렸다. 때리러 가는 길에 비가 올 거 같아 허둥지둥 편의점 우산을 샀는데, 다 먹자마자 그쳐버렸다. 이게 뭐고? 니 먼데 장난치나? 싶더라. 서면을 4년 넘게 들락날락거렸는데도 그렇게 멋진 야경을 가진 거리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이태원을 탄 듯, 홍대 거리를 탄 듯한 물감을 그려놓은 듯 했다. 엄청나게 큰 지상 서점도 있었다. 영광도서라는데, 다음에 꼭 같이 가기로 손 꼭 붙잡고 약속했다. 나 꼭 데려가야 한다? 진짜다?


  이제는 익숙해진 부산의 여름밤을 네 해째, 이제는 쌀쌀하기만 하는 내 북쪽의 고향 밤이 기억나지 않는다. 치대는 열이 찾아오면 상대의 열도 혐오스러울거라 믿었던 나날, 이제는 온기를 나눌 여름의 연인이 생겨도 여름은 혐오스럽지 않다는 걸. 어째 글 마무리를 다 사랑으로 마치는데? 이거 어쩔 수 없다. 여름 열기가 가시면 나도 좀 이 주접이 그칠까.





작가의 이전글 종현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