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 산업화의 역사와 구조 등

2부 지금 우리는 어 디에 있는가 6장 원천기술 및 산업화 역사등

by 한재영 신피질

산업화의 역사와 구조적 한계


한국은 산업화의 시기가 늦었다. 이미 서구와 일본이 원천기술을 장악한 상태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빠르게 추격해 상용화에 성공하는 전략이 유일한 생존 방식이었다.


그 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자동차, 조선, 화학 등에서 세계적 성취를 이뤘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원천기술의 창출이 아니라 응용·상용화의 성과였다.


제조 역량과 공정 혁신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지만, 원천기술을 장기적으로 축적하는 연구 전통과 문화는 제대로 기초부터 축적하지 않았다.


제도 및 시스템의 철저한 주춧돌과 그 주춧돌을 받추는 정신과 문화의 역사적 전통의 토대가 마련되지 않는 상태에서 응용과 상용의 빨리빨리 성장의 문화가 주도적이었다.


즉 한국 산업의 DNA는 추격자(fast follower)였던 셈이다.



사회·문화적 제약


원천기술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라 사회적 태도와 문화적 토양에서 비롯된다.

합리적 탐구심, 과학자의 태도, 공동체적 연구 문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역사적으로 가문·파벌 중심, 재무적 성공과 권력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 성향이 강했고, 과학적 합리주의보다 단기 성과와 이익 추구를 중시했다. 그것이 식민지 지배시대를 거쳐 미군정 그리고 이승만 박정희 개발 독재와 연결되면서 그 문화가 더욱 고착되었다.


조직 내부에서도 유교적 연공서열과 군대식 상명하복이 창의성을 억눌렀고, 극심한 경쟁 사회에서 한번 실패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에서 낙인이 되었고 도태되었다.


조선시대 사농공상의 서열에 따른 오랜 전통의 흔적이 한국 현대사회 영향을 미쳤다.


아직도 기술자들이 독일이나 일본처럼 한 분야에서 가문 대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자기 직업을 천직처럼 여겨서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응용·상용화의 강점과 한계


한국의 강점은 기초 과학에 대한 연구 및 기술에 대한 근본적 발전보다는 기술의 응용과 상용화에 있다.

이런 강점으로 2000년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일본 전자산업을 추월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 삼성은 초고집적 DRAM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 LG는 대형 OLED TV를 상용화했으며,

• 정부 및 통신 업계는 전국 초고속 인터넷망을 세계 최초 수준으로 보급했다.


세계 최초 발명”은 아니었지만, 세계 최고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원천기술을 특허와 표준으로 더욱 강력히 보호하면서, 단순 상용화 전략만으로는 지속적 경쟁우위를 지키기 어려운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최근 체코 원자력 발전소에서 미국 정부 및 웨스팅하우스의 강력한 원천기술 보호로 인하여, 엄청나게 큰 원천기술 로열티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성급하게 계약을 추진하여, 성과를 국민에게 홍보하려는 정부 및 관계 기관들의 문제도 있지만, 본질은 원천기술이 없을 경우 독립적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도체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반도체 핵심 설계 기술은 대부분 미국이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새로운 위협


오늘날 중국은 한국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


중국은 AI 전환기에 국가 차원의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 매년 120만 명 이상의 이공계 졸업자를 배출한다. (미국 20만 명, 한국 7만 명 수준) 특허 출원 172만 건(세계 1위)

전 세계 출원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에서 나온다.


화웨이, CATL, BYD 같은 기업이 배터리·통신·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전략은 여전히 “양적 팽창”에 기초하지만, 속도와 규모는 이미 한국을 위협할 수준이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장비·AI 칩 국산화를 가속하며 기술 독립을 꾀하고 있다.




선진국 등 의 원천기술 DNA


원천기술 창출은 단순한 연구비가 아니라, 국가적 DNA와 제도 시스템이 뒷받침해야 한다.


미국: 청교도 개척정신 + 이민 문화 + 개방적 연구 시스템으로 장기적 원천기술을 국가 연구기관 학계 및 업계가 총동원하여 창조한다.


국방부 연구기관(DARPA), 국립과학재단 (NSF), 미국에너지부( DOE )등 30여 개 장기 연구기관이 매년 100억 달러 이상 기초과학 투자한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의 40% 이상이 미국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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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인정신 + 숙련공 존중 및 장기고용과 연공서열 속에서 한 분야를 수십 년 파고든다.

일본은 지금까지 과학 분야에서만 30명 이상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블루 LED, 오토파지 연구 등 세계 최초 성과도 많다. 이에 반해 한국은 단 한 명도 없다.



독일: 마이스터 제도 + 과학 존중 전통이 강하다. 직업교육·이원화 제도로 현장형 엔지니어를 양성한다.


독일은 이미 초등학교 6년이 지나면, 기술직으로 갈지 인문계로 갈지 결정이 된다.

또한 기술직과 인문계 졸업자들의 급여차가 거의 나지 않고 사회적 대우도 큰 차이가 없어서 기술직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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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직업 교육 제도 )


독일이 중소기업에서 전 세계 히든챔피언 절반을 차지하는 배경에는 이런 교육 제도와 국민들이 기술자에 대한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기초과학을 지속 지원할 수 있게 막스플랑크(기초 연구)·프라운호퍼 연구소(응용 적용)가 기초 ↔ 산업을 연결한다. 이 결과 화학·기계·자동차 분야의 세계적 원천기술을 유지한다.



중국: 실용주의 + 벤처 활성화로 국가적으로 지원한다.

국가 주도 대규모 투자, 벤처 붐으로 알리바바·텐센트·BYD 같은 기업들이 성장했다.



한국: 관리·권력 중심 문화로 연구직·기술직보다 행정·경영·금융 권력이 우위로 여겨진다.

장기 연구보다는 단기 성과와 승진 경쟁이 앞선다. 그래서 상용화는 뛰어나지만, 원천기술 축적은 부족하다.


한국에도 KIST, ETRI 같은 국책 연구기관과 삼성·LG 같은 대기업 연구소가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많은 경우 2~3년 단위 성과 평가와 정부 과제 의존에 묶여 있다.


10년 이상 실패를 감수하면서 한 우물을 파는 장기 연구는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DARPA·NSF, 독일의 막스플랑크처럼 장기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어주는 연구기관이 한국에는 사실상 부족하다.

그래서 “논문과 특허는 많지만, 세계적 원천기술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의 향후 과제 — 다섯 가지 방향


앞으로 한국은 추격자 DNA를 넘어서 개척자로 나아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이 필요하다

• 연구 시스템: 2~3년 성과 평가를 넘어, 10년 이상 장기 연구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편.

• 인재 육성: 실패를 낙인이 아니라 자산으로 인정, 창업 실패자도 다시 기회.

• 산업 생태계: 대기업-중소기업-대학 협력 강화, M&A·기술 거래 활성화.

• 사회·문화: 연구직·기술직이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

• 글로벌 대응: 국제 표준화 활동 강화, AI·반도체·배터리 같은 전략기술에서 자체 특허 풀(pool) 확보.



한국은 산업화의 추격자에서 상용화의 강자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원천기술의 개척자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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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서는 제도와 연구 시스템의 변화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화적 토양까지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개척자 정신, 일본의 장인정신, 독일의 마이스터 정신, 중국의 실용주의와 벤처 열풍을 비교할 때, 한국은 아직도 관리와 권력 중심의 한계에 머물러 있다.


연구자와 기술자가 존중받고, 실패가 용인되며, 장기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갖출 때, 한국은 진정한 원천기술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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