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흔들리는 세계와 산업 7장 반도체 패권 전쟁 2
각국의 꿈과 글로벌 불안의 교차점
세계 반도체 산업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다. 단순히 기업 경쟁을 넘어, 각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패권 전쟁의 한복판으로 들어섰다.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재가 아니라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 첨단 반도체를 다시 품다
미국은 오랫동안 인텔·마이크론 같은 기업이 있었지만, 실제 생산은 대만과 한국에 크게 의존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본격화된 전략은 바로 **자국 내 제조 회귀(Reshoring)**였다.
TSMC: 애리조나에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5nm, 3nm 라인을 건설 중이다. 완공 시 월 5만 (300mm), 8인치 환산 11만 장 CAPA를 갖추게 된다.
( 애리조나의 TSMC 공장 )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서 대규모 파운드리를 건설 중이며, 향후 2nm 공정 라인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996년부터 가동 중인 텍사스 오스틴에 반도체 FAB공장을 운영 중이고 있고, 메모리 생산을 주로 하고 있으며, 추가로 대규모 테일러 시티에 파운드리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현재 공사는 수요 부재로 멈추어 있다.
( 삼성 테일러 시티 파운드리 공장 )
인텔: IDM에서 벗어나 파운드리 서비스(IFS)까지 확대하며, 독일·미국에서 신규 첨단 팹 건설에 나서고 있다.
최근 2025년 8월 트럼프 행정부는 89억 달러를 지불해 인텔의 지분 10%를 확보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 지분 확보로 미국 내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 기술 산업의 리더십을 회복하려는 전략의 일부라고 강조하였다.
SK하이닉스: 미국에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투자를 선언하며, 메모리 공급망을 미국 안에 구축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목표는 단순히 공장을 유치하는 게 아니라, **“첨단 노드는 반드시 미국 땅에서 생산한다”**는 글로벌 규칙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일본, 라피더스와 TSMC의 두 갈래 전략
일본은 한때 메모리 강국이었으나 지난 수십 년간 존재감을 잃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두 가지 길을 걷고 있다.
라피더스(Rapidus): 일본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 첨단 공정인 2nm 공정 양산을 목표로 삼은 회사다.
IBM과 기술 제휴를 맺고, 2027년 전후로 첨단 로직 공정 양산을 선언했다. 이는 일본의 기술 자립의 상징적 도전이다.
• TSMC 구마모토 합작공장(JASM): TSMC·소니·덴소가 참여한 이 공장은 22/28nm, 16/12nm, 6/7nm 공정을 목표로 하며, 일본 자동차·산업용 반도체 수급 안정을 위한 성숙~준첨단 라인이다. 첨단이 아니라 안정적 CAPA 확보가 핵심이다.
(일본 구마모토에 있는 TSMC와 라피더스 등 일본 업체의 합작 반도체 공장 )
즉, 일본은 TSMC를 통해 안정적 공급, 라피더스를 통해 장기적 첨단 승부수라는 두 갈래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중국, 제재 속의 집념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웠지만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가로막혀 있다. EUV 장비, 첨단 EDA 툴, GPU 수입이 모두 제한되면서 5nm 이하 공정에서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중국은 멈추지 않는다.
SMIC는 제한적이나마 7nm급 생산을 진행했고, YMTC는 3D NAND를 확대했으며, CXMT는 DDR5 생산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다.
또 각 지방정부는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성숙 공정 라인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당분간 최첨단에서는 뒤처지지만, 전력·아날로그·중저가 반도체 분야에서 자급률을 끌어올리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유럽, 뒤늦은 추격
EU도 뒤늦게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EU Chips Act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
계 생산의 2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텔: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첨단 파운드리 건설, 2nm 공정 목표를 하고 있다.
TSMC + 인피니언 + NXP + Bosch 합작(ESMC): 독일 드레스덴에 22/28nm, 16/12nm급 라인.
STMicro + GlobalFoundries: 프랑스 크롤 지역에 300mm 합작 팹, 자동차·전력 중심이다.
유럽은 인텔을 통해 첨단을, 합작 팹들을 통해 자동차 산업에 필요한 성숙 공정을 확보하려는 이중 전략을 택했다.
대만, 세계의 불안한 심장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 그러나 바로 이 독점적 위치가 대만을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반도체 허브로 만든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대만 해협 리스크”는 투자자와 정부의 머릿속에서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남는다.
TSMC가 미국·일본·독일로 CAPA를 분산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대만 자체의 지정학적 불안은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최대 리스크다.
흔들리는 균형 속, 전문가들의 시각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 CAPA의 지역 분산은 불가피하다.
글로벌 총 웨이퍼 CAPA는 약 3천만 장/월(8인치 환산)인데, 아직도 절반 가까이가 한국·대만에 집중돼 있다. 미국·일본·유럽의 팹 신설은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다.
반도체 Wafer 기준 CAPA를 보면 대략적으로 메모리가 약 750~800만 장, 파운드리가 800만 장~900만 장, 그리고 CPU 등 LSI 전력반도체 등이 600~700만 장 수준이고, 그 나머지 다양한 제품들이 600만 ~700만 장 수준이다.
CAPA 기준으로 보면 인텔 TSMC 및 삼성등이 약 300만 장 수준으로 300만 장 이상의 업체가 3개다. 그리고 그다음 업체가 하이닉스 약 150만 장 수준, 그리고 중국 전체가 약 200만 장 수준이다(추정치)
• 정치가 기술을 압도한다.
과거에는 기업의 효율과 경쟁력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정부 지원과 동맹이 더 중요한 시대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모두 국가 차원의 자금과 정책을 쏟아붓고 있다.
• 패권 전쟁은 장기전이다.
단기적으로는 TSMC·삼성·인텔의 3강 구도가 유지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블록화와 지정학 리스크가 반도체 산업의 기본 전제가 될 것이다.
— 불안 속의 기회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은 이제 막 2막에 접어들었다.
한쪽에서는 2 나노 이하 첨단 공정의 주도권 다툼이, 다른 쪽에서는 자급률 확보와 전력·아날로그·산업용 반도체라는 틈새 전쟁이 동시에 벌어진다.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바로 그 흔들림 속에서 새로운 기회와 혁신이 태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