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아닌 것들
사람이 악이다 #1
― 나는 물리치료사다
나는 물리치료사다.
치료사와의 갈등,
환자와의 갈등,
그리고 외부 부서와의 갈등.
병원은 치료만 하는 곳이 아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곳이다.
그래서 더 힘들다.
물론 갈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입 치료사들의 눈빛은 아직 맑다.
환자가 좋아지면 누구보다 먼저 박수를 친다.
“선생님 덕분이에요”라는 말에 진심으로 기뻐한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잘 보이려고 저러는 거겠지.’
‘경력 쌓이면 다 똑같아질 거야.’
그런데 아니었다.
모르는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고
배우려 하고
고치려 한다.
모든 신입이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아직 사람을 믿는다.
한 타임에 16명
우리 병원 기구 치료 시간.
한 타임에 16명을 관리한다.
도망가려는 환자를 붙잡고,
기구 상태를 확인하고,
낙상 위험을 살피고,
다음 환자 스케줄을 맞춘다.
한 명이라도 놓치면 사고다.
사고는 치료사의 책임이다.
그날도 그랬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환자를 급히 모시고 있었다.
그때였다.
휠체어에 환자를 거의 ‘던지듯’ 내려오는 기사 한 명.
바쁜 건 이해한다.
그런데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한다.
“엘베 여기 쓰지 마세요.”
설명했다.
환자 이동 때문에 필요하다고.
조금만 양해해달라고.
듣지 않는다.
옆에 있던 신입 기사들도 거든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껌을 씹으며,
담배 냄새를 풍기며.
이 사람들이 병원에서 일하는 게 맞나 싶었다.
병원은 환자의 공간이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환자가 가장 뒷순위였다.
나는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병원 안이니까.
환자가 보고 있으니까.
그냥 돌려보냈다.
아이러니
결국 나는 환자를 모시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 기사들은?
환자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놀기 위해’ 썼고
나는 환자를 위해 쓰려 했다.
주변 치료사들은 말했다.
“그냥 무시해.”
하지만 무시가 해결은 아니다.
권한 없는 책임
나는 가끔
물리치료사의 권한이 너무 약하다고 느낀다.
책임은 많다.
권한은 적다.
환자가 넘어지면 치료사 책임.
환자가 불만을 제기하면 치료사 책임.
치료 효과가 늦어도 치료사 책임.
하지만
환자 이동 환경,
병원 시스템,
타 부서 협조 문제에는
우리는 말할 힘이 없다.
예의 바른 기사님들도 있다.
정말 존중하고 감사하다.
하지만 문제는
“조건 없이 뽑는다”는 구조 안에서
태도에 대한 기준이 흐려질 때다.
환자를 함부로 다뤄도
원장은 모른다.
잠깐 친절하면
평가는 좋아진다.
반대로,
묵묵히 노력하던 치료사는
환자가 “마음에 안 든다”는 한마디에
하대받는다.
이게 공정한가.
사람이 악인가
나는 이 직업을 좋아해서 시작했다.
치료가 좋았다.
환자가 좋아지는 과정이 좋았다.
그래서 열심히 걸어왔다.
그런데
쓰레기 같은 집단 문화 속에서
계속 소모되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이 악인가.”
제도가 악인가.
구조가 악인가.
아니면
책임 없는 권력이 악인가.
그래도 아직은
그래도 나는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신입 치료사의 눈빛을 봤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환자를 걱정하는 동료를 봤기 때문이다.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는 환자를 봤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사람이 전부 악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람은 쉽게 악해질 수 있다.
감시가 없을 때,
책임이 없을 때,
권한만 있을 때.
이 글은 고발이 아니다
이 글은 누군가를 저격하려는 글이 아니다.
병원을 비난하려는 글도 아니다.
이건 기록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권한 없는 책임을 지고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환자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나는 물리치료사다.
치료는 아직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