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고달프고 행복한가
인생은 고달프고 행복한가
나는 한동안 인생이 나를 시험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하면 알아줄 줄 알았다.
현장에서 굴러보고, 환자 붙잡고, 민원 맞고, 밤에 공부하고.
그래도 결국 중요한 건 ‘간판’인가 싶던 순간이 있었다.
공단 면접까지 갔던 날이 그렇다.
서류는 붙었다.
합격 문자 보던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 된다. 나도 된다.”
그날 나는 괜히 더 단정하게 입고 갔다.
말도 몇 번이나 연습했다.
내 경험, 현장 이야기, 문제 해결했던 사례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믿었다.
면접실에 들어갔을 때,
다른 지원자 한 명과 나.
1대1 구조였다.
묘하게 공기가 팽팽했다.
말을 할 때마다 서로의 답변이 비교되는 게 느껴졌다.
나는 현장 경험을 이야기했고,
그는 학사 학위와 이론적 접근을 강조했다.
질문 하나에 답하면,
다음 질문은 더 깊어졌다.
나는 밀리지 않으려고 끝까지 설명했다.
눈을 피하지도 않았다.
‘이건 해볼 만하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탈락.
이유는 돌려 말했지만,
결국은 학사 우대.
나는 전문대.
서류는 통과했지만
마지막 줄에서 잘려 나간 느낌이었다.
그날은 좀 많이 씁쓸했다.
‘그럼 애초에 왜 불렀지.’
‘나는 들러리였나.’
‘내 시간은?’
연차 쓰고, 눈치 보면서 준비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면접장에서 서로 부딪히던 그 순간도 생각났다.
나는 싸웠다. 말로.
밀리지 않으려고.
내 경험이 이론보다 가볍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런데 마지막에 선택된 건 간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억울했다.
솔직히 자존심도 상했다.
‘내가 부족한 건가.’
‘아니면 그냥 조건이 안 맞았던 건가.’
그런데 이상하게,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자리까지 간 것도 내 실력이라는 걸.
서류를 통과했다는 건
최소한 무시당할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라는 걸.
그리고 문콕 사건이 떠올랐다.
세상은 늘 공정하지 않다.
문콕은 이유 없이 생기고,
면접은 준비해도 떨어진다.
그렇다고 내가
화를 뿜으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날 밤,
또 맥주를 땄다.
이번엔 조금 더 씁쓸했다.
“그래, 전문대지. 그래서 어쩔 건데.”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망갈 건가.
멈출 건가.
아니면 더 준비할 건가.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억울하면 실력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필요하면 더 공부하고,
더 자격을 만들고,
더 단단해지면 된다.
인생은 고달프다.
면접에서 밀리고,
사람에게 상처받고,
조건 하나로 잘려 나간다.
그런데도 나는
노부부를 용서했고,
다시 면접을 준비하고,
또 다음을 생각하고 있다.
그게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인생은 고달프다.
하지만 고달픔 속에서
나는 선택하고 있다.
억울함에 멈출지,
아니면 한 단계 더 갈지.
지금은 조금 쓰리다.
그래도 안다.
나는 들러리가 아니었다.
나는 경쟁자였다.
그리고 다음엔
마지막 줄에서 잘리지 않을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도
술 한 잔 마시고
다시 계획을 세운다.
인생은 고달프고,
그래도 나는 앞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