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사람은 있을까?#8

이게 신종 갈굼인가?

by 방구석오랑우탄

분명 시간표에는
나랑 실장이 한 타임 같이 일하는 걸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선생이 와서는
내 쪽은 보지도 않고 실장한테만 말한다.
“선생님 쉬세요. 제가 혼자 할게요.”
…뭐지?


나랑 상의도 없고
상황 설명도 없고
그냥 내가 공기처럼 스킵됐다.
순간 머릿속엔 물음표가 가득 찼다.
이게 뭐지? 내가 모르는 변경이 있나?
아니면 그냥 내가 빠지는 게 당연한 건가?
그러다 그 선생이 나를 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아… 실수했네요.


사실 제가 치료가 있어서요.”
결국 그 말 한마디로
상황은 정리됐다.
정리된 건
내가 혼자 일하는 상황이었다.
설명은 없고
사과는 애매하고
결과는 항상 내가 감당.
그렇게 또
나 혼자 치료실을 돌리면서
속에서 천천히, 아주 조용히
부글부글 끓었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참자’


‘괜히 말 꺼내서 분위기 망치지 말자’
하고 넘겼을 거다.
근데 그날은 달랐다.
끝나고 나서
실장을 따로 찾아갔다.
화내지 않았다.
따지지도 않았다.
그냥 이렇게 말했다.
“혹시 시간표 바뀐 건가요?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지 궁금해서요.”
돌려 말했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그 말 한마디 하고 나니
속이 조금 편해졌다.
억까는
이 일 하나로 끝난 게 아니었다.
환자한테도,
치료사한테도
비슷한 일들이 계속 있었다.
참다 참다
이제는 알겠다.
참는다고 좋아지지 않는다는 걸.
말 안 하면, 없는 사람 취급된다는 걸.
그래서 이제는
예전처럼 가만히 있지 않으려고 한다.
싸우겠다는 게 아니라
나갈 마음으로라도
선은 긋고, 말은 하려고 한다.
정말 좋은 사람은 있을까?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이제는 내가 나한테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