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에게 성추행을 당하였다

나는 서비스직 인가? 치료사인가?

by 방구석오랑우탄


#그가 온 날#
그가 온다는 말이 돌던 날, 병원 분위기는 묘하게 달라졌다.
원장은 평소보다 일찍 내려와 동선을 확인했고,
팀장은 괜히 내 어깨를 두드렸다.
“괜히 트러블 만들지 말고. 잘 부탁한다.”
부탁이라는 말이었지만, 책임은 이미 내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는 ‘환자’가 아니라 ‘이름’이었다.
검색하면 수십 개의 기사와 영상이 뜨는 사람.
병원에 도움이 되는 사람.
나는 그를 맡게 됐다.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았다.
나는 아직 젊고, 말이 적고,
무리해서 문제 만들 스타일은 아니니까.
치료는 평범하게 시작됐다.
허리 통증, 피로 누적, 스케줄 과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설명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게 어디로 갈지 몰랐다.

#선은 조금씩#
처음엔 가벼운 농담이었다.
“선생님 원래 이렇게 차가워요?”
“연예인이라 긴장한 거 아니죠?”
나는 웃으며 넘겼다.
치료실은 원래 조금은 어색하고,
조금은 가까운 공간이니까.
문제는 ‘조금’이 반복되면서였다.
자세 교정 중,
그의 손이 내 허리를 스쳤다.
스침은 짧았지만
멈춤은 분명했다.
나는 물러났다.
“치료에 집중해주세요.”
그는 웃었다.
“왜 이렇게 예민해요. 장난인데.”
그날 이후
그의 손은 더 자연스러워졌다.
스트레칭을 핑계로 손을 겹치고,
균형을 잡는다며 몸을 붙이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까 설레네.”
나는 매번 선을 다시 그었다.
그는 매번 지웠다.
그리고 항상 같은 말을 했다.
“진짜 예민하다.”
그 말을 들을수록
나는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가 과한 건가.
내가 오해하는 건가.

#나는 예민한 사람이 됐다#
어느 날 그는 다른 치료사들 앞에서 말했다.
“저 선생님 저 싫어하나 봐요. 맨날 화내요.”
사람들이 웃었다.
“연예인이라 부담됐나 보다.”
“원래 좀 까칠해요.”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해명하면 더 이상해질 것 같았다.
조용히 있으면 넘어갈 일 같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씩 밀려났다.
회식 공지는 나만 늦게 전달됐고,
스케줄은 이미 정해진 뒤 통보됐다.
카톡방에서 내 말 뒤에는 답이 없었다.
노골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숨이 막혔다.
나는 동료에게 털어놨다.
“그 환자, 선 넘는 것 같아요.”
돌아온 말은 간단했다.
“알지… 근데 참아.”
“괜히 일 키우면 너만 힘들어.”
“걔 유명하잖아.”
너만 조금 넘기면 돼.
왜 항상
넘기는 사람은 나일까.

#나는 오늘 성추행을 당했다#
거대한 사건은 아니었다.
뉴스에 실릴 일도 아니고,
CCTV를 돌려 증명할 수도 없다.
하지만 매일 반복된
애매한 접촉과
계산된 농담과
집단 속에서의 고립은
분명한 침범이었다.
나는 오늘 성추행을 당했다.
그의 손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위치와
나의 침묵과
“참아”라고 말한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힘은 늘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아래에 있는 사람은
더 웃어야 하고,
더 조심해야 하고,
더 조용해야 한다.
나는 오늘도 치료실에 선다.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그게
이 구조에서
가장 안전한 선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