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초 직장의 민낯

나는 치료사 인가?

by 방구석오랑우탄


여초 직장의 민낯

나는 물리치료사다.
그리고 여초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여초 직장은 분위기가 부드럽지 않냐”고.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내 첫 병원은 남자 두 명에게 시달리며 버틴 곳이었다.
그들은 선배라는 이유로 나를 끊임없이 몰아붙였다.
실수 하나에도 크게 혼났고, 때로는 인격적인 모욕도 감수해야 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울었던 날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버텼다.
‘경력이 쌓이면 나아지겠지.’
‘다른 병원은 다르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버텼다.

하지만 두 번째 병원에서 나는 또 다른 현실을 마주했다.

이번에는 중간 년차 여자들이었다.

고년차도 아니다.
나와 겨우 1년 차이 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실수한 일은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긴다.



하지만 연차가 낮은 사람의 실수에는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한다.

더 놀라운 건 그 다음 장면이다.

고년차 앞에서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웃으며 잘 보이려 하고,
저년차들을 깎아내리며 자신의 위치를 지킨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점점 이 직업에 대한 혐오감이 생겼다.

문제는 이게 우리 치료실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옆 작업치료실도 비슷했다.


사람만 다를 뿐 구조는 같았다.

강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강하다.

그리고 그 태도는 동료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환자에게도 똑같다.

환자를 괴롭히거나 다치게 해도
환자는 쉽게 말을 못 한다.

치료사는 ‘선생님’이고
환자는 ‘환자’니까.


고년차에게는 친절하다.
잘한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저년차가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욕을 먹는다.

심지어 중간년차는 환자를 거칠게 다뤄도
칭찬을 받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이 치료실에서 내가 쌓아온 노력은
대체 무엇일까.

나는 몇 천만 원을 들여
따로 도수치료를 배우며 공부했다.

중간 년차들도 하지 못하는 치료를
내 돈으로 배우고 연습했다.


실장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도수치료만큼은 나에게 맡긴다.

실력은 인정하기 때문이다.

도수치료를 하다 보면
환자들이 이런 말을 한다.

“선생님한테 치료받고 싶어요.”

“돈이 더 들어도 괜찮아요.”

그리고 조용히 덧붙인다.


“다른 선생님들은… 치료를 잘 안 해줘요.”

물론 나도 완벽한 치료사는 아니다.
하지만 정신이 멀쩡한 환자라면
치료의 진심 정도는 금방 알아챈다.

물론 예외는 있다.
나이롱 환자나
여자 치료사만 찾는 환자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그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나는 고민한다.

이 문제가
직업의 문제일까.

아니면
사람의 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