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존 로크는『인간의 이해에 관한 수필』에서 우리가 지식을 얻는 방식에 대해 흥미로운 관찰을 남겼다.
지식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서 흡수된다는 것.
이 문장을 읽는 순간, 한 가지가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한 장소에 지나치게 오래 머물면 그 장소가 제공하는 교육적 가치를 다 써버린다." 처음에는 낯설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삶에서 여러 번 겪어왔던 감정과 겹쳐졌다.
처음엔 배움을 주던 공간이 어느 순간부터 나를 확장시키지 못할 때가 있다. 처음엔 나를 자극하던 사람도 어느 순간엔 더 이상 새로운 관점을 주지 못한다. 일의 방식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성장의 계단이었지만, 나중엔 내 한계를 조용히 반복시키는 구조가 되기도 한다.
로크는 이런 순간을 “환경이 더 이상 나를 가르치지 않는 때”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때 필요한 건 과감한 변화가 아니라 아주 단순한 결심이었다. “살아가는 장소를 바꾸라.” 이 말은 꼭 이사를 하라는 뜻만은 아니다.우리가 흡수하는 자극의 방향을 새롭게 설계하라는 제안처럼 들린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지식, 새로운 거리, 새로운 리듬. 환경이 달라지면 그 환경이 갖고 있던 배움들이 다른 흐름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사람은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 요즘 나는 성장의 속도가 의지나 끈기가 아니라 “환경을 언제 바꾸느냐”에서 갈린다는 사실을 조금씩 더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