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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영 Nov 24. 2024

원룸 자취 2년 후 느낀 점 8가지

직장인의 출근 전, 그리고 퇴근 후 파란만장한 삶을 위하여

신림역 도보 10분 위치한 오피스텔 원룸에서 햇수로 3년 차다. 5개월 전에 계약을 2년 더 연장했으니 독립한 지 2년 5개월쯤 되었다. 이 글은 자취 시작 전 할까 말까 고민했던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내용이다. 당시 네이버 부동산을 돌며 3개월 동안 손품을 팔았고, 발품은 평일 퇴근 후 2일 팔았다. 이 글을 미리 읽었더라면, 3개월 고민이 2주 정도로 줄지 않았을까? 싶다.


필자는 현재 중소기업 청년 버팀목 대출을 받아 전세계약을 1.5% 금리로 진행하고 있다. 원금을 중도 상환하지 않아도 되고, 처음엔 1.2%도 그렇지만 1.5%도 돈을 거저 빌려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증금의 80%인 9,600만 원을 빌리니 매월 12만 2천 원 정도 납부 중이다. 중소기업 청년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대출이어도, 은행에서 주택 담보 대출은 이자 2~3% 정도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주변인들의 말을 종합하여 추론한 것이니, 실제적인 대출은 따로 자세히 알아보길 바란다.


위 두 문단까지 읽고 여기에 도달한 당신이라면 어떤 분들일까. 자취 시작을 고민하거나, '집 밖은 다 돈'인데도 불구하고 자취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하신 분일 것이다. 


이제, 본론을 시작하려 한다. 각 문단의 첫 시작 번호와 시간 순서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당장 무엇을 떠올리거나 비판을 먼저 시작할 필요 없다. 한 호흡에 글이 다 읽기엔 살짝 길 수 있으니, 천천히 필자의 글에 본인을 대입하며 상상해 보기 바란다.


1. 자취로 잃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마다 편차가 존재하는 환경을 뺀 고정 비용인 돈만을 다루겠다. 부모님의 집에서 생활했을 때보다 식비를 제외한 50~1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대출 이자, 월세, 관리비, 공과금, 생활 용품을 포함한 금액이다. 전세도 보증금에 묶인 비용이 있다면 얼추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최소 금액인 50만 원은 역과의 거리가 10분은 걸리고, 1인 침대를 놓되 책상을 놓기엔 아름답지 못한 크기를 가진 집이다. 연식이 있을 것이고, 인적이 조금 드문 곳에 위치하며, 가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계단을 타기도 해야 한다. 옵션은 있으면 감사한 느낌이다. 최대 금액인 100만 원은 신축이거나 역세권에 에어컨, 붙박이장, 냉장고, 전자레인지, 인덕션, 세탁기에 이어 건조기까지 있을 수 있겠다. 대략적인 느낌으로 말이다.

2. 자취로 얻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전에 묻고 싶은 것이 많지만, 먼저 출퇴근에 관하여 묻는다. 집 문을 열고 출근이 인정되는 순간까지의 소요 시간이 1시간 이상인가? '만원'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가? 퇴근 후 나도 모르게 유튜브, 인스타 등 SNS를 보고 있는가? 운동이나 자기 계발에 투자할 시간 자원이 없다고 느껴지는가? 다른 것을 배제하고 시간만을 가지고 논해보자. 자취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하루에 2시간 아낀다고 가정한다. 한 달 21일 출근하다고 가정하면 42시간이 된다. 2024년 최저 시급 9,860원. 계산하기 편하게 1만 원으로 가정해 보면 42만 원이 된다. 당신은 1시간에 1만 원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진지 글도 여기까지 읽었으니 내가 보증한다. 그렇다면 최소 42만원은 번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버스나 지하철을 중간에 갈아타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사람들과 끼여 타지 않거나 적은 시간만 타면 된다. 만원 대중교통의 스트레스는 전쟁터와 비견된다는 말이 있고, 버스는 물론이고 '지옥철'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뇌가 집에서 쇼츠, 릴스와 같은 도파민만을 요구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당신이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퇴근 후 다른 삶을 시도하기에 절대적인 자원이 모자란 것이다.

3. 가상의 양팔저울을 가져와서, '1. 잃는 가치'와 '2. 얻는 가치'를 비교해 보기 바란다. 각 개인의 환경을 대입하여 생각해 보자. 눈을 감고 저울에 천천히 올려놓고, 어디로 무게가 기우는지 상상하라. 둘이 비슷하거나 자취하는 쪽이 무게가 낮아 약간 위로 올랐더라도 자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취를 시작함과 동시에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부동산, 계약, 대출, 손품, 발품, 시세 등에 눈을 뜰 수 있다. 자신의 소득과 지출을 분석해야 하니 경제관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꼭 해야 하는 공부이니 먼저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만약 자취가 본인에 안 맞다고 하더라도 1, 2년 계약으로 큰 손해가 생기진 않을 것이다.

4. 중개인의 차를 타고 매물을 여럿 보러 다녀도 부담 가질 필요 없다. 미안하거나 고마운 마음에 계약하는 사람이 혹시나 있을까 해서 적는다. 중개인은 부동산을 내놓는 사람과 들이려는 사람을 이어주는 사람이다. 영업하는 사람이며, 서비스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중개인의 분위기가 무섭거나 내 말을 자른다면, 그냥 자리를 뜨면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이게 어려울 것 같다면, 연습하라. 편의점에 들어가서 한 바퀴 돌고 아무 물건을 사지 않고 나와보라.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점원은 결코 당신을 불러 세우지 않을 것이다. 이것도 어렵다면, ABC마트에 들어가 여러 신발을 둘러보고 그냥 나와보라. 아무래도 사람이 많으니 마음이 덜 불편할 것이다.

5. 방을 하나만 보고 계약하지 말자. 중개인이 이 매물은 너무 잘 나왔고, 누군가 계약금을 걸지도 모른다며 계약을 유도해도 말이다. 필자는 한 중개인을 통해 3개의 방을 둘러봤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의 눈으로 보아도 3개의 방을 보면 감이 잡힌다고 생각한다. 예산이 고정되어 있다면, 볼 수 있는 방들의 편차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필자의 예로 3개 중 첫번째 방은 예산을 모두 사용해야 하지만 방이 괜찮았다. 두번째 방은 좀 작지만 예산을 많이 아낄 수 있고, 세번째 방은 가격도 크기도 경쟁력이 없어 보였다. 만약 마음에 드는 매물을 누군가 가계약을 걸었다고 해도 전혀 후회할 필요 없다. 비교 대상이 없어 자신만의 기준이 생기지 않은 상태로 계약하지 않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고, 방은 많다. 당연하지만, 이 중개인이 보유한 매물보다 보유하지 못한 매물이 훨~~~씬 많다.

6. 유튜브에서 전/월세 계약, 대출에 대한 설명 영상이나 Vlog를 꼭 챙겨보기 바란다. 캄캄한 어둠을 밝혀주는 여러 등대를 설치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적은 시간 투자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여러 부동산에 문자로 한 번에 원하는 매물을 찾는 방법, 대출부터 계약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Vlog는 내게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은 자신감을 줬다. 이런 훌륭한 영상을 공유하시는 인류애 넘치시는 크리에이터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7. 임대인(집주인)이나 관리인과 척을 지진 말자. 불만 사항은 있을 수 있다. 물론, 굽히고 들어갈 필요도 없다. 필자의 경우, 계약에 나타나지 않은 엘리베이터 비용 1만 원을 임대인이 전기세에 포함시켜 청구했다. 전기료 부과 우편을 받고, 한국전력공사에 전화해 보면서 뒤늦게 청구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일러 하나를 4집에서 사용하는데, 집주인이 내가 사용하지도 않은 비용을 청구했다. 가스비가 오른다 해서 난방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옷을 껴입어 생활했다. 하지만, 난방비가 상식을 뛰어넘을 만큼 청구됐다. 덜덜 떨며 난방비 감축을 기원했지만 배는 더 청구되었던 것... 알고 보니 다른 집에서 많이 사용했고, 한 집이 그 비용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울까 봐 그랬다고 했다...... 집주인은 어머니보다 연세가 더 많으신데, 통화할 때 내 말을 끊는 것도 그렇고, 이제 문자는 확인하지 않는다. 화를 내기도 하시니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정말 화났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러려니 한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이런 경험을 해본 경험이 있더라. 그래도 전구가 나가거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 고쳐달라 말할 사람은 집주인(겸 관리자)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엘리베이터 비용은 내가 부담하고, 난방비는 집주인이 인정하여 돌려주었다)

8. 일반쓰레기를 담는 종량제 봉투는 5L짜리를 추천한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는 1, 2L면 충분하다. 재활용을 담는 봉투는 다이소에서 30L? 50L? 묶음으로 판다. 크기가 작을수록 좋다고 말하고 싶다. 가득 차지 않아도 갖다 버려라. 날씨가 따뜻할 때 하루 이틀 만에 초파리나 구더기가 생기는 자연의 신비를 맛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편의점마다 봉투 판매 방식이 다른데, 집 근처 편의점 5곳 정도 발품 팔아보길 바란다. 최소 10L가 존재하는 곳도 있고, 10개 묶음 단위 판매하거나 낱개로 판매하기도 한다. 마트에서는 포장 봉투로 종량제봉투를 팔기도 한다. 한때 20L짜리 종량제 겸 포장 봉투를 500원에 구매했지만, 이제는 안 산다. 인생에서, 별거 없어 보이는 쓰레기봉투의 종류에도 이러한 철학과 세계가 있다.  쓰레기봉투 이야기는 그중 하나일 뿐이고, 수많은 세부 사항을 우리는 알아가야 한다.


위 8가지 말고도 당연히 더 존재하지만, 이 이상은 TMI라고 판단했다. 독자께 충분히 호소하고, 감정을 전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지인에게 자취를 적극 권유하고, 시작하게 된 지인의 이야기를 잠깐 해본다. 자취로 얻은 자원으로 헬스 PT 및 바디프로필 촬영과 블로그 작성, 그리고 요가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제는 본가에서 출퇴근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며 자취를 시작한 것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해주었다.


필자는 출퇴근이 2시간이 줄었고, 글쓰기와 헬스,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을 얻었다. 만약 직장인으로서 출퇴근과 하루 업무에서만 모든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미래는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뻔하고 예상되는, 빛나지 않을 미래를 원하지 않는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 가족과 함께 서로 의지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나와 닿은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 주위 사람들 또한 자신의 가치를 위해 살아가는 것에 도움을 주고 싶다. 이웃부터 지구촌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고, 에너지를 한데 모아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싶다.


자취는 개인에게 여유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한 가지 수단이 아닐까 싶다. 자취뿐 아니라 24시간의 가치를 높이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끊임없이 탐구할 생각이다.


11월 24일에 비해 날씨가 따뜻한 편이지만, 다들 따뜻한 외투를 챙겨 다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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